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m Mars-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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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가 나를 선택했는지도 여전히 모르겠다. 나는 눈에 띄는 외모가 아니었다. 허리가 잘록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레이는 ‘죽여주는 미남’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런 표현이 유행하지 않던 때였다. 1975년 당시 나는 레이가 죽여주는 미남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십대 잡지를 읽고 있었고, 1975년에 머릿속에 떠오른 표현은 당시 십대들이 쓰던 문구였다. 레이는 ‘육감적’이었다.
--- p.9 레이의 지퍼 슬라이더가 쇄골을 지나던 순간, 그쯤에서 멈추고 뭔가를 꺼내 보여 줄 거라고 생각했다. 뭔지는 몰랐다. 십자가라거나, 아내 사진이 들어 있는 작은 갑이라거나. 지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왁스 층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가며 배꼽에 가까워지자 그가 칼을 꺼내 들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렇게 비루하게 쪼그린 채 난도질을 당하겠구나. 가죽 옷감이 양옆으로 열리고,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지퍼가 천천히 땀에 젖은 털이 덮인 좁은 부위를 드러냈다. 하나는 가슴팍, 다른 하나는 배꼽 밑. 나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날이 따뜻해서만은 아니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땀은 노폐물에 지나지 않았다. 레이의 땀은 빛이 났다. 미모의 화룡점정. 아름다움의 묘약. --- p.13 “난 레이.” 그는 손을 내 어깨에 올린 채 말했고, 나는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콜린”이라고 내뱉었다. 그는 나보다 훨씬 키가 컸기에 처음 그의 발치에서 올려다봤던 순간과 똑같은 각도로 우러러보는 느낌이 들었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살덩이를 머금고 있었을 때조차도. 그때 역시, 그에게 쾌감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나면서도 나는 수북한 털 사이로 미친 듯이 위를 올려다봤다. 그와 눈을 맞추고 싶어서. 우리가 맞닥뜨린 이래로 그는 내게 거의 처음으로 미소 비슷한 것을 지어 보였다. 좀 허탈한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미소는 미소였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가로젓더니 말했다.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리가 맞닥뜨린 이래로 그는 내게 거의 처음으로 미소 비슷한 것을 지어 보였다. 좀 허탈한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미소는 미소였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가로젓더니 말했다.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떤 질문은 답을 기대하고 건넨 게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질문이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순 없었다. “원하시는 건 뭐든지 할게요.” 입 밖으로 내뱉은 게 맞는지 확신이 안 들어서 한 번 더 말했다. 혹시나 머릿속으로만 말한 건지도 모르니까. 왜냐하면 이 순간은 내게 기회였고 그가 꼭 들어야 했으므로. “원하시는 건 뭐든지 할게요.” --- pp.17-18 근위병들을 보며 나는 당연하게도 레이를 떠올렸다. 무시당하는 느낌은 언제나 나를 자극한다. 나는 타고나기를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는 편이지만, 또 그 점 때문에 흥분한다. 마치 저 무표정한 잘생긴 얼굴에 갑자기 변화가 일어 눈길이 나를 향하기라도 하면 곧장 아무 의문도 없이 반응할 것처럼. 마치 나를 무시하는 남자만이 진짜 남자인 것처럼. 근위병들이 레이를 떠올리게 했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내 학창 시절 방학에 보았던 근위병들이 레이를 떠올리게 했다고 할 수도 있다. 무언가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이해하려면 얼마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어쩌면 레이는 무언가의 대체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이를 대신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 p.129 우리는 늘 잘 지냈다. 엄마와 나는. 비록 엄마는 아빠가 죽은 후에야 내가 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행복하기만 하면 괜찮아, 사랑은 사랑이야, 말하기는 했지만. 아빠가 살아있을 때 엄마가 그 말을 못 할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아빠가 죽은 후 첫 크리스마스에, 엄마는 오븐에서 민스파이를 꺼내다가 불쑥 그 말을 꺼냈다. 나는 방울양배추 밑동에 십자 모양 칼집을 내는 중이었다. 알다시피 줄기 부분이 꽃 부분과 비슷하게 익을 수 있도록 하는 거다. 딱히 대화를 건네는 느낌은 아니었다. 엄마의 크리스마스 할 일 목록 중 하나에 더 가까웠다. 예상 못 한 사람이 떠올라 성탄 축하 카드를 갑자기 써서 보내는 일보다 약간 더 중요한 정도. 비록 그 카드가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도착하지도 못하고, 민망한 몸짓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칠면조 속 채우기. 콜린에게 네가 게이라는 걸 알고 있고, 괜찮다고 말하기. 사랑은 사랑이야라고 말하기. --- p.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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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은 어떻게 구원이 되는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해리 멜링 주연의 2025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로튼토마토 99% 신선도! 전세계 화제의 입소문 영화 〈뒷자리에 태워줘〉 원작소설 퀴어 문학의 새로운 고전 욕망과 복종,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가장 솔직한 소설 《뒷자리에 태워줘》(Box Hill: A Story of Low Self-Esteem)는 영국의 중견 작가이자 비평가인 애덤 마스-존스의 중편소설이다. 1975년 영국의 어느 여름, 18세 소년 '콜린'이 박스힐에서 가죽 라이딩 슈트를 입은 연상의 오토바이 라이더 '레이'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관계를 그린다. 2019년 피츠카랄도 에디션(Fitzcarraldo Editions) 소설상 수상 후 BBC필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영화로 제작, 2025년 칸국제영화제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ᄋᅠᆻ다. 소설은 길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비평계와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으며, 1970년대 영국 게이 바이커 문화라는 구체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욕망과 복종, 그리고 자존감의 문제를 무겁지 않게 다룸으로써 보편적인 인간적 공명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통제라는 쾌락과 위험,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첫사랑 18세 소년 콜린의 회상과 고백의 기록 《뒷자리에 태워줘》는 1970년대 영국 게이 바이커 문화를 배경으로 한 퀴어 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소설은 당대의 하위문화를 생생하게 복원하면서도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죽 라이딩 슈트, 오토바이, 박스힐의 여름 등으로 표현되는 구체적인 물질성은 단순히 시대적 배경을 보여 주는 것만이 아니라 욕망과 권력이 작동하는 은유적 무대로서 나타난다. 그러나 마스-존스가 이 무대 위에서 가장 공들여 만들어낸 것은 결국 하나의 목소리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년이 된 주인공 콜린이 열여덟 살의 여름을 회상하는 형식이다. 콜린의 목소리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해부하는 데 망설임이 없고, 레이와의 관계를 묘사할 때조차 특유의 건조한 위트를 잃지 않는다. 게다가 형식상 시간적 거리를 확보한 덕분에, 그러한 위트 아래 지울 수 없는 슬픔과 향수가 필연적으로 고여 있다.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면서도 결코 가엾게 보이지 않고, 감상에 젖으면서도 결코 과잉되지 않은 목소리. 유머러스하면서도 때로는 슬픈, 절묘한 균형감을 갖춘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독자를 그 여름의 박스힐 한가운데에 세워 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소설을 특정 시대와 문화의 기록을 넘어 보편적인 문학으로 끌어올린다. 그가 나를 원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관습을 벗어난 대담하고도 도발적인 로맨스 스스로를 뚱뚱하고 볼품없다고 여기는 열여덟 살의 콜린에게, 레이의 욕망은 생애 처음 받아 보는 계시와도 같다. 누군가가 나를 원한다는 단순한 사실이 콜린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레이는 명령하고, 콜린은 따른다. 그러나 그것은 굴욕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자유처럼 느껴진다. ‘원해진다’라는 감각이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주자, 콜린은 레이 곁에 기꺼이 머문다. 이 소설이 이상하리만치 손에서 놓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콜린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나를 원하는 사람에게 약해졌던 경험, 그 관계가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떠나지 못했던 기억,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려 했던 순간들. 자존감이 낮을수록 사랑은 더 강렬하고, 더 위험하고, 더 쉽게 전부가 된다. 애덤 마스-존스는 그런 마음을 판단하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그 보편적인 감정을 정확하게 포착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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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 소설.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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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빚어낸, 대담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 옵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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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된 소설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독보적인 문학적 성취” - 스펙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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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짜릿하다.” - 선데이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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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독창적인 소설”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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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존스의 문장은 놀라울 만큼 경쾌하고 담백하며, 유머러스하지만 절제되어 있다.” - 런던 리뷰 오브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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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자극적이다.” - 해리 라이튼 (《뒷자리에 태워줘》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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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하고 자극적이면서, 때로는 깊고 감동적이다. 독특한 시각과 빠른 문체를 가진 꼭 읽어야 할 소설” - Goodreads 독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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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에 읽기 시작해 새벽 2시 30분에 끝냈다. 다음 날 내내 이 책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완전히 무너졌다.” - Modern Mint Blog 독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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