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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800일의 현장 기록, 무너진 질서와 다시 그려지는 패권의 지도
프롤로그 저널리스트는 왜 전쟁터에 가는가 Part 1. 전쟁은 어떻게 일상이 되는가? 1장 전후방이 사라진 나라 2장 ‘흙수저’ 시민들의 결사 항전 3장 드니프로강의 어둠과 드론 사냥꾼들의 밤 4장 전쟁이라는 환경 속 거세된 연민의 자리 5장 예술이 떠난 자리에 들어선 밀랍 영웅들 Part 2. 전쟁이라는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 6장 휴지 조각이 된 ‘부다페스트 각서’ 7장 안전지대의 소멸, 전선은 어디에나 있다 8장 드론이라는 비정한 게임체인저 9장 전장에 선 북한군과 새로운 전선 Part 3. 흑해와 중동, 흔들리는 세계의 축 10장 조지아의 딜레마, 공포는 어떻게 열망을 꺾는가? 11장 전쟁의 틈새 속 흑해를 둘러싼 욕망 12장 첨단 무기보다 강력한 지정학의 힘 13장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분쟁의 시대가 열리다 14장 폭주하는 중동 예고된 전면전과 미국의 오판 Part 4. 새로운 철의 장막 15장 다음은 내 차례라는 공포 16장 이제부터 안보는 각자도생의 길로 17장 우크라이나라는 거울, 유럽은 군비 확중 중 18장 핀란드, 질 수 있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19장 눈에 보이지 않는 침공 20장 동맹의 근간이었던 미국의 비정한 변심 Part 5. 한반도로 향하는 전쟁의 부메랑 21장 비극의 통로, 극동 러시아와 블라디보스토크 22장 고립 동맹은 어떻게 한반도의 안보를 뒤흔들었나? 23장 ‘북·러 군사동맹 부활’이라는 거대한 해일 에필로그 찰나의 목격자, 긴 슬픔의 기록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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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평시가 아닌 ‘전쟁의 시대’다. 전쟁의 본질과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내 삶이 위협받는 그런 시대다. 세계 도처에서 그 명분조차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전쟁들이 쉽게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패권국이 주도하는 질서 속에서, 적어도 세계가 어디로 향하는지, 그 방향만큼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면서도 내가 몸담은 나라와 지역, 국제관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와중에 갑자기 전쟁이 발발한다.
--- p.8 함께 싸운 동료를 잃고 멍하니 앉아 있는 군인, 전사 통지서를 받고 절규하는 가족, 심지어 포로로 붙잡혔다 귀환하는 병사들을 붙잡고 내 남편과 아들, 딸을 보지 못했냐며 오열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은 저널리스트로서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현장에서 ‘감정 소모’를 넘어 후속 취재가 힘들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고, 실제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에 시달리기도 한다. --- p.15 러우전쟁은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부터는 최소한 전후방의 구분은 비교적 뚜렸했다. 하지만 드론과 미사일은 전후방을 구분하지 않는다. 전투가 가장 치열한 동부전선에서 5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수도 역시 마찬가지다. 밤과 새벽 사이 날아오는 미사일과 드론이 자신의 집으로 들이닥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공습 경보에 귀를 기울이는 민간인들, 그리고 초조한 눈으로 전방의 적을 주시하며 하늘 위를 맴도는 드론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군인들의 처지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전쟁, 이것이 지금 러우전쟁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미래전쟁의 본질이다. --- p.28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들은 대부분 드니프로강을 따라 내려온다. 드론이 목표 지점까지 비행하는 데 있어 고층 건물들은 큰 장애물이다. 그러나 층층이 높은 건물들이 자리한 도심을 공격하려면 낮게 비행하면서 레이더를 피해야 한다. 이때 도심을 흐르는 강은 최적의 길이다. 저공비행을 하며 공격 목표에 다가설 때까지 드론으로선 이보다 더 좋은 루트가 없는 것이다. --- p.55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도 서로 적이지만 상호 간 존중과 연민의 정신이 발현되곤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벨기에 이프르 전선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독일군과 영국군 양측 병사들이 함께 캐럴을 부르며 참호 밖에 널브러져 있는 전우들의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그들만의 휴전’을 러우전쟁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배경에는 양측 간 포로를 상대로 한 잔혹 행위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론의 전면적인 등장으로 인간적인 갈등의 여지가 줄어든 것도 더욱 참혹해진 현대전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 p.71 과거에는 최고의 사격 실력을 자랑하는 이른바 ‘스나이퍼’들은 보병들에게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스나이퍼의 역할을 드론이 맡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몇 날 며칠간 한순간도 쉬지 않고 표적을 추적하면서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그 어떤 연민도 느끼지 않는 잔혹한 드론의 시대를 맞아, 기계의 공격으로부터 일선 지휘관들을 지키는 문제가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p.112 이로써 두 나라는 주변 세력을 통해 대리전을 수행하던, 이른바 ‘그림자 전쟁Shadow War’을 벗어나 직접 서로의 본토를 타격하는 전면전의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12일간의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미국과 카타르의 긴급 중재로 공식 휴전에 들어갔지만, 이는 평화가 아닌 ‘불안정한 정전’에 불과했다. --- p.201 대한민국으로서는 군사강국인 러시아가 북한과 ‘자동개입조항’이 포함된 군사동맹을 맺고 유사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면서 북-러 군사동맹이라는 동력까지 얻게 된 것은 한반도의 안보적 위기와 불안정성을 더욱 고조시키는 일대 사건이었다. --- p.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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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_트로츠키 금철영 기자가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곳은, 눈앞의 포성이 멈춘 뒤에 찾아올 세계의 더 깊고 본질적인 변화다. 우리는 오랫동안 강대국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안전을 보장받으며, 내일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 그러나 저자는 30년간 외교와 안보의 행간을 추적해 온 관록을 바탕으로, 그 견고해 보이던 질서의 축이 완전히 부서졌음을 선언한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 일어나는 분쟁들은 일시적인 충돌이 아니라, 기존의 규칙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다는 명백한 신호다. 저자는 독자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대신, 우리가 굳게 믿고 있던 안온한 관성에서 벗어나 문명과 질서의 이면을 냉정하게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저자는 뉴스의 중심에서 밀려난 이들의 삶을 따뜻하게 안아 들며, 이 비극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담담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강인경 작가가 종이 위에 한 선 한 선 밀도 높게 채워 넣은 세밀한 펜화들은 저자의 묵직한 필치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전쟁 이후의 세계 이미 시작된 미래》의 흐름은 먼 나라의 비극을 거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실존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동맹의 냉혹한 셈법과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속에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가 현장에서 길어 올린 뼈아픈 교훈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섣부른 희망이나 당위적인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아날로그적인 시선에 갇혀 다가올 미래의 리스크를 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더 크게 눈을 뜨고 판의 본질을 직시하라고 나직하지만 힘주어 말한다. 강인경 작가의 깊이 있는 그림과 함께 흐르는 이 명정한 기록은, 우리 삶을 에워싼 안보의 안개를 걷어내고 거대한 역사의 전환기 속에서 스스로 설 자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