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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제1장. 쇼마 제2장. 하루토 제3장. 타케루 제4장. 기미유키 제5장. 이즈미 참고문헌 |
田中兆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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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뿐인 인생에서, 마침내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스미다 인플루엔자로 수많은 젊은 여성이 목숨을 잃은 일본에서 아기란 그야말로 희망입니다. 출산이라는 이 훌륭한 일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해보았으면 합니다.”
---「1장. 쇼마」중에서 산역 남자는 부임지에서 파트너를 얻어 임신해야 한다. 파트너와 성관계를 하거나 파트너가 제공한 정자로 인공수정할 수도 있다. 단 상대를 특정하지 않는 인공수정 임신은 부임 후 6개월이 지나야만 허용된다. 쇼마는 다른 지역 산교육 센터에서 온 산역 남자 열 명과 함께 기숙사에서 지내며, 지정된 기업에 출근했다. 그곳에서 차를 내오는 등 잡일 로봇이 하는 것 같은 간단한 일을 했지만,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급여가 지급되었다. 즉 회사에 출근하는 목적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며, 회사 측에서도 산역 남자를 임신 전까지 일하는 ‘임시 사무직 여성’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1장. 쇼마」중에서 자신이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 된다면 그럭저럭 괜찮을 텐데 그런 것도 없다. 쇼마는 그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고, 남자들로부터 ‘빨리 인공수정하고 회사 그만둬라’라는 무언의 압박이 강했다. 산역 남자에게 보람 있는 일을 주지 않으면서 남자밖에 없는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의무를 부여하자고 고안해낸 관료는 참으로 머리가 좋다. ---「1장. 쇼마」중에서 전문가들은 국민에게 성전환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일본국헌법 제18조, 즉 “누구도 어떠한 노예적 구속도 받지 아니한다. 또한 범죄에 의한 처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는 강제노역에 복종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 다시 말해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가 총리는 “산역에 종사하는 자에게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행동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노예적 구속’에는 해당하지 않으며, 더구나 여성이 되는 것을 ‘의사에 반하는 강제노역’으로 보는 것은 ‘여성이라는 성’을 폄하하는 발상으로, 강제노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헌법 해석을 내놓았다. 이 외에도 징산제는 일본국헌법 제13조 “모든 국민은 개인으로서 존중된다. 생명·자유 및 행복추구에 대한 국민의 권리는 공공의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 및 기타 국정 운영에 있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에 의해 보장되는 인격권, 그중에서도 자기결정권(성별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자기결정권은 ‘공공의 복리’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인구 감소라는 긴급한 문제에 대응한다는 목적이 있으므로 합헌이다”라는 정부 견해가 발표되었다. 덧붙이자면, 훗날의 일이기는 하지만 징산제 도입이 공식적으로 결정되자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가에 의한 강제 성별 변경은 인정될 수 없다”라며 일본 정부에 징산제 중지를 권고했다. 그러나 21세기 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형제도 폐지 권고를 무시해온 일본 정부는 징산제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취했다. ---「2장. 하루토」중에서 “병원에서 검사받고 정자를 채취하라고요? 왜 내가 그렇게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하죠?” “우리가 파트너 계약을 맺은 이유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잖아요.” “그럼 계약을 해지합시다. 예로부터 우리 집안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이혼당했으니까요.” 그러고는 다소 곤란하다는 듯 덧붙였다. “인공수정까지 해서 아이를 가질 거라면, 진짜 여자 유전자로 하는 게 더 낫겠죠.” ---「2장. 하루토」중에서 앞으로 일본의 젊은 남자들은 이런 말을 계속 듣게 될 것이다. ‘아이를 낳은 남자는 훌륭하다. 아이를 낳고 일까지 하는 남자는 더 훌륭하다. 아이는 낳지 않고 일만 하는 남자는 남자로서 불완전하다. 아이도 낳지 않고 자유만 누리다 늙어서 ‘세금으로 도와달라’고 말하는 건 이상하다. 비국민(非國民)이다.’ ---「2장. 하루토」중에서 타케루는 어릴 적 어머니가 반복해서 읽어주던 그림책 속 문장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전부 다 살릴 수 없다면, 가장 약한 존재를 살려라. 가장 약한 존재가 살아남는 것, 그것이 바로 희망이다.” ---「제3장. 타케루」중에서 그들은 이 가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걸까? 모를 리가 없다. 경찰도 촌사무소 직원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산역 남자들을 구하지 않아도, 그들은 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타케루는 그 사실을 에다에게 이야기해보았다. Q촌은 이상하다고, 잘못됐다고 호소한 셈이었는데, 에다는 마치 타케루가 자신을, 남자들을 비난한 것처럼 화를 냈다. “이 세상에 남자가 있는 한, 이런 곳은 없어지지 않아. 특히 이 마을에는 누구도 하려 들지 않는 일, 사고가 나면 죽을지도 모르는 고된 일을 몸으로 감당하는 남자들이 있어. 그런 남자들이 가끔 쉬러 가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고, 거기에 여자가 있기를 바라는 법이야. 이런 곳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나 다 알아.” ---「제3장. 타케루」중에서 징산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징산제의 목적은 아이를 만드는 것이나, 출산 그 자체는 의무가 아니다.” 국가는 산아를 늘리기 위해 징산제를 시행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면의 목적은 젊은 남자들로 하여금 여자 대신 젊지 않은 남자들을 위안하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일본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여성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일본 남성들의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남자들에게 섹스를 필수품처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징산제의 목적은 섹스지만, 출산 그 자체는 의무가 아니다.” ---「제3장. 타케루」중에서 “제가 아는 젊은 태국 이민 남성도 산역에 나가고 싶다고 합니다. 병든 어머니를 돕고 싶어서요. 귀화 신청을 해두었는데, 징산제가 시작된 뒤로 일본 국적을 취득하기가 몹시 어려워졌습니다. 이제는 거의 인정되지 않지요. 이 정부는 내심 산역에 일본인만 나가길 바라고, 외국인 이민자가 나가는 건 곤란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언론은 그걸 뉴스로 다루지 않아요. 일본 정부가 인종차별로 세계의 비난을 받지 않도록, 일본인들이 지켜주는 거죠.” ---「제4장. 기미유키」중에서 “남에게 남자답기를, 혹은 여자답기를 강요하는 건 시대착오적이지만, 그렇다고 굳이 남자다움이나 여자다움을 적대시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테츠코 씨가 말하자 아카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남자다운 남자, 여자다운 여자라는 건 역시 매력 있잖아.” 그러자 마린 씨의 손가락이 타타타 움직인다. “하지만 역시 세상이 평화롭고 안전해야 마음껏 여자다울 수도 있는 거지. 전쟁 같은 걸 하면 미니스커트도 수영복도 후리소데도 입을 수 없고, 남자들도 무조건 강인할 것만을 요구받으니까 여성스러운 모습을 잃게 된다고. 남자든 여자든 여성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는 건 자유롭다는 증거야!” ---「제4장. 기미유키」중에서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산역 남자와 젊은 여성을 위한 휴식 공간, 아질이야. 그들이 바로 일본 재생의 열쇠야. 그들이 활기차게 지낼 수 없다면 일본에 미래는 없어.” ---「제5장. 이즈미」중에서 이즈미는 성별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상황이 되자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설령 자신이 성형해서 미남이 된다 해도, 여성과 대화하는 데는 영 젬병이었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본인이 원하는 미녀가 되면 되는 것이었다. ---「제5장. 이즈미」중에서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고 힘든 일도 많지만, 단 한 명이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삶은 훨씬 수월해집니다. 22세기를 맞이하려는 지금, 일에서도 사생활에서도 인간은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인간의 힘 따위는 보잘것없는 것처럼 여겨지지요. 하지만 스미다 리버랜드는 인간이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5장. 이즈미」중에서 “글쎄, 둘 다 인간으로서는 별로 정상적이지 않지.” 하야시 씨가 남 일처럼 말했다. “사람은 대체로 변태라고 한 사람이 있다던데, 다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우리 세 사람은 정말 변태일 거야.” “그런 ‘정상적이지 않은 인간’이 ‘자유와 평화의 나라’를 만든 거지.” ---「제5장. 이즈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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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쇼마
소멸해 가는 농촌 마을에 살아가는 쇼마. 대대로 농부였던 조상들처럼 그 또한 평생 농부로 살아갈 것이다. 나고 자란 이 땅을 떠날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주어진 현실 바깥의 삶이. 때마침 시행되는 징산제는 쇼마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볼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 쇼마의 가슴 속에 푸른빛 예감이 차 오른다. 2장. 하루토 징산제 소집 명령을 받았을 때 일류 엘리트 관료 하루토의 생각은 하나였다. ‘최고로 우수한 아이를 낳아서 돌아오겠다.’ 그런데 뜻밖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노숙자, 스트리트 갱 출신의 못생기고 인기 없는 산역 남자들, 한마디로 삼류 패배자들. 3장. 타케루 징산제가 싫고 여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녀석을 도왔을 뿐이다. 추운 겨울 돈을 구하며 애걸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이 타케루를 나락으로 밀어넣었다. 이것이 사람을 믿고 선의를 베푼 대가라면, 타케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4장. 기미유키 징산제에 응하면 돈을 많이 준다고 했다. 그 돈으로 집안의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번쯤 여자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그때 기미유키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 ‘여자가 된다는 일’이 자신의 아내 사쿠라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될지. 5장. 이즈미 징산제에 응한 후 성형수술을 받아 조각같이 완벽한 미녀가 된 이즈미에게는 남모르는 비밀이 있다. 바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두렵고 어렵다는 것.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은 상처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즈미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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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여, 국가를 위하여 아이를 낳아라!”
개인 위에 드리운 국가라는 거대한 그림자 근미래 21세기 말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의 전반에는 디스토피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환경오염, 기후변화, 식량 위기, 핵 문제, 성매매 문제, 질병과 팬데믹, 인구 감소,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더욱 심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개인에 대한 억압과 극우주의, 전체주의 등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무겁고 어려운 주제들이지만, 『징산제』는 어느 것 하나 회피하지 않으며 독자들에게 말을 건다. ‘이 모든 일에 대하여 생각하라.’ 책의 표지에 새겨진 “남자들이여, 국가를 위하여 아이를 낳아라!”라는 문구를 통하여 볼 수 있듯이, 남성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의 성전환을 의무화하고 출산을 요구할 때에 그 의도는 철저히 ‘국가의 존속’을 위함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의지는 전혀 작동하지 못한다. 징산제가 개인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고려 요소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징산제』가 그리는 국가는 위기 시에 언제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국가이다. ‘국민에게 당연으로 포장한 의무를 들이미는 국가’라는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어쩌면 『징산제』는 불편함을, 나아가 불쾌감까지도 줄 수 있는 이야기다. 누군가를 타자화하고 수단으로 삼는 한편,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에서는 언제든, 누구든 희생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나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을 자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징산제』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숙고하는 한편, 개인이 오롯이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을 막는 모든 제도와 폭력, 권력 구조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세상이 ‘비정상’이라 부를 이상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희망 작중 어느 인물은 노년에 접어든 나이에 뒤늦게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에 눈뜬다. 또 다른 인물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성욕을 느끼는 나르시시즘적인 ‘이상 성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징산제』는 다소 혼란스럽고 거부감이 드는 작품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것이 이 작품이 다양한 젠더 퀴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반의 기준으로 볼 때 이들은 모두 ‘변태’요, ‘비정상’이요, ‘루저’들이지만, 단순히 보편의 상식을 벗어난다는 이유로 그들의 삶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구나 어느 상황과 위치에 놓여 있든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삶을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징산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희망의 하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들의 곁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믿어주는 존재, 지지해주는 사람 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친구일 수도, 이웃일 수도,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징산제』 속 인물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삶을 꿈꾸며,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공존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갈망한다. 『징산제』의 세계에서는 “타인과의 관계,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가 곧 삶의 방식 그 자체”가 된다. 엉망이 된 세상에서도 우리가 서로의 곁에 존재하는 한 희망이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 『징산제』가 우리에게 전하는 또 다른 희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