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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목차 본문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25.1 만자 (종이책 기준 약 421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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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기>
좁고 어두컴컴한 방안, 아버지는 유난히 길고 하얀 옷을 입은 채 창문 아래 바닥에 누워 있었다. 맨발의 발가락은 묘하게 뻗어 있었고, 가슴 위에 평온하게 얹힌 미동 없는 양손의 손가락은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생기 넘치던 아버지의 두 눈은 구리 동전 두 개로 덮여 굳게 닫혔고, 차갑게 굳은 얼굴에서는 빛이 사라져 있었다. 아버지가 흉하게 이빨을 드러낸 채 죽어 있는 모습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붉은 속치마만 걸친 반라의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앉아, 내가 수박 껍질을 벗길 때 즐겨 쓰던 바로 그 검은 빗으로 아버지의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이마에서 목덜미까지 빗겨 주고 있었다. 어머니는 낮고 쉰 목소리로 무언가를 쉴 새 없이 중얼거렸고, 퉁퉁 부은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눈동자마저 씻겨 내려갈 것만 같았다.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사람은 외할머니였다. 할머니는 크고 둥근 머리에 커다란 눈, 그리고 스펀지처럼 뭉툭한 코를 가진, 거무스름하고 다정한 데다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는 분이었다. 할머니 역시 울고 있었는데, 그 흐느낌은 어머니의 울음소리와 기묘한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할머니는 어깨를 부르르 떨며 나를 아버지 쪽으로 밀어붙였지만, 나는 두렵고 불안해 고집스럽게 할머니의 치맛자락 속에 몸을 숨기려 했다. 나는 어른들이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할머니가 내게 되풀이해 들려주는 말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얘야, 아빠한테 마지막 인사를 하려무나. 이제 다시는 아빠를 보지 못할 게다. 너무나 일찍 가버렸어..." 나는 몹시 앓은 끝에 겨우 침대에서 일어난 참이었는데, 병이 나기 시작할 무렵 아버지가 내 곁에서 즐겁게 분주히 움직이던 모습이 아주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러다 아버지는 갑자기 사라졌고, 그 자리에 낯선 할머니가 나타났다. "할머니는 어디서 오셨어요?" 내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저 위쪽, 니즈니에서 왔단다." 할머니가 대답했다. "걸어온 건 아니고 배를 타고 왔지. 물 위를 걸어 다닐 수는 없잖니, 이 말썽꾸러기 녀석아." <추천평> "이 책은 19세기 말 러시아 하층민들의 삶을 날것 그대로, 때로는 충격적일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가난, 폭력, 탐욕이 가득한 외갓집에서의 생활은 무척 어둡지만, 고리키는 그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기가 막히게 포착해낸다." - jr, Goodreads 독자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가혹하지만, 고리키 특유의 서정적이고 시적인 문체 덕분에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고통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깊은 울림을 준다. 러시아 문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정수와 같은 작품이다." - bowegord, Goodreads 독자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그 자체로서 이야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 싸우고 학대하지만, 밤이 되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옛날이야기를 나눈다. 그 순간만큼은 비극적인 현실이 멈추고 삶의 마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 elaen, Goodreads 독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