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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소울 푸드,라면 한 그릇에 위로를 담아 요리하다1970년대 우리에게 ‘라면은 제2의 쌀’이었습니다. 쌀 부족 사태에 따른 국가 정책의 하나였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말 쌀 못지않은 양식이었지요. 주머니는 가벼워도 뱃속만큼은 든든하게 채워 주던 라면이 있었기에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라면은 가장 만만하면서도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식구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퉁퉁 불린 엄마의 라면, 아픈 누나를 위해 처음 끓여 본 밍밍한 라면,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끓여 먹은 짜릿한 라면, 자취방에서 혼자 끓인 심심한 라면……. 라면 한 그릇에 담긴 삶은 제각각이지만, 후루룩 한입에 담긴 따뜻함은 모두에게 공평합니다. 라면이 배고픔을 넘어 마음의 허기까지 달래 주는, ‘보통 사람들의 소울 푸드’로 불리는 까닭이 여기 있겠지요. 개 아저씨도 라면과 같은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손님에게 꼭 맞는 친구라면을 정성껏 요리했습니다. 오랜 말동무를 잃은 지팡이 할아버지를 위해서는 ‘슬픔을 날려 주는 친구라면’, 너무나도 바쁜 우편배달부에게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친구라면’, 이웃끼리 으르렁거리는 오이 씨와 똥배 아줌마를 위해서는 ‘사랑이 샘솟는 친구라면’을 끓여 주었지요.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따끈한 라면은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지팡이 할아버지는 함박웃음을 짓고, 우편배달부는 든든해진 속으로 다시 힘차게 일하러 갔지요. 오이 씨와 똥배 아줌마는 고래고래 싸우느라 미처 몰랐던 상대방의 좋은 점을 보게 됐습니다. 둘은 어느새 사랑에 빠졌다나요. 친구라면을 먹고 한층 밝은 얼굴로 돌아가는 손님들을 보니, 우리 동네에도 이런 라면집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위로란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주는 것’이라고 해요. 서로를 향한 사소한 말 한 마디, 작은 행동 하나로도 충분히 전할 수 있는 커다란 선물이지요. 너무나도 많은 일이 벌어지는 세상이 되어서일까요, 언제부턴가 작은 위로에도 큰 결심이 필요해진 것 같습니다. 개 아저씨처럼 라면 한 그릇에 위로를 담아 지친 삶을 토닥여 주는 친구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요. 애니메이션 [썸머워즈]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가장 나쁜 건 배가 고픈 것과 혼자 있는 것이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 때, 옆에 있는 누군가가 고단해 보일 때 어려워 말고 슥 한 마디 건네 보세요. “라면 한 그릇 같이 먹을까요?”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씩씩하게 꿋꿋하게 자라나는 아이들《라면 먹는 개》는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 《겁보 만보》에 이은 김유 작가의 세 번째 동화입니다. 김유 작가의 작품에는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변을 돌보며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찾아가는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지만 기죽지 않고 세계 최초의 스니커즈 발견가가 되어 모험을 떠나는 ‘구구’, 바람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는 겁보지만 용기를 내서 고개를 넘는 ‘만보’, 이제 좋아하는 라면을 끓이며 주변을 치유해 나가는 ‘개 아저씨’까지. 미야자와 겐지가 말한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는 아이들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흐림 없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삶을 마주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불끈 힘이 나지요. 《라면 먹는 개》는 김유 작가가 여러분에게 건네는 또 하나의 응원입니다. 《라면 먹는 개》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개 아저씨, 오이 씨, 똥배 아줌마, 꼬마 개, 들창코 사장, 길고양이……. 사람과 동물, 식물이 뒤섞인 독특한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나, 진짜 한동네 사는 친구들처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건 그림을 그린 김규택 작가의 공입니다. 이야기를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따뜻한 그림은 물론, 누구 하나 미운 구석 없이 귀엽고 다정하게 그린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개 아저씨와 닮았습니다. 《라면 먹는 개》가 참 좋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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