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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ㆍ 4
프롤로그 · 7 제1장 범생 천국 대만 범생 문화가 창조한 TSMC · 17 팀워크를 아는 범생들 · 25 정치는 욕심 많은 범생들이 · 33 범생의 학습 능력으로 위기 극복 · 39 대학을 지키는 가난한 범생들 · 45 제2장 범생 맞춤형 사회 화려함 말고 예측 가능성 · 53 정직하고 정확한 사회 · 65 마음 편히 먹을 데가 천지에 · 71 제3장 시민을 위한 시민의 사회 탈권위 사회 · 89 교통체계는 사람이 최우선 · 97 철저한 이용자 중심의 버스와 지하철 · 107 제4장 수수하고 담백한 사람들 생활은 소탈하게 · 117 간결한 게 좋아 · 122 배려심 넘치는 사람들 · 126 경쟁은 조금만 · 131 한 우물만 판다 · 134 제5장 합리적인 너무나 합리적인 신실하고 실용적이다 · 143 딱 먹은 만큼만 내는 대만식 뷔페 · 152 질서는 나의 생활 · 157 절약 또 절약 · 166 열린 마음 · 171 제6장 극단은 싫어 한쪽으로 막가는 건 No · 191 계엄 아니고 주민소환 · 206 완전 독립 말고 현상 유지 · 211 옛것은 일단 보존하자 · 216 제7장 영원한 숙제, 중국 중국과의 관계도 실용적으로 · 233 대만의 최전방 진먼다오 · 239 국방도 실용적으로 미국에? · 260 대만은 진정 고슴도치가 될 수 있을까? · 265 그래도 군대는 싫어 · 272 제8장 더 가야 할 길 정치는 양극화 · 283 평온 속 관료주의 · 288 시민사회는 미진 · 294 범생 천국의 이면, 빈랑 · 297 에필로그 · 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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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생 문화’가 창조한 TSMC와 탈권위 사회
대만에는 세계 최고 최대의 반도체 파운더리 기업 TSMC가 있다. 아시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이며, 대만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0%, 대만 전체 수출의 12%, 대만 전체 GDP의 8% 정도를 차지한다. TSMC는 대만에 있는 과학기술대학과 명문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들과 계약을 맺고 인재를 키워 졸업 후 채용한다. 그런 인재들이 TSMC에 들어가 성실하게 일한다. 특별한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영혼을 바쳐 일한다. TSMC뿐만 아니라 경제 현장 대부분은 범생들의 묵묵한 활약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범생들의 연구와 생산, 영업으로 여전히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만은 독재정권과 권위주의를 뒤로 하고 민주화에 성공했지만, 민주적인 요소가 사회 깊숙이 스며든 모습을 보여준다. 총통부와 사법원, 법무부 등은 소박하면서 권위와 위엄이 거의 없다. 건물도 일제가 점령하고 있던 당시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옛것은 일단 보존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용적이면서 합리적이다. 그런 모습이 권위보다는 소박, 소탈한 양태로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대만 사람들은 소박하고 소탈하다 대만 사람들은 소탈하면서 정직하다. 옷차림도 수수하고 배려심도 많다. 또 정확하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다 숫자화되어 있다. 건널목에는 녹색등의 남은 시간이 표시되어 있고, 거리에는 빨간불 옆에 숫자판이 붙어 있다. 지하철역에도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남은 시간을 숫자로 표시해준다. 관공서에 가도 번호표를 받고 앉아 있는 곳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숫자가 나온다. 지하철 안에는 ‘박애좌’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앉도록 마련된 자리가 있다.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옆에 있는 남문시장은 ‘백화점 못지않게’ 깔끔하다. 대만은 이렇게 뭐든 간결하고 심플하게 할 수 있도록 해놓는다. 대만 사람들은 뭔가를 믿고 거기에 의지하면서 그 신심으로 실제 생활을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따지고 가리기보다는 두루뭉실 실용적이다. 실용 정신이 충만하다 보니 ‘너무 개인주의적인 거 아냐?’ 하는 느낌을 줄 때도 많다. 자기 일을 하고, 특별히 협력할 일이 없으면, 남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다. 또 대만은 전기난로와 종이컵이 없다. 난방기구는 없고 전기난로 등을 쓰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관공서나 학교에 종이컵이 없다. 모두 텀블러를 들고 다니거나 자기 컵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걸로 물을 마신다. 대만은 고슴도치가 될 수 있을까? 대만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이슈는 ‘독립’이다. 중국과 완전 별개의 국가로 독립할 것인지, 중국과 통일을 할 것인지, 지금 상태로 현상 유지를 할 것인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통일하자고 주장하는 세력은 적다. 반대로 지금 당장 완전 독립을 추진하자고 말하는 세력도 적다. 현상 유지가 대세다. 중국과 큰 문제 없이, 크게 싸우지 않고, 경제 교류 적절히 하면서 지내자는 쪽이 많은 것이다. 대만은 중국과 실용적이면서 실리적인 경제 교류를 하고 있다. 1991년부터 2023년까지 대만 기업의 대중투자는 4만 5,000여 건에 달한다. 지난 30여 년간 양안 교역은 대만과 중국을 이어주었고, 경제적으로도 윈윈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최근에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막고 있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그 바람에 대만 기업들도 중국 사업은 위축되고 있다. 대만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의 군사적 침략 여부다. 2024년 10월 대만 국방안전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4.3%가 중국이 5년 내에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52.6%가 미국이 군대를 파견해 대만을 도울 것이라고 대답했고, 70%는 미국이 무기와 물자도 공급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만 사람들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도울 것으로 믿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늘리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다. 2024년 초 대만이 미국에 주문해놓은 무기는 25조 5,000억 원 규모였다. 그런데 이 중 상당 부분은 주문 이후 수년이 지났는데도 인도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대만은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무기를 계속 구입하면서 비위를 맞추고 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대만이 과연 고슴도치가 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