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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생태학
인간·자연·공동체·영성을 하나로 읽는 새로운 생태철학 양장
심규한
모시는사람들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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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1부 생태철학

새로운 출발을 위해 - 심층생태
자연의 미적 체험
자연의 아우라
산은 내 안에 무늬를 넣는다
아모르 아모르! - 사랑의 코나투스
고통과 사랑의 코나투스
판단 비판
차축 혁명
힘과 권력
힘/함론
큰오색딱따구리와 ‘함’ 철학
숲에서 - 자연 힘론
삶론
자연 안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
쉼과 삶
사람이 하늘이다 물건이 하늘이다

2부 새로운 주체

거부하라, 시작하라
주체와 열반사회
새로운 주체, 혜월스님
참나의 각성
한나의 삶
하느님의 뜻
생활혁명론 - 생존에서 삶으로
버섯 - 주체의 전략
제네시스
나는 엄마다

3부 사회생태

인간생태 복원을 위해
이코노미에서 폴리틱스로
공동체의 살림살이
뿌리 끊기, 뿌리 박기
좋은 삶과 자립
노동의 거부와 사회적 노동
공동체와 자본주의
사회적 자유와 사랑
권력의 탄생
기계 밖의 삶
인간적 도구를 위하여

4부 공유사회

생태적 사고
유럽이 대안은 아니다
노아와 비박
나무를 심은 사람 - 공공의 정치
대안은 기관이 아니라 공동체다
선물 공동체 -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시대
공통감각과 공유지
공유인 - 우리를 위해
공유지의 비극의 비극
돈은 산으로 흐르고 땅으로 스며 사라져야 한다
정원 이야기
가족의 탄생

참고도서

저자 소개 1

대안학교 교사, 시인, 생태주의자. 바닷가에 위치한 강진의 대안학교에서 일하며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배우고 생태적 길을 찾고 있다. 생태적 시각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기 위한 시 쓰기를 일관되게 하고 있다. 그의 시에는 강과 산과 바다에서 만나고 배운 자연이 풍부하게 등장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강하게 담겨 있다. 2008년 시마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지은 책으로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2013),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2014년 세종도서 선정),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2014), 시집 『지금 여기』(2
대안학교 교사, 시인, 생태주의자. 바닷가에 위치한 강진의 대안학교에서 일하며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배우고 생태적 길을 찾고 있다. 생태적 시각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기 위한 시 쓰기를 일관되게 하고 있다. 그의 시에는 강과 산과 바다에서 만나고 배운 자연이 풍부하게 등장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강하게 담겨 있다. 2008년 시마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지은 책으로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2013),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2014년 세종도서 선정),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2014), 시집 『지금 여기』(2016), 사회에세이 『세습사회』(2017), 『세계는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공저, 2020), 『네가 시다』(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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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52*225*18mm
ISBN13
9791166292705

책 속으로

천성산 하나도 끊임없이 경이를 자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산도 깊게 길게 만나는 맛이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경이(驚異)가 크고 거대한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틈틈이 숨어 있다. 문제는 일상 틈틈이 숨어 있는 경이를 무심코 지나치는 것이다. 크고 거대한 경이가 늘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고 외부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면, 일상의 소소한 경이는 내 마음에 따라 언제든 새롭게 발견하고 가꾸어 갈 수 있는 주변에 널려 있는 것이다. 하나는 노력해도 쉽게 가질 수 없고, 다른 하나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질 수 있다. 숭고한 체험은 특별하지만 우아한 체험은 일상적일 수 있다.
--- p.28

우리 땅은 어떠한가? 나는 수운 최제우의 동학에서 이를 가장 극적으로 만난다. 수운의 말은 ‘시천주(侍天主)’로 압축된다. 모든 사람이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 즉 신이 내 안에 있다. 해월 최시형은 인시천(人是天), 의암 손병희는 인내천(人乃天) 곧 ‘사람이 하늘이다’로 표현하였다. 이는 스피노자에게도 이미 내재된 사고였다. 스피노자에겐 신이 곧 자연이다. 신이 자연에 내재해 있다. 그런데 사람도 자연이다. 그러므로 사람에도 신이 내재해 있다. 존재 또한 자연이므로, 모든 존재에 신이 내재해 있다.
--- p.114

생활은 아름답지만 생존은 비참하다. 생존을 말해야 할 수준이라면 인간과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존은 이미 동물 차원으로 인간 실존이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모든 비참은 생존의 비참에서 비롯된다. 정치경제적 권력에 의해 우리는 생존 차원에서 비참한 세계를 살아간다. 도처에 생존 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생필품은 생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의식주의 기본이 그렇다. 영하의 날씨에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따뜻한 집과 이불이 필요하다. 옷도 필요하다. 음식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필수품 항목은 갈수록 늘어났다. 냉장고, 전화, 컴퓨터, 자동차, 아파트 등 생필품이 갈수록 많아지고, 그 모든 것을 사야 한다. 세계화가 진행되며 세계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 늘었다. 더 이상 자급자족할 수 없다.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자립 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 p.170

이것이 버섯의 전략이다. 주류의 눈으로 보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균사들의 삶처럼 서식지를 확보해 생애의 전부를 조용히 확장하고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할 뿐이다. 그러다 기회가 오면 소통 가능한 성체로서 버섯을 피워 세상에 포자를 날리고 더 넓은 연대를 만들어 간다. 균사의 삶은 눈에 띄지 않는 비가시적인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서식환경인 토착과 가장 밀착한 채 살아가는 방식이다. 생태적 삶이란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삶을 이루어 가며 소통하고 조화를 만들어 가는 삶을 말한다.
--- p.180

여기서 ‘살림’의 의미를 좀 더 정리하고 넘어가자. ‘살림’은 ‘살리다’의 어간 ‘살리-’에 명사형 접미사 ‘-ㅁ’이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살리다’는 말은 죽게 하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는 말이다. 나 아닌 대상의 생명 지속을 위해 힘쓰는 행위를 가리킨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오이코노미아를 우리말 살림살이로 번역하는 이유는 살림살이가 나뿐 아니라 가족이 살아가도록 하는 모든 활동이기 때문이다. 가족공동체를 유지하는 일체의 행위가 살림살이다. 경제(이코노미)의 기원이 살림살이이듯 조선시대 조상들도 가족 공동체의 살림살이를 경제(經濟)라 불렀다.
--- p.207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효율적인 도구는 적은 힘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실현시켜 준다. 생존의 필요를 충족하게 되면 인간은 새로운 가능을 실험할 자유를 얻게 된다. 새로운 가능은 능동적 자유의 영역이다. 예술은 가능의 순수한 실현이며, 생활문화는 예술적 창조에 의해 좀 더 풍부하게 가꿔진다. 이러한 자유의 성취가 행복감으로 이어진다. 내가 말하는 자유는 앞에서 말한 지배에 대한 거부의 자유가 아니다. 적절한 도구의 사용으로 증대된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자유를 가리킨다. 창조적 자유는 여유와 가깝다.
--- p.263

그런데 왜 우리는 공유지의 비극을 받아들였을까? 무한경쟁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나 공동체가 아니라, 오직 사익 추구를 삶의 목적으로 삼는 사회에 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공유지가 없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 같은 생각은 인류사에서 지극히 예외적이고 천박한 사고다. 폭력적인 서구 자본주의에 의해 초래된 현상이다. 개럿 하딘(1915-2003, 미국)의 ‘공유지의 비극’이나 홉스(1588-1676, 영국)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나 서구 자본주의 인간의 현실을 자연에 투영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 p.320

출판사 리뷰

생태위기의 시대, 왜 다시 ‘통합생태학’인가

오늘날 생태위기는 더 이상 환경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재난, 생물다양성 붕괴, 지역 공동체의 해체, 정신적 소진과 우울, 돌봄의 붕괴, 기술 의존의 심화는 서로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위기 체계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의 대응은 대체로 분절적이다. 환경은 환경정책의 문제로, 경제는 성장의 문제로, 인간의 정신적 위기는 심리치료의 문제로 따로 다루어진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분절에 맞서 등장했다. 이 책은 생태를 단순히 자연보호의 영역으로 축소하지 않고, 인간 존재와 공동체, 경제와 기술, 정신과 영성까지 함께 사유해야 할 총체적 문제로 재구성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정신생태-사회생태-인문생태-자연생태”라는 네 층위의 생태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여기서 생태는 단순한 환경 담론이 아니라, 삶과 존재 전체를 조직하는 관계망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환경학이나 생태윤리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문명론적 저작에 가깝다.

천성산 화엄늪에서 시작된 사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의 사유가 추상적 이론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규한의 생태철학은 경남 양산 천성산 화엄늪에서의 생활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는 2015년부터 몇 해 동안 천성산에 머물며 자연의 리듬과 생명의 움직임을 몸으로 경험했다. 그러나 그 자연은 결코 낭만적 풍경이 아니었다. 골프장 개발, 산업단지 조성, 원전과 사드 배치, 고속철도 건설, 관광 자본의 침투가 동시에 밀려오는 공간이었다. 저자는 바로 그 현장에서 생태위기를 “자연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인간 삶의 위기”로 체감한다. 이러한 경험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그는 생태위기의 핵심을 단순한 오염이나 자원 고갈이 아니라 “주체의 붕괴”에서 찾는다. 인간은 더 이상 세계와 연결된 존재로 살아가지 못하고, 생산과 소비의 회로 속에서 기능적 부속품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적 전환은 정책 조정이나 기술 개선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인간 존재 방식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철학과 종교, 생태와 공동체를 가로지르는 통합적 사유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사유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점이다. 저자는 스피노자와 가타리, 심층생태학과 사회생태학, 동학과 불교, 노자와 원효를 넘나들며 독특한 생태철학을 구축한다. 특히 “사람이 하늘이다”를 넘어 “물건도 하늘이다”라는 표현은 이 책의 핵심 통찰 가운데 하나다. 인간뿐 아니라 사물과 자연까지 관계성과 존엄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는 급진적 생태존재론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버섯균사체를 미래 공동체의 모델로 읽어 낸다. 균사체는 중심 없이 퍼지고 연결되며 서로 양분을 교환한다. 저자는 여기서 미래 사회의 새로운 주체 형식을 발견한다. 경쟁과 위계 중심의 조직이 아니라, 느슨하지만 강하게 연결된 네트워크형 공동체의 가능성이다. 이러한 상상력은 생태담론을 단순한 환경주의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사회구성 원리 자체에 대한 사유로 확장시킨다. 특히 “경제는 시장이 아니라 살림살이”라는 관점은 오늘날 생태정치 논의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는 경제를 성장과 소비의 체계가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고 생명을 돌보는 활동으로 다시 정의한다. 노동·돌봄·공유지·공동체 문제를 함께 묶어 내는 이러한 시각은,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 사회론으로서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생성의 글쓰기’라는 독특한 형식

이 책은 형식면에서도 독특하다. 일기·에세이·철학적 단상·현장 기록이 교차하는 “생성의 글쓰기”를 택한다. 저자 스스로도 중복과 비약, 우연과 돌출을 하나의 생명적 흐름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힌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논리적 개념 설명 사이로 천성산의 풍경, 생태적 체험, 공동체와 생활세계에 대한 사유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 때문에 이 책은 단순한 학술서와는 다른 독특한 호흡을 가진다. 독자는 철학 개념을 읽는 동시에 한 사람이 자연 속에서 사유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게 된다. 이는 생태철학이 책상 위 개념 조작이 아니라, 삶의 경험 속에서 생성되는 사유라는 점을 보여 준다.

생태문명 전환의 가능성을 묻는 책

무엇보다 이 책의 중요한 가치는 생태를 “보호”의 문제에서 “문명 전환”의 문제로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저자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재난 관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간과 자연, 기술과 공동체, 생산과 돌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조직하라는 요청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거대한 혁명 담론을 외치지 않는다. 대신 생활양식의 변화, 공동체적 연결, 공유와 돌봄, 인간적 기술,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 같은 작고 구체적인 전환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 책은 환경운동의 책이면서 동시에 철학서이고, 공동체론이면서 영성론이며, 사회비평서이면서 미래 문명론이다. 결국 이 책이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존재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바로 그 질문이야말로 오늘의 생태위기 시대에 가장 근본적이고도 절박한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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