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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읽다 사람을 듣다
소리의 강물에 새겨진 당신의 연대기
지성호
메소테스 20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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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시인과 음악 외로운 섬, 영혼의 버팀목

첫째 묶음 고통과 구원의 연대
하나. 새, 철조망 위로 날다: 메시앙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둘. 전선의 캐럴: 아당 〈오, 거룩한 밤〉
셋. 고립된 절망의 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

둘째 묶음 혁명의 깃발
하나. 신이시여, 너무나 어둡습니다!: 베토벤 『피델리오』
둘. 사랑, 단두대에 오르다: 조르다노 『안드레아 셰니에』
셋. 무너지는 조국: 베르디 『나부코』

셋째 묶음 영혼의 그림자
하나. 그림자를 찾아서: 슈트라우스 『그림자 없는 여인』
둘. 황금 송아지: 쇤베르크 『모세와 아론』
셋. 장미엔 가시가 있어: 괴테와 베르너 〈들장미〉
넷. 안개 속의 기억: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넷째 묶음 욕망의 끝
하나. 영원히 여성적인: 구노 『파우스트』
둘. 주검과의 키스: 슈트라우스 『살로메』
셋. 황홀한 죽음: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넷. 세상을 구한 바보: 바그너 『파르지팔』

다섯째 묶음 경계를 허물다
하나. 수도원의 색소폰: 가르바렉 『오피치움』
둘. 계시의 성가: 힐데가르트 『덕의 질서』
셋. 아름다운 거짓: 알반 베르크 『보첵』

여섯째 묶음 은둔자의 노래
하나. 예언자의 묵시록: 베를리오즈 『트로이 사람들』
둘. 세상의 모든 아침: 생트 콜롱브 『두 대의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한 협주곡』

에필로그: 소리의 강물에 새겨진 당신의 연대기

저자 소개 1

작곡가이자 교수로서 왕성한 작곡 활동과 함께 대학에서 음악이론과 작곡을 가르쳤다. 주된 작곡 영역은 오페라와 같은 대형 총체예술이다. 2002년 월드컵 기념 문화공연의 일환으로 전라북도 전주시로부터 위촉받은 대서사 음악극 《혼불》(최명희 원작)이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작곡한 일곱 편의 창작오페라들 가운데 《흥부와 놀부》(2018)는 제3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소극장 부문 최우수상을, 《논개》(2011)는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 연출가상, 최우수 가수상을 수상했고, 《루갈다》(2014)는 국립오페라단 창작산실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 민간단체 오페
작곡가이자 교수로서 왕성한 작곡 활동과 함께 대학에서 음악이론과 작곡을 가르쳤다. 주된 작곡 영역은 오페라와 같은 대형 총체예술이다. 2002년 월드컵 기념 문화공연의 일환으로 전라북도 전주시로부터 위촉받은 대서사 음악극 《혼불》(최명희 원작)이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작곡한 일곱 편의 창작오페라들 가운데 《흥부와 놀부》(2018)는 제3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소극장 부문 최우수상을, 《논개》(2011)는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 연출가상, 최우수 가수상을 수상했고, 《루갈다》(2014)는 국립오페라단 창작산실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 민간단체 오페라단 최고의 축제인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창작오페라 《논개》, 《루갈다》, 《흥부와 놀부》, 《달하 비취시오라》(2019)가 선정된 것은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이 작품들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올려질 때마다 평단과 언론, 관객들로부터 상찬을 받았다.
이 밖에도 전주시 예술상 음악부문, 목정문화상 음악부문을 수상했고, 한국 오페라 작곡가 베스트 10에 선정(비평가 그룹)되는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2020)와 『아버지는 14세 징용자였다』(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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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148*210*20mm
ISBN13
9791199830103

책 속으로

흔히 예술가라 하면 아등바등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과 동떨어진 채, 오직 자신만의 고독한 동굴에서 꿈을 먹고사는 몽상가로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예술가는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메시앙이 그 증거입니다. 그 기록은 건조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예술가의 심성에 포착된 미묘한 정서의 세계를 담아내는 것입니다.
---p.22

감시의 눈이 번득이는 체제의 폭압을 뼈저리게 경험한 쇼스타코비치는 단단한 길조차 살얼음판을 걷듯 살피고 또 살피며 걸어야 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결코 승복하지 않았던 쇼스타코비치는 끊임없이 솟구치는 체제에 대한 의구심에 잠 못 드는 밤이 많았습니다. 표현의 자유, 얼마나 목마른 것이었겠습니까.
---p.51

우리는 흔히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말의 숨은 진의는 예술가들은 정치적 현실이나 사회적 문제에 눈을 감고, 여름날의 베짱이처럼 그저 노래만 부르라는 것으로 들려 상당히 모욕적입니다. 예술은 현실과 분리된 유리병 속의 진공 상태에서는 자라나지 않습니다.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은 언제나 인간이 발 딛고 선 땅, 곧 사회라는 토양 위입니다.
---p.68

그러니 불행한 사람들이여, 너무 서러워하지 맙시다. 베토벤의 드높은 정신이 그의 음악을 통하여 우리와 더불어 있는 것입니다. 그의 노래로 우리 자신을 북돋웁시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잔약할 때는 그의 무릎 위에 잠시 머리를 고이고 쉽시다. 그는 포근한 위로의 품에 우리를 감싸안아줄 것입니다.
---p.76

괴테는 왜 하필 철없는 아이를 내세웠을까요? 그게 아이들의 본성임을 말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탐나는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잠시 들떠 흥분하다가 이내 부숴버리는 아이의 속성을 말입니다. 이처럼 베르너의 아름다운 선율에만 취해 그 안에 담긴 깊은 교훈을 놓쳐서는 안 될 노래가 바로 〈들장미〉이기도 합니다.
---p.139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의 사랑은 현실의 단단한 땅이 아닌, 안개와 달빛, 물의 이미지와 침묵의 여백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들의 감정은 드뷔시의 음악처럼 명확한 화성으로 귀결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 불협화음처럼 부유하며 존재의 신비를 유지했습니다.
---p.154

그녀가 키스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죽음이었습니다. 이러한 결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비극적 결함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방식’과 일치합니다. 오페라 『살로메』는 인간 운명의 필연성을 탐구하는 비극적 서사이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비극의 원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강렬한 작품입니다.
---p.177

바그너는 위대한 작곡가이자,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연출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이나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하면 대중의 화젯거리가 되게 할 수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알았던 사람입니다. (202~203쪽)

힐데가르트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태초의 낙원에서, 최초의 남자와 최초의 여자가 신을 찬미하는 바로 그 노래를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힐데가르트의 음악을 전문적으로 노래하는 그리스 출신의 소프라노 엘레니 리디아 스타멜루의 목소리로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p.226

보첵이 내뱉는 “몸이 차가워지면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못하지! 이젠 아침 이슬을 맞아도 춥지 않을 거야.”라는 말은 오싹하고 섬뜩합니다. 지문(地文)조차도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단도직입적으로 “목에 칼 을 꽂는다”고 말합니다. 거칠고 적나라하고 황폐할 뿐입니다. 인간의 실존이 극한으로 몰릴 때 인간이 저지르는 타락은 이토록 잔인합니다.
---p.234

한편 ‘사후의 명성이라니,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예술가는 ‘누가 기억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기억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종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p.259

우리의 삶 역시 수많은 주제와 라이트모티프(Leitmotif)로 이루어진 한 편의 오페라와 같습니다. 기쁨과 슬픔을 날줄과 씨줄 삼아 직조한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인물이나 장소는 저마다의 고유한 선율과 함께 저장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p.276

출판사 리뷰

한 음에 한 발자국
삶이라는 악보 위에서 펼쳐지는 구원의 선율
저자는 박남준 시인이 캄캄한 산중과 장마철 폭우 속에서 마이클 호페의 〈더 웨이팅〉을 들으며 지독한 고독을 견뎌낸 강렬한 풍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고독의 섬’에서 출발한 여정은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거대하고 잔혹한 고립의 공간들로 확장된다. 본 장에서는 포로수용소라는 최악의 조건을 지닌 ‘철조망의 섬’에서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가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역사적인 날, 전쟁의 참혹한 최전선인 ‘총성의 섬’에서 프랑스군과 독일군이 총알 대신 캐럴을 주고받던 감동적인 순간, 그리고 쇼스타코비치가 ‘절망의 섬’에서 겪어낸 레닌그라드의 풍경을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예술마저 AI의 전유물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감도는 우리 시대에,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스스로의 삶이라는 악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거장들의 거대한 서사에서 멈추지 않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의 외로움과 상처로 끊임없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저자 자신이 겪었던 쓰라린 폭력과 소외의 경험은 독자 개개인의 삶에 새겨진 외로움의 기억을 자극할 것이다. 또한 음악을 통해 상처받은 존엄을 회복하고 번번이 구원을 받았다는 저자의 고백은, 각자 자신만의 섬에서 분투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오페라보다 더 오페라 같은
작곡가들의 인생 이야기
우리는 흔히 오페라를 무대 위의 가장 극적인 예술이라 부른다. 그러나 『음악을 읽다, 사람을 듣다』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보다 더 치열한,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삶이다. ‘태양왕의 음악가’라 불리며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으며 군림했지만 자신의 지휘봉에 찔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장 바티스트 륄리,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며 음악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한 생트 콜롱브 등 음악 뒤에 숨겨진 때로는 충격적인, 때로는 감동적인 작곡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흥미롭게 풀어가며 그들의 음악을 보다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는 질료를 제공한다.
아울러 이 책은 ‘청독(聽讀)’이라는 공감각적 독서를 지향한다. 각 장에는 배치된 QR코드에는 추천 음원이 실려 있어, 책을 읽는 동시에 글 속에서 언급되는 음악을 그때그때 바로 감상할 수 있다. 눈으로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귀에서는 클래식이 울려 퍼지고, 이는 곧 단순한 음악이 아닌 작곡가의 내밀한 속삭임 내지 심장 박동을 듣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음악,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기록
음표마다 새겨진 빛나는 투쟁의 순간들
저자는 고전과 현대 음악의 거장들이 남긴 악보를 ‘음향의 조합’이 아닌, 당대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거대한 ‘인간의 연대기’로 해독한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가들은 대중의 환호를 위해 자신의 내적 진실을 저버리는 ‘예술적 배교’를 과감히 거부한 ‘순교자’와 같은 영혼들이다.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의 바탕에 과거의 거대한 역사가 응축된 처절한 외침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독자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연대기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치게 될 것이다.

이들이 남달랐던 것은 그들이 처한 추악한 현실과는 전혀 반대편에 있는, 심금을 파고드는 진실의 소리를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것이 음악이 지닌 존재의 가치이자 위대한 힘입니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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