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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을 부르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요? 네,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신입니다. 반갑습니다.
--- p.11 지금 와서 보면, 그의 다정함은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마치 쇼츠 영상에 나오는 가짜 음식처럼요. 화면 속에서는 윤기 흐르는 팬케이크나 달콤한 딸기 케이크처럼 보이지만, 막상 손으로 뭉개면 ‘슬라임’이었던 것들 말입니다. 당신이 어릴 때 ‘액체괴물’이라 부르던 그 흐물흐물한 장난감 말이죠. 진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화학물질인 것들이요. 그의 다정함도 비슷했습니다. --- p.22 저는 그런 가짜 인간들, 슬라임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이미 알잖아요. 그의 다정함이 진짜처럼 보여도 결국 가짜라는 걸요. --- p.27 저 같은 존재가 어떻게 신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흔히 신은 무언가를 살리는 존재로 여겨지니까요. 무언가를 죽이는 건 신이 아니라 괴물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님. 사실 신과 괴물은 한 끗 차이랍니다. 양면으로 뒤집어 입을 수 있는 리버시블 옷 같은 거 말입니다. --- p.28 백정과 망나니, 낙인찍힌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업으로 삼은 자들. 그들이 저를 받든 덕분에 저는 결국 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도살자들의 신으로요. 하필 제 이름 ‘지장(地藏)’은 땅에 묻는다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 p.42 슬라임은 제멋대로 쥐어짜고 마구 터뜨려도 되는 대상이지요. 이렇게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온전히 감각을 받아내 주는 존재가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요. --- p.44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당신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당신을 도울 수 없습니다. --- p.46 신을 부르려면 신의 내력을 읊으면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당신 안의 신을 깨우는 것도 똑같습니다. 당신의 역사를 기억해 내고 이야기하는 것뿐이죠. --- p.57 고객님, 신은 성스럽고 숭고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저 오늘의 자신을 살리는 존재일 뿐이죠. 그래서 매일 바뀌기도 하고요. --- p.57 낯선 충동이 치밀어 오른다. 그의 몸을 쭉 찢어 바닥에 문대고, 피와 살과 뼈를 한 덩어리로 뭉쳐 짓이기고 싶은 충동. 동시에 뇌에 붙어있던 슬라임이 녹아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얼어붙었던 몸에 다시금 뜨거운 피가 돌며 온기가 퍼진다. --- pp.6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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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수상 작가 김해솔 신작
K-오컬트 블랙코미디 “네, 고객님 어떤 신(神)이 필요하십니까?” “그의 다정함은 마치 쇼츠 영상에 나오는 가짜 음식 같았습니다. 화면 속에서는 윤기 흐르는 팬케이크나 달콤한 딸기 케이크처럼 보이지만, 막상 손으로 뭉개면 ‘슬라임’이었던 것들 말입니다. 저는 그런 가짜 인간들, 슬라임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슬라임도살자 본풀이』는 고통을 고통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피해자를 구원받아야 할 존재로 박제하는 대신, 그 안에 잠든 힘을 호출하는 방식을 택한다. 무속 신화가 신의 내력을 읊어 신을 깨우듯, 이 소설은 독자 자신의 역사를 불러내 무언가를 건드린다. 소설을 읽을 때는 웃기고 섬뜩하고 서늘하다. 그러나 읽고 나면 이상하게 단단해진 기분이 든다. “본풀이 후에는 노래가 이어질 것이다. 그 노래는 어떤 식으로든 흐르고 이어진다.” 정홍칼리(무당·작가)의 추천사처럼, 이 소설은 독자가 스스로 자신만의 본풀이를 써 내려가길 기대한다. ◎ 신(神)의 이야기 “저 같은 존재가 어떻게 신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흔히 신은 무언가를 살리는 존재로 여겨지니까요.” 소설 속 화자. 본명 ‘지장(地藏)’, 활동명 ‘슬라임도살자’. 이천 년 전 살(煞)을 타고난 여자로 태어나 평생 괴물 취급을 받다가, 불가피한 죽음을 짊어져야 했던 백정과 망나니들에 의해 신으로 추앙받았다. 무언가를 죽여야 다른 무언가가 산다는 논리로 ‘슬라임 인간’을 도살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현재 ‘신(神)부름센터’ 소속. 누적 초대 건수 22,636,464건. 과연 그는 의뢰인을 죽이러 온 것일까, 살리러 온 것일까? ◎ 현지의 이야기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신을 믿지 않던 사람이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믿었다. 그런 그가 경기도의 한 모텔 화장실에 갇혀 죽음의 위기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 ‘신(神)부름센터’에 접수된다. 연결된 신은 하필 듣보잡 무속 신 ‘슬라임도살자’. 신은 당장 구하러 오는 대신 자신의 과거사부터 털어놓기 시작한다. 매뉴얼상 필수 절차라는 이유에서다. 신의 넋두리가 이어지는 동안 문밖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현지 안에 오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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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는 동안 얼굴에 냉수를 붓는 듯했다. 그때 맑은 얼굴을 한, 한(恨) 많은 여자가 깨어났다. 이 ‘굿’문을 읽는 누구나 신바람이 불 것이다. 본풀이 후에는 노래가 이어질 것이다. 그 노래는 어떤 식으로든 흐르고 이어진다. - 정홍칼리 (무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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