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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다르게 운다 집우 집주 아득히 먼 춤 해설_정덕현 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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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Na): 집 우, 집 주. 집은 그 안에 사는 이의 우주를 보여 준다. 건축가는 타인의 우주를 만드는 일이란 사명감으로 일 해왔지만, 막상 나의 우주는, 싸구려 DIY와 국민 가구로 버무린 타협의 나날들이었다. 이 집이 보여 주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 p.15 수아 모: 엄마도 있지, 그런 대궐같이 좋은 집에서 살아본 적 있다? 혼자 막 상경했을 적에. 옛날에는 부엌 옆에 쪼그만 방이 있었거든, 식모방이라고. 그때는 어린 맘에 나도 나름 서울 아파트 산다고 으쓱하고 그랬어. 그러다가 느이 아버지랑 결혼해서 그 식모방 정도 되는 단칸방에서 신접살림 시작하는데… 참 이상하지?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는 거야. 아아, 이게 내 집이구나, 우리 집이구나… 하고. --- p.55 지혜(Na): 바퀴벌레는, 죽을 때까지도 끽소리 한번 내지 않는다. 인간에게나 바퀴벌레에게나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p.90 집주인 나가고, 현 진땀이 나는지 툇마루에 걸터앉아 티셔츠 펄럭인다. 그제야 집 안 풍경을 찬찬히 살피는 현. 일부러 덜 잠근 듯 물이 졸졸 흐르는 수도꼭지와 활짝 뜯긴 사료 포대. 현을 잔뜩 경계하는 염소(개), 하얀 털이 때로 꼬질꼬질하다.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보면, 파랑의 오래된 운동화 몇 켤레.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지, 툇마루에서 벌떡 일어나는 현. 몇 걸음 물러서서 불 꺼진 파랑의 집 안을 생경하게 바라본다. --- p.165 소장: (불 옮겨붙여 주며) 그래, 촛불이야. 인류는 촛불 같은 존재들이었어. 탈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지. 마치… (손목 배터리 잔량 보이며) 지금 우리들처럼 말이야.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게. 모두가 방전이 두려워 미쳐 날뛰고 있잖나. 헌데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걸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모두가 태연하게 살아갔지.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나? --- p.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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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운다.
각자의 방식으로... 다르게 운다.” _이강 작가의 단막 3부작 〈미지의 서울〉로 대표되는 이강 작가의 초기 세계를 조명한 ‘그 작가의 대본’ 시리즈 첫 번째 단편선 〈다르게 운다〉가 출간된다. 〈다르게 운다〉는 이강 작가가 2014년 발표한 데뷔 단막극을 비롯해 인간의 결핍과 관계의 균열, 그리고 타인을 향한 이해의 과정을 다룬 단편 작품 세 편을 한 권으로 엮은 대본집이다. 각기 다른 궤도로 살아가는 인물들이 서로에게 닿지 못한 채 부딪히면서도 끝내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들을 담아낸 작품들로, 이강 작가 특유의 정제된 문장과 섬세한 감정선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이강 작가의 작품 세계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해 공통적으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무너지고, 또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둔다. 거창한 사건보다 인물 내부의 균열에 집중하고 극적인 전개보다 관계 속 미묘한 온도 차를 통해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그의 이야기는 자극적인 장치 없이도 깊은 여운을 남기며,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만들어 낸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작품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강 작가에게 ‘닿는다’는 것은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이해하려는 태도의 문제다. 그녀의 작품은 언제나 미지의 타자를 향해 내미는 손이다.” 닿는다는 것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 이러한 이강 작가 서사의 출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데뷔작 〈다르게 운다〉다. 이번 단편집은 작가 이강의 초기작을 재발견하고 지금의 이강이 구축해 온 작품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총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번 책은 작가의 데뷔작 〈다르게 운다〉 외 ‘사는 집’에 관한 가장 현실적인 층위를 표현한 〈집우 집주〉, 이해되지 않는 엔딩을 향한 고독한 몸짓을 담아낸 〈아득히 먼 춤〉이 포함되었다. 이후 〈오월의 청춘〉, 〈미지의 서울〉로 이어지는 서정적이고 밀도 높은 감정 서사의 출발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결국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 하는 존재들이다. 〈다르게 운다〉는 그 시작점에서 출발한 이강 작가의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지금까지 확장되어 왔는지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