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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지금 떠나지 않으면 미칠지도 몰라 [1. 떠나다_일상을] 길을 잃고서야 시작된 질문 나를 자유롭게 하는 힘 아니, 나 혼자 여행이야 [2. 겪다_세계를] 시베리아 횡단 열차, 괴팍한 승무원을 만났다 황금색 롤스로이스가 남긴 세 가지 울림 가난한 운전자와 히치하이커 [3. 통과하다_위기를] 바이칼에서 지갑이 몽땅 사라졌다 유럽 자전거 캠핑 노숙의 맛 국경에서 사라진 시간과 기억 터키에서 들개에게 공격당했다 [4. 마주하다_사람을] 장대비 속에서 나타난 천사들 여행자를 돕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 소심한 엑세서리 노점상과 20달러 [5. 돌아보다_운명을] 난감한 밤이 완벽한 밤으로 위험한 날이 운수 좋은 날로 나도르 가는 길 [맺으며] 내 안의 성소를 찾아 떠난 순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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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멀리 간 여행의
종착지는 바로 ‘나’였다 세계는 스쳐갔고 남은 건 내 쪽의 결심이다 『하드보일드 트립』은 유라시아를 맨몸으로 횡단하는 위태로운 순간들을 다룬다. 그러나 이 책이 붙드는 핵심은 이동의 거리나 위험의 크기가 아니다. 지나간 사건을 어떻게 견뎠고 정리했으며, 그 끝에 어떤 사람으로 남는가 하는 데 있다. 타지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는 불안, 고속도로 한복판에 방치되는 공포, 들개의 위협 앞에서 저자는 흔들리는 자신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아찔한 순간을 감상적으로 포장하는 대신 글쓰기를 통해 다시 통과한다. 왜 그런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어떻게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 씀으로써 지난 시간을 한 번 더 살아내고, 그만큼 다른 사람이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여행의 요령보다는 삶을 직시하는 태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험난한 여정을 행운으로 돌리지도 않고, ‘잘 견뎌내고 성장한 나’라는 뻔한 서사를 서둘러 완성하지도 않는다. 흔들리고 두려워했던 순간들을 피하지 않았듯 글쓰기로 한 번 더 마주한다. 그 문장들의 행간에는 다음 길로 나아갈 씩씩함 한 줌이 서려 있다. 세계는 계속 스쳐 지나간다. 낯선 도시와 사람, 예기치 못한 위험도 결국 지나간다. 그 시간을 통과한 저자에게 남은 것은 걸음을 한 번 더 내딛는 태도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행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삶의 기록이다. 여행을 통해 삶을 벗어나려 했던 한 사람이, 결국 삶을 더 정확히 살아내기 위한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