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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산책 전에
Day1 산책 노트 Day2 책 산책시키는 사람 Day3 헤드셋과 함께 Day4 이건 왜 여기 있어? Day5 각자의 방식대로 버티는 중 Day6 원래 엉망인 게 더 예뻐 Day7 낡은 새로움 Day8 웃긴 책 제목 찾기 대회 Day9 실패를 옆구리에 끼고 Day10 서가를 산책하다 Day11 무슨 얘기해요? Day12 절기에 대해 아세요? Day13 입춘 Day14 봄을 산책하기 Day15 겨울을 산책하기 Day16 겨울의 영원한 친구 Day17 빌딩숲에 사는 보헤미안 여자 Day18 추억 속 산책길 Day19 16킬로미터 Day20 7킬로미터 Day21 예기치 못한 대화 Day22 노상과 침묵의 매력 Day23 간판의 독자 Day24 무의미한 산책 Day25 저마다의 이동속도 Day26 앉았다 가시오! Day27 사라진 한 시간 Day28 나, 이런 가방 메는 사람인데 Day29 25시 광장 Day30 함께 걷기 나가며 | 산책 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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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바쁘게 걷지만, 정작 오롯이 자신을 위해 느긋하게 걸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스마트폰 액정에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책과 문장, 그리고 주변 풍경으로 돌렸을 때 보이는 건 뜻밖에도 나의 모습이다. 이 책은 산책길 위에서만큼은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의 길동무가 되고자 한다.
---p.12 「들어가며: 산책 전에」 중에서 산책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멀리서 오지 않는다. 보폭을 달리하거나 이색적인 목적지를 설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같은 길 위에 어떤 음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의 성격이 달라진다. 음악 없는 산책이 현실이라면, 음악 있는 산책은 장면에 가깝다. 길가의 나무는 무대배경이 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엑스트라가 된다. 나는 그 안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는데, 굳이 연기를 잘할 필요도 없다. 가성비 좋은 데뷔다. 겨울과 떼놓으려야 떼놓을 수 없는 고독을 없애주지는 않지만, 고독이 감당할 만해진다. 그래서 나는 또 헤드셋을 쓰고 밖으로 나선다. 운동을 위해서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오늘의 길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확인하러 간다. 오늘은 어떤 음악이 나를 탕웨이로 만들어줄까? ---pp.33-34 「Day3: 헤드셋과 함께」 중에서 갈라지고 더럽고 엉망인 것들의 매력은, 이미 완성된 적이 있다는 데 있다. 정돈된 것들은 설명이 끝나 있지만, 망가진 것들은 여전히 말을 건다. 분명 말끔한 모습으로 완성되었을 것들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을 견뎌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같은 질문을 남긴다. 그 질문들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을 때, 사진에도 하나의 서사가 담긴다. ---p.51 「Day6: 원래 엉망인 게 더 예뻐」 중에서 서점에서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은 책을 펼칠 때가 아니라 제목을 마주할 때이다. 이유 없이 발끈하거나, 괜히 웃음이 나거나, 뜨끔해서 시선을 피하게 되는 그 반응들이 통제 불능으로 튀어나올 때. 그 반응들이 요즘의 나를 설명해준다는 사실이 서점에서는 유난히 또렷해진다. 그래서 서점은 책을 고르는 공간인 동시에, 나를 들키는 장소다. 어떤 단어에 예민한지, 어떤 문장 앞에서 방어벽부터 세우는지,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제목 몇 줄에 나라는 사람이 고스란히 걸린다. ---p.64 「Day8: 웃긴 책 제목 찾기 대회」 중에서 서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을 사지 않아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책장 사이에는 활자만큼이나 많은 생동하는 이야기들이 서성이고 있다. 서점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그렇게 잠시 타인의 문장을 빌려 듣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pp.85-86 「Day11: 무슨 얘기해요?」 중에서 몸을 움직이고 바깥 공기를 쐬는 일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제주도의 맑은 바다보다 내 방 침대가 더 적절한 처방이 되기도 한다. 산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나에게는 다른 방식의 회복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날의 무의미한 산책이 알려주었다. ---pp.165-166 「Day24: 무의미한 산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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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줄, 음악 한 곡만 있으면
익숙한 길도 흥미진진한 소설 속 배경 무대가 되는 산책의 기술 Day1 「산책 노트」부터 Day30 「함께 걷기」까지, 매일의 글은 저자가 직접 고른 인생 문장으로 시작된다.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 속 한 문장, 산책에 관한 경구까지 모두 저자가 오랜 시간 탐독하며 기록해온 인생 책 속 구절들이다. 이 문장들은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산책 전 독자에게 건네는 일종의 렌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뽑은 “자기 자신 안으로 완전히 기어들 수 있어야 해, 거북이처럼.”이라는 문장을 품고 걷는 날에는 호숫가 풀숲에서 마주친 거북이 세 마리와 학 한 마리가 단순히 황당한 풍경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대로 버티는 중”인 존재들로 읽힌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당신이 관점을 갖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은 선명해진다.”는 문장을 되뇌며 걷는 날에는 다섯 계단을 올라갔다가 벽에 막혀 다시 내려와야 하는 정체불명의 계단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말을 걸어온다. 문장 하나가 같은 길 위의 풍경을 전혀 다른 곳으로 바꾸어놓는 것이다. 각 글의 마지막에는 ‘오늘의 산책 미션’이 나온다. 나만의 산책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산책 중 만난 뜬금없는 것을 그려보기, 사계절의 냄새를 문장으로 적어보기처럼 일상의 감각을 깨우는 제안들이다. 여기에 언배드 스튜디오의 유쾌한 일러스트까지 더해져, 책장을 넘기며 웃음이 나는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당장 밖으로 나가 미션을 실천해보고 싶어진다. 이처럼 『책 산책시키는 사람』은 독자가 더 풍성한 시선으로 산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을 읽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책 한 권을 들고 밖으로 나가 산책길 위에서 펼쳐지는 풍경을 평소와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아래의 “이 책은 이렇게 활용해보세요!”를 따라 오늘의 산책을 시작해보자! - 하나, 『책 산책시키는 사람』을 들고 나만의 산책을 시작한다. - 둘, 책을 펼쳐 쩜이 오래 아껴온 문장을 먼저 읽는다. - 셋, 문장을 천천히 되뇌며 풍경을 바라보거나 사색에 잠겨본다. - 넷, 발걸음이 조금 느려질 즈음 잠시 앉아 쩜의 글을 읽는다. - 다섯, 책이 건네는 오늘의 산책 미션을 실천해본다. ※주의※ 휴대폰을 본다면 산책 효과가 감소할 수 있음. 서점 발견 시 경로가 틀어질 수 있음.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말을 걸기 시작할 때 삶의 해상도는 높아진다 서점 산책과 목적 없는 발걸음에서 알아차리는 나의 모습 『책 산책시키는 사람』의 산책은 멀고 아름다운 장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집 근처 골목길, 자주 가는 호숫가의 벤치, 동네 책방처럼 사소하고 익숙한 장소들 앞에서 멈춰 선다. “산책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멀리서 오지 않는다.”(33쪽)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산책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일이 아니라, 익숙해서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는 일에 가깝다. 시선을 조금만 더 오래 머물러보면 평범한 길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무심히 지나친 풍경도 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중에서도 서점은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매력적인 산책로다. 저자는 어느 동네를 가든 맨 먼저 그 동네의 서점을 검색한다. 책방지기의 취향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독립 서점, 색이 노랗게 바랜 책에 남아 있는 밑줄과 손글씨. 서점에서는 책을 사지 않아도, 책을 읽지 않아도 즐거울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목만으로 사람을 뜨끔하게 만드는 책들 앞에서 친구와 ‘웃긴 책 제목 찾기 대회’를 벌이고, “책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옆 테이블 사람들의 흥미로운 대화를 엿듣곤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어떤 책 제목 앞에서 발끈하고 어떤 문장 앞에서 피식 웃음이 나는지, 어떤 분야의 서가 앞에서 오래 맴도는지,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서점은 지금의 ‘나’를 알아차리는 최고의 산책 장소가 된다. 산책에 꼭 목적지가 필요한 건 아니다. 제주도에서 저자는 숙소까지 7킬로미터나 떨어진 길을 “그냥 걸어갈게.”라는 한마디로 걷기 시작한다. 산책로도 인도도 마땅치 않은 길이지만, 그 걸음에 뚜렷한 명분이 없기에 더 자유롭고 매력적인 산책이 시작된다. 돈이 되거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만 옳은 선택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저자는 그저 하고 싶어서 하는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일의 낭만을 노래한다. 아무 이유 없이 걷는 시간이야말로, 오히려 다음을 버틸 힘이 되기도 한다. 때로 산책은 직접 걷는 일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카페 창가석에 앉아 역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호숫가 벤치에 앉은 낯선 이들의 기분을 상상하는 동안 저자의 세계는 조금씩 넓어진다. 그렇게 시선을 기울이다 보면, 엑스트라처럼 스쳐 지나가던 행인들은 저마다의 삶과 이야기를 품은 한 사람으로 또렷해진다. 무심히 지나치던 타인에게 말을 걸고, 아무 이유 없이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다정함도 그때 되살아난다. 이처럼 『책 산책시키는 사람』은 독자의 시선을 더 먼 곳으로 돌리게끔 하는 책이라기보다, 더 가까운 곳을 더 자세히 보게 하는 책이다. 늘 지나치던 길과 서점, 공원 벤치와 간판 앞에서 무엇에 오래 시선을 두는지 관찰하는 동안 독자는 조금씩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과 연결된 타인과 세계를 읽게 된다. “엉망인 채로 끝나는 산책이라도 괜찮아!” 목적지에 닿는 것보다 중요한, 과정으로서의 산책 이 책이 권하는 것은 깨달음을 얻는 완벽한 산책법이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나갔다가 오히려 더 무거운 고민을 안고 돌아오는 날도 있고, 기분 좋게 나섰지만 유독 무거운 다리와 조이는 바지 고무줄의 불쾌함만 남은 채 귀가하는 날도 있다. 저자는 그런 날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때로는 제주도의 맑은 바다보다 내 방 침대가 더 적절한 처방이 되기도 한다.”고, “산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나에게는 다른 방식의 회복도 분명히 존재한다”(165쪽)고 말한다. 저자는 산책의 여러 효능을 말하면서도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끝나는 산책을 실패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무의미한 산책의 매력은 저자가 제주도에서 녹슨 자전거를 타고 16킬로미터를 달려 김녕해변에 도착하는 에피소드에서 잘 드러난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유 모를 허무함을 느낀 그이지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목적지에는 자신이 기대하던 것이 없었지만, 달려온 길 위에는 분명히 자신이 남아 있었다고. 같은 따스한 햇살 아래서도 어떤 날에는 ‘더 잘 살아보자!’는 기운이 샘솟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허탈감만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산책이 매번 나를 더 나은 상태로 데려다주는 일이 아니라, 매번 달라지는 나를 그때그때 알아차리게 해준다는 데 있다. 바퀴를 굴리든, 천천히 발을 내딛든 상관없다. “당신만의 속도로 나서는 모든 움직임이 훌륭한 산책이니까.”(13쪽) 『책 산책시키는 사람』은 잘 걸어낸 날뿐 아니라 엉망으로 흘러간 날까지도 나의 산책으로 받아들여보자고 다정하게 권한다. 매일 바쁘게 걷지만 정작 나를 위해 느긋하게 걸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흐릿한 이들, 일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알찬 산책 동반자를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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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서 100을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건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쩜은 그런 사람이다. 성인 평균 1년에 책 한 권도 읽기 어려운 시대, 짧은 영상으로 책을 권유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사람. 본능적으로 독자를 찾아내고, 그 책만이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사람. 마냥 질투했던 그 재능의 배경에 산책이 있었다니. 취미마저도 ‘책’으로 끝나는 그녀의 책 사랑이 유난하다.
당신은 지금 쩜의 창작 비법을 담은 비책을 손에 쥐고 있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릴스를 내리는 손으로 휴대폰 대신 이 책을 들고 밖으로 나서자. 온몸으로 공기와 바람과 시간의 흐름을 느낄 때쯤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날 것이다. 아님 말고. 그냥 그 순간을 즐기는 것 또한 쩜의 설계일지도. - 김아영 (출판사 ‘무제’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