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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내 존재가 낯설어질 때
떠나는 기분 고추장 배달 쓸쓸한 베를린과 첫 카우치서핑 도망치고 싶은 귀가 Part 2. 흥미로운 일상 만들기 내향인 교환학생의 첫 등교 아무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 산책들 순간들 산책길 일기장 우연히 세 번 만나면 우리는 친구가 될까? 오월의 다짐, 적극적으로 헤매기 놀이공원에서 미술관까지 길 잃기 누드 스케치 처음 간 날 아나벨과 산책하기 프로젝트 Part 3. 독일 친구들과 미술 여행 처참해도 즐겨라 언어가 잠드는 순간 먼저 다가와 주는 친구 독일인의 가치관 멜리나에게 반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예술을 공부할 거니? 헤어진 자리에는 자국이 남는다 Part 4. 쿤터분트를 만나다 (쿤터분트: 발달장애인 여행 단체) 그곳은 너를 찬물에 던지지 무어나우로 가다 워커가 되다 알파카 농장의 하루 후베아트 이야기 백한 번째 손 먼 길을 돌아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을 발견하는 일 배째라는 마음은 한 톨도 없었어요 어떤 용기는 애정 눈물맛 최후의 만찬 들은 셈 치기 기법 자지 마, 잡채 먹을 거야 지금 이렇게 갑자기 용감하기 Part 5. 설레던 것은 꼭 설레지 않게 된다 3개월의 법칙 독일의 어느 여름밤 음악 수업 혼자라는 전투 상태 그 여름 페스티벌은 실패했습니다 꿈이 없어진 자리 나의 시간 관리는 많이 깨어있기 Part 6. 눈물도 사랑도 여행도 모두 여름의 풍경이지 베를린 호수에서 쉬운 사랑 포르투 거리의 예술가 먼 곳을 그리워하는 나에게 죽어버린 여행기 이상적 여행의 순간 실수 영수증 Part 7. 시간이 담긴 아름다움은 진실하고 귀하다 일기의 요정 심지 굳은 아름다움 인테리어는 삶, 가격은 시간과 사랑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입독과 가을 풍경 일상에 단단히 머무를 시간 훈련하는 마음으로 세 정거장 옆에 유럽이 있었네? 오페라 하우스와 10유로 티켓 Part 8. 겨울은 비밀이 옅어지는 계절 겨울 미술 여행에 내린 것 그 애가 우정을 대하는 법 새미의 보물섬 바바라와 카셈 이야기 외계인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새미 순식간에 들통날 사랑 미래의 눈으로 두드려 언니는 정말 사적인 사람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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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산다는 건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되는 기분을 견디는 일이다. 그것을 잘 견뎠을 때 우리는 스스로 삶의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되고 싶은 나,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향해 조금씩 바뀌던 순간들을 멈춰두고 그곳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용기, 우정, 사랑, 주체성, 행복 그런 단어들을 빛과 냄새가 있는 순간으로 표현하고 싶다. 이곳에 적힌 이야기가 당신 삶의 풍요로움에 쓸모가 있기를 바란다.
---p.8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걸 잘하지 못 할 때 바보 됨을 즐기라는 뜻이다. 얼마나 잘 하느냐보다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어디에서나 잘하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은 쉽고 편하다. 서툴고 잘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걸 잘 해낼 때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놀랍도록 많아진다. 내가 1년 동안 노력할 것은 그림을 잘 그리고 독일어를 잘 하는 것보다도 바보 됨을 즐기는 법일지 모르겠다. ---p.60 과하게 수줍고 낯을 많이 가리는 나, 하고 싶은 말을 끝끝내 못 하는 나, 먼저 다가가는 법을 모른 채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리는 나, 오래도록 이미 있는 관계에만 머무는 나를 그들은 알 턱이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서든 한국에서든, 내가 그 순간에 가장 원하는 것을 입 밖으로 뱉어낸다면 나는 용감하고 솔직한 사람이 된다고. 과거에 쌓아두었던 성격은 매 순간 새로고침 할 수 있었다. “너답지 않아.”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멋진 사람이야.” 그뿐이었다. 매일 그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자꾸만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훈련하는 마음으로. ---p.104 모두가 아는 노래인듯 같은 노래를 함께 부르기 시작하자 얼굴 흰 사람들의 얼큰한 문화적 동질감이 열병처럼 퍼졌다. 그들이 하나가 될 때 나는 혼자가 된다. 모든 웃음도 슬픔도 눈물도 음식도 건배도 술도 모르겠다. 나를 뺀 온 세상이 웃고 우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낯선 옥수수 밭에 있는 완두콩 한 알이 된 것 같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나의 고향에서 아득히 먼 곳에 있다고 느꼈다. 나 이외에는 내가 눈곱만큼도 없는 곳까지 온 것이다. 왜 남의 나라에 와서 이러고 있을까. 그게 여행일 텐데, 흥미롭게 지켜볼 수도 있을텐데, 그날따라 나와 그들 사이의 거리가 나를 푹푹 찔렀다. ---p.215 꿈이 없다니. 무언가 크게 잃어버린 듯 멍한 기분이 든다. 나의 모든 몸짓에 멈칫거리며 묻게 된다. 지금 이것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비어있다는 감각은 금세 불안함으로 자란다. 비워놓고 기다려야 온전한 미지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음에도. 성급히 금방 꺼질 욕망을 채워두는 것보다는 없음의 상태를 가급적 오래 유지하고 싶다. 단단하고 따뜻한 그 덩어리가 저절로 안착할 때까지. ---p.270 편리한 여행은 모험이라는 말 반대편에 섰다. 이 시대의 여행은 인터넷에서 본 사진과 누군가의 후기를 보고 진짜로 좋은지 직접 확인하는 것에 가깝다. 마치 빈칸이 있는 종이를 들고 부스를 돌아다니며 도장을 찍는 것처럼 비슷한 곳에서 사진을 남기고 비슷한 기념품을 손에 든다. 아무도 진짜로 살지 않는 꾸며진 것들 속에서 누구의 숨결과도 섞이지 않고 내 숨만 가쁘게 쉬다가 돌아간다. 그리고 말한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남는 게 사진뿐인 여행이라면, 사실 여행을 하지 않은 거 아닌가? 같이 있는데 휴대전화를 보고 있느라 흐르는 침묵은 이미 죽어버린 대화의 장례식 같다. ---p.302 꿈이 뭐예요? 하는 질문에 딱 한 가지 대답만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그건 너무 추상적이어서, 나도 이 꿈을 자주 잊곤 한다. 무엇보다 진심임에도. 무엇이 아름다운 사람인가? 어떤 삶이 아름다운가? 어떤 문제들은 소거법으로 해결되기도 하지만, 아름다움에 관한 문제는 아름답지 않은 것을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당히 괜찮은 것, 욕망할 만한 건 너무 많아서 쉽게 나를 홀린다. ---p.3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