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시인과 음악 외로운 섬, 영혼의 버팀목첫째 묶음 고통과 구원의 연대하나. 새, 철조망 위로 날다: 메시앙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둘. 전선의 캐럴: 아당 〈오, 거룩한 밤〉셋. 고립된 절망의 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둘째 묶음 혁명의 깃발하나. 신이시여, 너무나 어둡습니다!: 베토벤 『피델리오』둘. 사랑, 단두대에 오르다: 조르다노 『안드레아 셰니에』셋. 무너지는 조국: 베르디 『나부코』셋째 묶음 영혼의 그림자하나. 그림자를 찾아서: 슈트라우스 『그림자 없는 여인』둘. 황금 송아지: 쇤베르크 『모세와 아론』셋. 장미엔 가시가 있어: 괴테와 베르너 〈들장미〉넷. 안개 속의 기억: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넷째 묶음 욕망의 끝하나. 영원히 여성적인: 구노 『파우스트』둘. 주검과의 키스: 슈트라우스 『살로메』셋. 황홀한 죽음: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넷. 세상을 구한 바보: 바그너 『파르지팔』다섯째 묶음 경계를 허물다하나. 수도원의 색소폰: 가르바렉 『오피치움』둘. 계시의 성가: 힐데가르트 『덕의 질서』셋. 아름다운 거짓: 알반 베르크 『보첵』여섯째 묶음 은둔자의 노래하나. 예언자의 묵시록: 베를리오즈 『트로이 사람들』둘. 세상의 모든 아침: 생트 콜롱브 『두 대의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한 협주곡』에필로그: 소리의 강물에 새겨진 당신의 연대기
|
|
한 음에 한 발자국삶이라는 악보 위에서 펼쳐지는 구원의 선율저자는 박남준 시인이 캄캄한 산중과 장마철 폭우 속에서 마이클 호페의 〈더 웨이팅〉을 들으며 지독한 고독을 견뎌낸 강렬한 풍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고독의 섬’에서 출발한 여정은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거대하고 잔혹한 고립의 공간들로 확장된다. 본 장에서는 포로수용소라는 최악의 조건을 지닌 ‘철조망의 섬’에서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가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역사적인 날, 전쟁의 참혹한 최전선인 ‘총성의 섬’에서 프랑스군과 독일군이 총알 대신 캐럴을 주고받던 감동적인 순간, 그리고 쇼스타코비치가 ‘절망의 섬’에서 겪어낸 레닌그라드의 풍경을 종횡무진 가로지른다.예술마저 AI의 전유물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감도는 우리 시대에,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스스로의 삶이라는 악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거장들의 거대한 서사에서 멈추지 않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의 외로움과 상처로 끊임없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저자 자신이 겪었던 쓰라린 폭력과 소외의 경험은 독자 개개인의 삶에 새겨진 외로움의 기억을 자극할 것이다. 또한 음악을 통해 상처받은 존엄을 회복하고 번번이 구원을 받았다는 저자의 고백은, 각자 자신만의 섬에서 분투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오페라보다 더 오페라 같은작곡가들의 인생 이야기우리는 흔히 오페라를 무대 위의 가장 극적인 예술이라 부른다. 그러나 『음악을 읽다, 사람을 듣다』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보다 더 치열한,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삶이다. ‘태양왕의 음악가’라 불리며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으며 군림했지만 자신의 지휘봉에 찔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장 바티스트 륄리,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며 음악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한 생트 콜롱브 등 음악 뒤에 숨겨진 때로는 충격적인, 때로는 감동적인 작곡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흥미롭게 풀어가며 그들의 음악을 보다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는 질료를 제공한다.아울러 이 책은 ‘청독(聽讀)’이라는 공감각적 독서를 지향한다. 각 장에는 배치된 QR코드에는 추천 음원이 실려 있어, 책을 읽는 동시에 글 속에서 언급되는 음악을 그때그때 바로 감상할 수 있다. 눈으로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귀에서는 클래식이 울려 퍼지고, 이는 곧 단순한 음악이 아닌 작곡가의 내밀한 속삭임 내지 심장 박동을 듣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음악,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기록음표마다 새겨진 빛나는 투쟁의 순간들 저자는 고전과 현대 음악의 거장들이 남긴 악보를 ‘음향의 조합’이 아닌, 당대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거대한 ‘인간의 연대기’로 해독한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가들은 대중의 환호를 위해 자신의 내적 진실을 저버리는 ‘예술적 배교’를 과감히 거부한 ‘순교자’와 같은 영혼들이다.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의 바탕에 과거의 거대한 역사가 응축된 처절한 외침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독자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연대기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치게 될 것이다. 이들이 남달랐던 것은 그들이 처한 추악한 현실과는 전혀 반대편에 있는, 심금을 파고드는 진실의 소리를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것이 음악이 지닌 존재의 가치이자 위대한 힘입니다. (3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