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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껍질 7
바늘의 끝 39 천사의 위스키 71 무주, 숲속의 생활 105 운이 사라진 밤 131 두 번째 그림자 161 웨스털리 193 타고난 이야기꾼 223 연어와 케일샐러드 253 발문 265 |
Erick Oh,오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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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지완의 등껍질이 딱 하고 소리 없는 파열음을 냈다.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지완은 분명히 느꼈다.”
--- p.17 “학교에서 발표하다 울컥했을 때 ‘그런 감정은 혼자서 정리해야지.’라고 말하던 선생님. 회사 면접장에서 ‘감정 기복이 없는 점이 인상적이네요.’라고 칭찬받았던 날. 그 모든 순간이 지완의 등껍질을 다듬고, 덧붙이고, 굳혀 온 재료들이었다.” --- p.33 “지원이 올곧게 뻗어 나가는 직선이라면 해수는 유연하게 유영하는 곡선이었다. 서로의 빈 곳을 채워 주던 차이점은 조금씩 불협화음을 내며 균열을 만들었다.” --- p.53 “늘 쉽게 지나치는 도로변의 아무것도 아닌 공간이 광활한 우주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동안 안다고 생각했던 것과 옳다고 판단했던 모든 것이 분해되고 재조립되었다.” --- p.100 “저는 인간이 인간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예절, 규칙, 품위…… 이런 모든 것이 저를 숨 막히게 했습니다.” --- p.120 “그런 루틴은 정민에게 방패와도 같았다. 조금만 일정이 흐트러져도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된 불안이 피어오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p.165 “그러나 연희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눈이 내렸다. 아무리 따스한 햇살이 비추어도 녹지 않는 겨울이었다.” --- p.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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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껍질
퇴근 후 여자친구 집으로 향하던 지완은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발길이 닿는 대로 들어간 동네 수족관에서 등껍질 속으로 웅크리는 거북을 마주하고, 자신의 등에 붙은 껍질을 떠올린다. 거북의 등껍질은 뚜렷한 용도가 있는데 인간의 등껍질은 왜 쓸모없이 붙어 있을까. 그 물음은 해부학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외면해 온 자기 삶을 향한 질문이다. 바늘의 끝 해수는 매일 밤 난임 치료를 위해 아내 지원의 배에 주사를 놓는다. 아이를 갖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아내 곁에서 해수는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끊임없이 정당화한다. 그의 논리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아내의 배를 찌르는 바늘의 끝이 실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독자는 해수보다 먼저 알게 된다. 천사의 위스키 한때 촉망받는 젊은 감독이었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영화계에서 완전히 퇴출된 오십 대 독신 남자 정식이 심야 드라이브를 하다 고속도로 갓길에서 천사를 만난다. 개량한복 차림의 천사와 종이컵에 위스키를 나눠 마시며 삶과 죽음, 세대와 욕망, 균형과 순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정식의 마음속에 여전히 가득했던 억울함은 서서히 다른 무게로 바뀐다. 무주, 숲속의 생활 서울 근교 장례식장. 열네 살 노견 무주는 주인의 장례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꾹 참아온 배를 부여잡고 있다. 조문객이 늘어날수록, 찬송가 합창이 울릴수록, 배 속의 압력도 함께 올라간다. 평생 인간의 존엄과 자연의 본질을 가르쳐 온 철학자의 마지막 유언은 “본능만이 진짜 진실”이었다. 무주는 그 유언을 가장 충실하게 실천한다. 운이 사라진 밤 빅테크에서 동시에 해고된 현우와 윤아는 AI 기반 운명 예측 플랫폼 루미나를 함께 개발한다. 철저히 결단과 논리로 세상을 보는 현우, 운과 흐름을 믿는 윤아. 출시 직전 새벽, 완성된 앱에 각자의 데이터를 돌려보던 중 현우의 미래 항목만이 텅 비어 있다. 운이 먼저일까 의지가 먼저일까. 하나의 선택이 모든 것을 혼돈에 빠뜨린다. 두 번째 그림자 정민은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후에도 아버지의 서재는 공포의 공간으로 몸에 새겨져 있다. 소설은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천천히 압력을 쌓아 가다 서재 안에 단 하나의 그림자만 남는 순간 모든 것을 수렴시킨다. 위협도 무게도 없는, 그저 누구에게나 있는 평범한 그림자 하나. 폭력의 종식이 해방이 아니라 상실에 가깝다는 것은 이 소설이 도달한 우울한 진실이다. 타고난 이야기꾼 성공한 작가 소현은 비행기 안에서 빈 화면의 커서를 바라본다.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글과 자신의 글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자신보다 늦게 등장해 더 큰 인기를 얻은 동료 작가를 질투하며 뭐라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런 그녀의 눈에 자꾸만 거슬리는 사람이 있다. 그를 향한 시선과 그가 생각해 온 창작의 원칙이 자꾸 어긋난다. 작자라는 존재에 대한 내밀한 보고서. 웨스털리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웨스털리. 연희는 아들 선재의 피아노 연주회장에 직접 만든 프리지어 꽃다발을 들고 선다. 6월의 초여름 햇살이 교실 안으로 스며들지만 연희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다. 교실에서 유일한 검은 머리카락의 아이, 아버지 없이 엄마의 사랑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는 선재를 바라보며 연희는 이민과 이혼과 모성이 한꺼번에 쌓인 자리에 조용히 서 있다. 연어와 케일샐러드 어떤 날 아침, 화자는 눈을 뜬다. 방 안에는 거북이가 든 수조, 반쯤 비워진 위스키 병, 빛을 반사하는 주사 바늘, 미완성 이야기가 가득한 공책이 있다. 냉장고에서 꺼낸 머리 없는 연어를 손질하며 방향과 기억을 잃은 연어와 자신을 겹쳐본다. 방 안의 모든 사물이 하나의 신호처럼 놓여 있고, 독자는 그것을 스스로 읽어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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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은 오래전부터 섬세한 시선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삶을 포착해 온 창작자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일상의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평범한 순간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Pete Docter (픽사 CCO,「업」, 「인사이드 아웃」, 「소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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