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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
1부. 어느 외과의사의 비망록 위암 환자 이야기 “먹은 거 다 토했어요.” 살과 피 백신패스는 끝났지만 의료인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산다 고흐의 방에서 ‘Home’에 대해 생각하다 십이지장암 환자 이야기 에티오피아에서 온 환자 이야기 짧다고 가볍지는 않은 2월이 지나가고 있다 한식일이다 공공병원에서 일한지가 20년이 되었다 유방암 환자 이야기 연봉협상보다 짜장면이 소중해 치질 수술 후 직장암 수술, 그리고 위암 수술 진행한 날 2부. 고단한 육체와 치열한 영혼 인천에서 인생 3막이 시작하는 날 Sims’ Position은 어렵다 언제나 태양을 등지고 달려가는 삶 봄, 가을 학회 동색 9월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 유방암 학회도 간다 의사의 삶은 버티기의 연속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가을엔 학회, 또 학회 나드 향 가득한 공간 진료실의 불편한 진실 이야기 일상예찬 오평하기 건강검진을 했다 언제 꽌도? 회진은 짧게, 기도는 길게 식도암 연구회 워크숍 출퇴근 시간과 행복의 공식 ACKSS 2024 학회 참석 수술대 위보다 더 서늘한 외과 학회장 만사형통 위암 강의 준비 모닝 커피와 여우원숭이 커피 마시는 건 나의 일 가운 속에 감춰진 나의 진짜 본분 전도서 말씀은 고구마와 함께 먹어야 부산 여행 눈 내려 해피한 날 눈이 오면 생각나는 일들 천기누설은 위험해 자기연민은 최악이야 하루의 모든 수고를 짊어지고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 신장암 환자 이야기 크리스마스 이브 선물 위암 수술이 힘들 때도 있다 지하철 앉을 때 조심해야 하나? 전이성 간암 환자의 항암 치료 쉬면서 음사질 가슴이 두근거려 파이터의 퇴근 결국 타이레놀을 먹었다 무슬림 환자를 만나는 날 CT와 커피 한 잔 나날이 바쁘지만 그래도 괜찮아 병원 환자 징크스 강의 준비는 즐겁다 당직은 힘들어 체력을 길러야 해 당직비는 아프리카로 고향에 다녀왔다 돈, 시간, 건강. 좋은 경험을 가진 자가 참 부자다 러시아인들은 갑상선 환자가 많은 것 같다 여보, 우리 다시 결혼할까? 쉬는 건 어색해 외과는 바쁜 게 당연한 건데. 그래도… 3부. 멈춤, 그리고 새로운 이정표 이니스프리의 호도 FORS 2025 학회를 참석하고서 외과 실습 학생이 왔다 성공한 인생이란 내 산타페 생일잔치 성형 수술하는 외과 의사 나의 화살, 나의 축복 본질에 집중하는 인생이 되자 아반떼 하는 인생 수술도 많고 비가 와서 더 긴 하루 Prove yourself 도토리 유방암 환자 이야기 퇴직 인사들 Free Again!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백수의 제왕, 메스 대신 주걱을 들다 거룩한 백수의 조용한 아침 후기 기록하는 인간 작가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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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바쁜 진료와 수술 사이, 이런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의료 기록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험한 세상 속에서 그 이야기를 읽은 누군가가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다면, 그 한 걸음이 삶을 향한 용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p.14 오랜만에 수술실에서 살을 째고 피를 목격하는 순간, 나는 다시금 이 살과 피에 대해 묵상하게 된다. 그것은 단지 생물학적 물질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과 신앙의 깊이를 되새기게 하는 상징이 되기 때문이다. --- p.26 필수과 의사의 삶이란 늘 긴장과 피로, 그리고 버티기의 연속이다. 일상 속에서 누군가가 직접적으로 필요를 요청하지 않는 한, 그 사람을 위해 내가 쓸 수 있는 힘은 점점 고갈되어갈 뿐이다. 숨을 쉬고, 그저 살아내며, 이 어려운 시기가 언젠가 지나가길 소망할 뿐이다. --- p.101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냐고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 말보다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거짓 없는 눈의 단어들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눈 속에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들어있도록 주님이 만드셨기 때문이다. --- p.169 문제는 공공병원에서 이런 빈곤 노인들, 쪽방 거주자들, 외국인 노동자들을 진료하기엔 의료진도 역부족이고, 이런 진료만 하기엔 병원 적자를 해결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나로선 정말 최선을 다해 지난 1년간 이 병원의 경영 정상화와 지역 소외 계층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다. --- p.283 그래서 우리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달리 ‘호모 아키비스트(Homo Archivist)’ 즉, 기록하는 인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신은 창조했지만 인간은 기록하기 때문이다. --- p.322 글로 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게 중요한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게 무엇인지 구분이 돼요. 그러면 불필요한 데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되고요. 기록은 제 일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게 하는 도구이자, 내면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예요.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질병의 시작과 끝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제 삶을 돌아보곤 해요. ‘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거죠.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는 하루하루, 아무 일 없이 숨 쉬고 일상을 이어가는 게 사실 가장 큰 기적이에요. 평범함의 가치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저는 그 표현을 조금 바꿔서 ‘인생은 짧고 기록은 길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먼 미래에 누군가 제 글을 보게 된다면, 거창한 평가보다는 ‘이 외과 의사가 참 열심히 살았고, 또 성실하게 기록을 남겼구나’ 하고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 작가 인터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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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의 가파른 경계선인 수술대 위에서 30년을 버텨온 베테랑 외과 의사가 이번에는 메스 대신 펜을 들었다. 국립중앙의료원 외과 과장 신동규 저자는 척박한 공공의료의 최전선에서 마주한 수천 명의 환자들을 단순한 ‘질병’이 아닌 하나의 ‘존엄한 삶’으로 기록해낸다. 새벽 응급콜의 긴박함부터 가난과 고독 속에 수술대에 오르는 이들을 향한 애틋한 시선까지 담아내면서도, 문장 곳곳에 툭툭 던지는 듯한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짙은 사람 냄새가 배어 있어 묘하게 친근한 매력을 자아낸다. 담백하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 뜨거운 진료 일지는, 일상의 무게에 지쳐 삶의 의미를 놓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 내일을 살아낼 단단하고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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