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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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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은 돌아서서 걸음을 옮기는 공장장을 따라가며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성질만 부려서는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다.
"돈으로 치유될 수 없는 상처예요. 가요. 가서 몸과 가슴에 피멍이 든 그 아이에게 속죄하세요. 당신을 위해서예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만천하에 폭로하겠어요. 당신 자식들에게는 물론이고 자자손손 당신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지 알리겠어요. 내가 살아 있는 한, 아니 죽어 귀신이 되어서도 당신을 쫓아다닐 거예요. 당신이 얼마나 참혹한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아야 해요. 어린 여자아이,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이를 당신이 망친 거예요. 그 아이뿐 아니라 그 아이의 가족들, 동생들 인생까지 얼룩지게 만든 거라구요. 뉘우치세요. 그리고... 도와주세요" 공장장은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짙은 어둠에 빗방울까지 거들어 스산하고 침침했다. 여공들이 일하고 있는 작업장은 어둠과 소리에 묻혀 더욱 멀어 보였다. 그는 살며시 문을 닫았다. 손잡이를 눌러 잠금 소리가 달칵 울렸지만, 여경은 알지 못했다. ---p. 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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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대답이라도 들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 채... '너무 일러.' 완은 성큼 다가와서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마치 죄를 고백하는 학생처럼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두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감쌌다. '아직 너 힘들잖아. 너 아직 이렇게 여린데, 아기를 낳기엔 너무 힘들거야. 내 잘못이야. 좀 더 오래 견뎌내야 했는데..' 그는 자책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여경은 재빨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 올렸다. 그리고 후회로 가득한 그의 눈동자에 자신의 환한 미소를 가득 채웠다. --- p.3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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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자'
책방으로 뛰어들어가려던 여경은 흠짓 놀라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다시 그녀를 잡았다. '빌어먹게도, 난 이상한 생각이 들어. 널 보호해줘야 될 것 같다구.번번이 넌 위험속에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잔하. 다른 여자들하고 비교하는 거 싫겠지만, 그런 계집들과는 다른 생각이 든다구. 이런 기분 처음이야. 아마 네게 ......그래, 네가 처녀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어. 죄책감도 책임감도 모른다고 비난했지만.... 젠장할! 도와줄게. 도와주고 싶다구!' 여경은 어리벙벙한 채로 그가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 '뭐, 뭘 도와줄 수 있는데요? 뭘 도와주겠다는 거죠? '방패가 되어주고 싶어. 정혼을 하든 약혼을 하든 뭐든 해. 그래서 사람들이, 특히 늑대 같은 사내놈들이 널 함부로 못 대하게 할거야. 쳐다보지도 못하게.' --- p.174-1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