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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실종사건
이진
도서출판도화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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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첫 출근 / 10
그림자 남녀 / 17
유기된 시체 / 24
수상한 호출 / 32
배명호 이야기 / 43
김 연구원 이야기 / 54
비서를 포섭하라 / 75
토끼88 이야기 / 97
동물실로 놀러오세요 / 106
장한빛이예요 / 113
꼬리가 보인다1 / 125
꼬리가 보인다2 / 135
장대한 병원장 이야기 / 146
토끼99 이야기 / 159
토끼99와 배명호 / 175
괜찮아요? / 183
초대받지 못한 손님 / 198
내 앞에 니가 온 거야 / 221
그림자 남녀2 / 233
꼬리가 보인다3 / 243
로맨스 왕국 / 261
김수학 대 배명호 / 275
꼬리가 보인다4 / 281
안녕, 친구들아 / 299

저자 소개 1

이진-정환

1995년 계간 「시인과 사회」 가을호, 시부 신인상 수상 1998년 동아일보사 발행 월간 「신동아」 제34회 논픽션 공모 당선 2000년 SBS서울방송 제2회 TV문학상 수상 2020년 (사단법인)한국소설가협회 발행 「한국소설」 제64회 신인상 수상 2006년 장편소설집 「잘했어! 흰털」발행. 당그래 출판사 2013년 시집 「프라하 일기-우블라젠키 사람들」 발행. 샛강출판사 2016년 시집 「지우개도 그림을 그린다」 발행. 샛강출판사 2018년 시집 「서랍속의 생」 발행. 샛강출판사 2019년~ 시샘문학회 동인지 「시샘」 발행인 2020년 시집 「팔짱끼고
1995년 계간 「시인과 사회」 가을호, 시부 신인상 수상
1998년 동아일보사 발행 월간 「신동아」 제34회 논픽션 공모 당선
2000년 SBS서울방송 제2회 TV문학상 수상
2020년 (사단법인)한국소설가협회 발행 「한국소설」 제64회 신인상 수상
2006년 장편소설집 「잘했어! 흰털」발행. 당그래 출판사
2013년 시집 「프라하 일기-우블라젠키 사람들」 발행. 샛강출판사
2016년 시집 「지우개도 그림을 그린다」 발행. 샛강출판사
2018년 시집 「서랍속의 생」 발행. 샛강출판사
2019년~ 시샘문학회 동인지 「시샘」 발행인
2020년 시집 「팔짱끼고 걸으면 좋겠다」 발행. 스타북스
2020년 앤솔러지 「2021신예작가」발행. (사)한국소설가협회
2024년 오디오북 이진 시집 「프라하 일기」 발행.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2023문학예술 전자출판 지원사업 선정작)
2024년 전자책 장편소설집 「잘했어! 흰털」 발행.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2023문학예술 전자출판 지원사업 선정작)
2025년 전자책 시집 「수평선을 사랑한 갈매기」 발행. 샛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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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152*225*30mm
ISBN13
9791124052211

책 속으로

심 소장의 ‘애제자 사건’은 누구도 정확한 내막은 모른다. 다만 심 소장과 원 과장 사이가 왜 극렬하게 벌어졌는지 궁금해하는 사이 ‘애제자 사건’이 증폭되었고, 두 사람의 밀월 관계가 깨진 결정적 원인은 ‘혈액연’ 연구가 쪼개진 때문이 아니라 그 애제자 때문이었다고 암암리에 전해진다. 애제자는 지금까지도 국민건강연구소 내에서 이름 석 자조차 언급되는 게 금기 사항이고.

애써 키워온 배아줄기세포가 애초부터 불량 난 것이라면? 우리 세월과 노력과 돈이 너무 아깝지 않아? 너무 억울하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하지 않겠어? 난 건강한 세포에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온다고 믿어. 송 선생은 내가 얼마나 지독한 완벽주의자인지 알지? 나는 성격상 출발부터 불안한 상태의 난자로 실험하고 논문 쓴다는 거, 싫어. 솔직히 불안해. 그래서 지난 십 년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어렵게 꺼낸 말이니까 부디 거절하지 말아줘. 난 송 선생처럼 건강하고 지적인 난자가 꼭 필요해. 그래야 우리 배아줄기세포도 건강하게 지적으로 증식될 수 있을 테니까?

김 연구원은 오래전부터 실험쥐와의 대화를 시도해 왔다. 달리 표현하면 대화한다기보다는 실험쥐들의 달라진 행동, 몸짓, 뇌파, 귀의 움직임, 코털의 움직임, 앞발 뒷발의 움직임, 꼬리의 움직임, 몽뚱이의 움직임, 거기에 보태 털의 상태, 눈동자의 상태, 눈빛의 상태, 얼굴 근육의 변화, 얼굴 털의 변화, 체온, 그밖에 그들이 내는 소리들, 비명소리나 구애하는 소리, 웃음소리들, 찍찍, 킥킥, 특특, 끄르륵끄르륵, 삭삭, 걀걀··· 따위 여러 현상을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 자음과 모음을 버무려 문장을 만들어 내듯 그네들의 의도를 알아내는 작업이다. 그것은 김 연구원만의 타고난 본능도 아니요 신비한 초능력도 아니다. 십 년 넘게 동물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축적되고 체득된 노하우다. 반려동물과 오래 한 공간에서 살다 보면 반려동물과 교감되고 반려동물 마음이 읽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남자다! 대한대학병원에 입원하기 전날 아빠를 따라 구경 갔던 국민건강연구소에서 보았던 그 그림자 남자. 그날 이후 그 남자 옆모습이 자꾸 어른거렸는데, 직접 보게 될 줄이야! 한빛이 아빠와 함께 국민건강연구소 세포배양실에 들어갔을 때 김 연구원은 ‘편삼연’ 세포를 배양 중이었다. 그때 한빛은 한 치 흔들림 없이 눈앞 접시만 들여다보는 남자 옆모습에 충격받았다. 아빠 장대한 병원장을 앞세우고 다니면 의사건 간호사건 직원이건 만면에 과장된 미소를 머금은 채 허리 굽히기 바빴고, 아휴, 따님이 너무너무 이쁘게 생겼네요, 아부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과장된 미소도 배꼽인사도 아부성 발언도 없이 자신 일에만 몰두한 옆모습은 아름다웠다. 신비했다.

준비실 문밖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변미려는 남은 차를 입속으로 털어 넣으면서 입맛을 다셨다. 연구소 어디에고 따뜻한 물 한 잔 먹을 곳이 없다. 변미려가 일하는 3층 연구실에 딱 한 대 냉온 생수기가 있지만, 생수기 위에 거꾸로 올라앉은 커다란 생수통은 대부분 텅텅 비어 있었다. 빈 생수통을 내리고 새 생수통을 올리는 건 원칙적으로 천칠순 일이다. 생수가 떨어졌을 경우 생수를 주문하는 것도 천칠순 일이다. 즉, 연구소 자잘한 살림은 천칠순 몫이다. 하지만 변미려가 알기로 천칠순이 그 무거운 생수통을 내리고 올린 적은 한 번도 없다. 누군가 가뭄에 콩 나듯 생수라도 신청하면 천칠순은 노골적으로 짜증을 냈다. ‘일은 안 하고 물만 마셔요?’ 대놓고 핀잔주었다. 배명호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물 한 잔 마시려다가, 생수가 없다고 천칠순에게 한마디 했다가, 배 선생님은 일은 안 하고 물만 마셔요? 라는 핀잔을 들었고, 심 소장 귀에까지 들어갔다. 이후로 배명호는 천칠순을 벌레 보듯 기피했다. 연구소 사람들은 한 건물 떨어진 병원 식당에 가서 식은 보리차를 얻어 마실지언정 3층 연구실 생수기 앞에 컵을 들이밀고 기다리지 않았다. 집에서 보리차를 싸 오거나 일회용 생수를 사다 마셨다.

배명호도 꽃차를 끓이기 시작하면서 토끼들이 훨씬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꽃차 향기가 퍼지면서부터 쥐들이 훨씬 더 협조적이라고 했다. 소영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어깨로 웃자 김 연구원은 논문을 여럿 복사해서 보여주었다. ‘음악을 들은 오이’ ‘허브차를 마신 젖소’ ‘방목한 닭과 계란’ 등등 논문이었는데, 놀랍게도 음악을 들은 오이는 일반 오이보다 성장도 훨씬 빠르고 상태도 대부분 양호했으며, 허브차를 마신 젖소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했고 우유 맛도 더욱 진하고 고소했으며, 방목한 암탉은 달걀을 평소보다 두 배가량 더 낳고 껍질도 단단하고 노른자도 알찼다는 것이다. 고로 동물실에서 끓인 꽃차 향기가 직간접적으로 실험동물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을 거라는 추측이었다. 실험 당사자인 연구원들이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긴장이 이완되고 실험동물을 더 안전하게 다루고 주사도 잘 놓은 결과라는 것이다.

김 연구원 신신당부가 아니더라도 소영은 82-2 케이지를 교체할 때마다 심호흡해야 했다. 녀석은 케이지에 손만 대어도 기나긴 꼬리를 전갈처럼 빼 들곤 소영을 위협했다. 이제 쥐방 식구들은 케이지 교체 작업을 당연한 하루 일과로 받아들인다. 어떤 녀석은 케이지를 작업대 위에 올려놓으면 등을 돌려 꼬리를 바닥에 늘어뜨린 채 자, 얼른 저의 꼬리를 잡아주세요, 다소곳하게 소영 손길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소영은 실험쥐들이 지저분한 걸 꽤 싫어하는 데다 깔끔까지 떠는 걸 보고 놀랐다. 실험쥐들은 아무 곳에나 똥오줌을 싸지 않는다. 비좁은 케이지 공간일망정 일정한 장소를 정해놓고 일을 본다. 잠자리와 화장실을 구분한다. 어떤 녀석은 케이지를 교체해 주면 뽀송한 베딩 느낌을 즐기려는 듯 베딩 속으로 들락날락 호들갑 떨며 좋아라 한다. 그런데 82-2만은 끝내 소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케이지를 교체할 때마다, 허공을 베어 빼든 녀석 꼬리를 마주할 때마다, 소영은 쥐공포증에 다시 노출되었다.

‘억지 부리지 마. 너와 난 태어날 때부터 역할이 다른 걸.’

-억지? 쥐들은 실험동물 되는 게 당연하고 인간들은 실험동물 되면 안 된다는 법칙이라도 있어? 우리도 너희랑 똑같은 생명첸데, 세상 모든 생명체는 모두 각각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다 자유롭게 죽어갈 권리가 있는데, 왜 우리들만 너희들의 그 ‘의미’를 위해 머리통에 구멍이 나고, 밥통을 뜯기고, 심장이 파헤쳐지고, 주렁주렁 암 덩어리를 매달고 살아가야 하는데? 내가 왜 그놈의 ‘혈혈연’ 연구를 위해 온몸 피를 빼서 바치고 빈혈과 어지럼증과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데?

‘그건 나도 미안해. 하지만 어차피 시작된 실험이잖아? ‘혈혈연’ 연구도 곧 끝이야. 너나 나나 여태 고생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실험 결과도 못 보고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건 옳지 않아. 실험동물답지 않다고.’

-실험동물답다는 게 뭔데? 대체 누가 실험동물이라는 억지 피조물을 만들어냈는데?

김 연구원은 82-2를 실험동물로만 대해야 하는 현실이 슬펐다.

소영이 제1연구실 김수학 방문을 몰래 밀고 들어갈 때 배명호는 확실히 노선을 정했다. 이번에는 기다리지만은 않을 거라고. 그랬는데 작전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소영은 노영실에게 관심이나 질투를 드러내는 대신 토끼방 문을 닫아버렸다. 그 단호함에 계획에도 없던 기습 키스를 감행했다. 소영의 떨리는 목소리, 화난 듯한 비질. 마음을 뇌파로 바꾸면 어떤 문양으로 쓰여질까. 썸이 시작되는 단계는 어떤 야릇한 부호로 쓰여질까. 배명호는 소영 비질마다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쓸려나가는 것 같았다. 배명호는 빗자루로 얻어맞은 뺨을 쓸었다. 소영 입술이 남아 있는 입술을 더듬었다. 보드랍고, 차갑고, 뜨겁고, 비수 같은 감촉, 노영실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감촉이었다.

어떤 게 진짜 내 마음일까. 생각을 곱씹어도 두 마음 모두 진짜였다. 다만, 각각 마음이 색깔이며 온도가 다를 뿐이다. 김 연구원에 대한 마음은 하얀색에 절대 온도에 가까운 마음이라면, 배명호에 대한 마음은 빨간색에 상대 온도에 가까운 마음이다. 김 연구원에 대한 마음은 일정하고 감정 기복이 없다. 반면 배명호에 대한 마음은 차갑고 뜨겁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 김 연구원에 대한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고, 배명호에 대한 마음은 상황과 세월에 따라 변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굳이 사랑에 비유한다면 김 연구원에 대한 사랑은 영원불변할 것 같고, 배명호에 대한 사랑은 뜨겁게 불타올랐다가 어느 순간 온전히 사그라질 것 같다. 김 연구원은 어떤 경우에도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배명호는 소영 자신이 되었든 배명호가 되었든 누군가 한 명은 곁을 떠나야만 할 것 같았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인간은 정말 만물의 영장인가”
실험쥐와 인간 연구원의 비극적 공존을 그린 문제작!
이진-정환 장편소설 「81실종사건」 출간!


작가의 말

세상에는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많은 생명과 생명 활동이 있지만 이런 생명체와 이런 생명 활동도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세상의 모든 생명체 중 한 부류일 뿐이다. 그런 자각만 겸비한다면 세상의 모든 생명과 생명 현상에 조금은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은 더 감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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