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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
로컬 × 브루어리 × 여행
유성관
일토 20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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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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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브루어리 투어 1

통영 × 라인도이치
순천만 × 순천양조장
순천에서 고흥까지: 미지의 세계에 대하여
나주 글라렛선교수도회 × 홉플로우
전주 × 노매딕 비어템플
홍성 × 이히브루
평창 × 화이트크로우 브루잉컴퍼니

2장: 브루어리 투어 2

부산 송정 × 툼브로이
부산 기장 × 비어펍
경주 × ㅎㅎㅎ
강릉 × 버드나무 브루어리

3장: 서울과 수도권

안산 × 탭스터
정동길 × 독립맥주공장
경리단 × 맥파이
종로와 을지로 × 크래프트루 익선과 끽비어컴퍼니
이천 × 브루어리 을를
북한강 × 크래머리
인천 개항로와 월미도 × 인천맥주

에필로그 × 브루어리304

저자 소개 1

한국영상자료원에서 22년째 일하고 있다. 영화를 좋아해서 들어간 회사지만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 불현듯 맥주가 좋아져 많이 마시러 다녔고, 그 자산으로 에세이집 『여름 맥주 영화』(2023)를 썼다. 여전히 여행을 가면 근처의 좋은 펍을 찾는데, 그건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500m가 채 안 되는 낮은 산을 오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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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05*150*20mm
ISBN13
9791195611980

책 속으로

방문하는 브루펍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았고 인터뷰도 하지 않으려 했다. 네트워크가 생기는 순간 전문적이지 않은 나는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고, 훈련되지 않은 애호가의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내가 마시는 맥주에 대한 느낌이 충분히 틀릴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투어를 하며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실은 그게 여행이기도 했다.
--- p.5

통영에서 평창으로 이어진 첫 번째 투어, 부산에서 출발해 강릉에서 끝을 맺은 두 번째 투어와 함께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있는 각기 다른 미지의 세계를 다녔다. 지식이나 정보를 전한다기보다는 펍과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낯선 로컬을 헤매는 여정의 기록에 가깝다. 그리고 늘 그렇듯 미지의 세계는 모험을 동반한다. 그렇게 모험이 시작된다.
--- p.7

어렵게 도착한 순천양조장에서 첫 맥주로 크래프트 라거를 주문한 줄 알았으나 그것이 카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순간, 나도 놀랄 정도의 큰 소리로 “네에…?! 카스라고요? 아니 굳이 여기까지 와서 카스를 먹을 이유가…”라고 외쳤다.
--- p.23

흑두루미는 커피 향이 많이 나는 스타우트였는데, 불과 두어 시간 전 목격한 검은 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들의 비상을 보고 온 이상, ‘에스프레소의 풍미가 도드라진 스타우트’라는 객관적이기만 한 리뷰를 할 수는 없었다. 흑두루미를 목격한 순간과 긴 여정 끝에 맛보게 된 흑두루미는 이미 페어링이 되어 있었다.
--- p.24

한국에서 가장 작은 양조장 투어로 한자리에 서서 360도 돌면 모든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친한 동네 사람들도 지나다 들러 모닥불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신다. 사람이 들고 나가는 것은 자유롭다. 정해진 시간, 작은 뜰에서는 두런두런, 하지만 그리 소란스럽지 않은 맥주 파티가 열린다.
--- p.54

“아, 릴스 보였구나. 저희는 여러 가지 맥주를 준비하고 있는데 보시다 ‘난 잘 모르겠다 싶으시면’ 제가 설명해 드릴 수도 있으니 평소 좋아하시던 맥주가 뭔지 알려 주시면…”이라는 주인장의 부산 사투리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는 들어오는 모든 손님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 그중 ‘난 잘 모르겠다 싶으시면’은 공통이었다. 그 부분을 아주 짙은 부산 억양으로 말했는데, 이곳에 휘장을 하나 걸고 거기에 쓸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해도 될 것 같았다.
--- p.81

두 번째 잔으로 비어펍의 로고가 박힌 임페리얼 스타우트, ‘블랙아웃’을 마셨다. 잔을 입에 대자마자, 주인장은 “맛있죠”라고 물었다. 아직 넘기지도 않았다고요. 이런 질문에 맛없다고 할 수 있는 손님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맛있었다.
--- p.83

서버가 이 사람이 알고 시키는 것이 맞는가라는 표정을 하며 잠시 멈춘다. “그거 한 번에 마시는 거 아시죠” 무슨 말이지? 당황하지 말고 여유 있게 긍정의 신호를 보내자. 잠시 후, 500cc 잔에 정말 흰 거품만 가득한 맥주가 올려진다. 정작 보니 당혹스럽다. 이건 줄 알고 주문했지만, 그것이 현실화되었을 때 정말 이거라고? 하는 그런 마음. 멈칫하고 이 신기한 것을 찍기 위해 폰을 꺼내며 시간을 지체한다. 그러자 서버가 다급하게 외친다. “지금 바로 마셔야 한다구욧!” 물론 이런 외침은 아니었을 텐데 그 정도로 급박하게 들렸다.
--- p.106~107

당시 경리단의 맥파이 브루샵은 일반 좌석도 아니고 바 테이블에 빙 둘러앉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곳의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beerbeer’라는 것도,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의 맛이 어땠는지, 어떻게 서빙되었는지도 기억난다. 그로부터 십몇 년이 더 흘렀다.
--- p.122

크래머리에서 ‘논알코올 페일 에일’을 주문하면, 이 양반이 운전을 할 사람이구나, 를 간파한 서버의 장황한 설명이 이어진다.
--- p.145

늦겨울에서 봄까지 여러 지역의 브루펍을 다니며,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며 나는 지면에서 10cm 정도 떠 있었다. 일상에 섞인 다른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이제 다시 착지해 평범한 직장인의 기본값인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왔다. 304에서 라거 애프터 올을 마시며 나는 기본값으로 착지를 하는 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돌고 돌아 라거로.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일상으로.

--- p.160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전국의 브루어리를 찾아가는 여행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독자는 금세 이 책이 맥주만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맥주의 스타일이나 양조 기술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영의 오후 햇살, 순천만의 갈대밭, 남해안의 바다, 평창의 늦겨울, 경주의 고분과 같은 풍경을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마신 한 잔의 맥주를 기록한다.

이 책에서 맥주는 목적지가 아니라 매개체다. 순천양조장의 스타우트 ’흑두루미’는 단순히 커피 향이 나는 맥주가 아니다. 순천만에서 실제 흑두루미 떼를 목격한 경험과 결합하면서 하나의 기억이 된다. 나주의 수도원 맥주는 수도원의 고요함과 함께 기억되고, 평창의 맥주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와 함께한다. 저자는 맛을 설명하기보다 경험을 서술하고, 향을 분석하기보다 풍경을 기록한다.

『미지의 세계』는 크래프트 맥주 여행기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로컬과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산문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저자는 여행지의 유명 관광지보다 골목과 시장, 오래된 건물과 우연히 발견한 장소에 더 큰 애정을 보인다. 크래프트 맥주라는 소재를 통해 한국 곳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이다.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문장은 여행 에세이 특유의 낭만이 있지만 현실적인 유머와 자조가 균형을 이룬다. 브루어리를 찾아 헤매다 허탕을 치고, 길을 잘못 들고, 숙취에 시달리고, 출근 걱정을 하면서도 다시 맥주를 마시는 저자의 모습은 친근하다.

『미지의 세계』의 진짜 주제는 어쩌면 맥주도 여행도 아니다. 그것은 일상에서 잠시 떠오르는 경험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는 브루어리를 찾아다니는 동안 “지면에서 10cm 정도 떠 있었다”고 표현한다. 일상과는 다른 공기를 마시는 시간. 그러나 결국 다시 착지해야 하는 순간. 책의 마지막에서 ‘돌고 돌아 라거로, 돌고 돌아 다시 일상으로’라는 문장은 이 여행의 본질을 압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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