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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으로 보이는 것들
너 때문에…… / 돌 깨끗하지 않은 것이 없다 / 쓰레기통 태초에 한 마음이 있었다 / 향통 좀더 겸손해져야 한다 / 한쪽 줄이 끊어진 그네 나무는 부러지지 않는다 / 나무젓가락 끝은 본디 없는 것이다 / 아기 도토리 내 위에 앉아 있는 나 / 잠자리 아무에게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 안경 임자를 잘 만나시게나 / 연필 줄은 버틸 만큼 버틴다 / 빨랫줄 참사람은 마음을 거울처럼 쓴다 / 손거울 고운 노래는 언덕을 넘지 않는 법 / 마이크 함께 흐르면 어지럽지 않다 / 해바라기 열매 누가 탓하랴 / 타다 남은 모기향 마침내 사랑이다 / 휴대용 빗 나그네로 가득 찬 주인 / 빈 의자 날카로운 끝 / 송곳 2. 사랑을 표현하는 것들 모든 것이 사랑의 표현이다 / 부채 자네 속에도 불이 타고 있다네 / 향 나는 버림받지 않았다 / 병뚜껑 순결한 몸 / 호미 그것 참 안됐군 / 찻주전자 본향 가는 길 / 도토리 껍질 천국에는 교회가 없다 / 열쇠 겁나는 물건 / 두루마리 휴지 다 옳은 말 / 죽필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 떨어진 꽃 진짜과 가짜 / 도기 허공의 무게 / 너트 모든 사건이 거울이다 / 밟혀 죽은 개구리 최후의 단추를 누르는 손 / 원격 조종기 두려운 것이 없는 이유 / 부서진 빨래집게 비어서 쓸모 있다 / 집게 3. 살고 사는 것들 돌아가는 몸짓 / 감꽃 잘라 버리게 / 가위 사라지는 것이 있어 사는구나 / 종 그날은 반드시 온다 / 시계 잘해야 한다는 귀신 / 단소 이하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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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은 우리가 '비밀'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비밀은 감추어져 있는 동안 '힘'을 행사하지만 일단 밝혀지면 아무 힘이 없다. 그래서 "이미 보여지고 알려진 것에 너무 많은 시선을 쏟지 말라"(루미)는 것일까? 뚜껑은 병의 입을 막고 있는 동안 벗겨지면 그 순간 문자 그대로 무용지물이 되어 잊혀지고 버려진다.
잔칫상 한 모퉁이. 무심無心으로 던져진 소주병 뚜껑을 손에 들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소주병 뚜껑은 말이 없다.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럴까? 그것 참! 그러고 보니 과연 그렇구나. 내 생전에 단 한 번도 '침묵'과 '술판'이 공존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술과 침묵은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지간인가? 말없이 소리 없이 맑은 술에 몸을 적시며 앉아 있는 사람들 모습을 그려본다. 어떤 성스러운 기운이 그 자리를 맴돌 것 같다. 술 마시는 일도 수행修行의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터인데…… 억지로 말을 걸어본다. "내가 너를 병뚜껑이라고 불러도 되겠느냐?" "……" "아니면, 병뚜껑이었다가 방금 쓰레기로 된 물건이라고 부를까?" ---pp.76~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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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단소 불어보라는 청을 거절한 적이 없다. 동양에서 가장 크다는 광주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서도 불었고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에서는 유동식 선생님 고희 기념예배에 불다가 막판에 소리가 안 나서 중단하고 내려오기도 했다. 아아, 그래도 나는 창피하지가 않았다. '잘해야 한다'는 마귀가 떨어져 나간 뒤에 불어온 '자유'의 신선한 바람은 아직도 내 몸을 감싸고 있다.
글을 써도, 설교를 해도, 잘 쓰고 잘하려 애쓸 것 없이 다만 정성을 다하면 그뿐이라는 진리를 가르쳐주신 단소는 나의 잊지 못할 스승이시다. 단소를 분다. 청아한 소리가 허공을 메운다. 자, 방금 이 소리는 어디에서 났는가? 누가 이 소리의 임자인가? 없다. 내가 소리의 주인이라면서 나설 그 무엇도 없다. 아무도 단소 소리의 임자가 아니고 모두가 단소 소리의 임자다. 그래서 하느님은 아무 데도 없고 없는 데가 없는 것이다. 단소 소리는 하느님 것이다. 단소 부는 나를 본다. 자, 이 '나'는 누구 것인가 --- p.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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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정원을 가꾸어 나가게 해주는 글
세상만물의 존재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는 작가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빛과 성스러움을 읽어낸다. 작가의 그런 안목은 호박씨에서조차도 하늘과 땅을 발견하고, 까마득한 과거와 끝없는 미래를 본다. 바로 생명이 있는 존재든 생명이 없는 존재든간에 모두 사랑에서 잉태되어 나온 성스럽고 거룩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만물은 사랑과 사랑의 고리로 연결된 사랑의 결실이라고 한다.
돌과 나눈 대화 속에서 그런 사상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작가는 '이웃'이 없는 존재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세상에는 '외로운 사람과 외로운 사물'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새는 허공에 날개를 펴듯이 인간 역시 다른 사람에 기대어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이 세상의 아름다운 조화이고 우주의 질서라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세계를 만드는 조건으로 너그러움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나'를 맑게 비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작가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너그러움과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갈 때 우리의 의식이 고양되어 영혼을 진화시켜 나갈 수 있음을 사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