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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꼭대기를 여행하다
대만에서 미국까지, 수관층 생태학자의 일곱 나무 이야기
사계절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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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 나무 꼭대기에서 시작된 여행이 책의 여행으로

추천의 글
1. 지상 5미터 위에서 - 훙광지
2. 한 낭만적인 생태학자가 나무 꼭대기에서 보내온 초대장 - 유즈자
3. 단순하지만 명료한 사랑 - 린정다오
4. 단지 내 몸이 수관층 속에 있기 때문이라네 - 관빙쭝

프롤로그 나무 타기의 시작

첫 번째 나무 - 대만편백나무
대만편백나무, 수목 등반의 출발점
거대한 세계의 작은 생명, 이끼와 지의류
발밑, 온갖 위험이 도사리다
과학 밖의 몽환

두 번째 나무 - 대만가문비나무
대만가문비나무에서 시작한 대학원 생활
대만가문비나무의 물후 변화
대만가문비나무의 생리생태학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무너져 내린 숲
내 마음의 스승, 대만가문비나무

세 번째 나무 - 시트카가문비나무
해안가에서 자라는 시트카가문비나무
전쟁과 가문비나무의 비극
라이다를 이용해 찾아낸 시트카가문비나무 노숙림
가문비나무의 친족 관계와 기원
세계 곳곳에서 마주한 가문비나무
오로라와 화염 속 가문비나무

네 번째 나무 - 개솔송나무
숨 쉴 수 없는 나무
나이테에 숨겨진 이야기 1
스위스침엽수잎떨림병의 생태학적 영향
나무의 나이와 개성
죽음과 천이
나무의 자기방어
개솔송나무의 일상 투쟁

다섯 번째 나무 - 귀족전나무
나무 위에서의 서핑
숲 생태계 속 분해자
균류와 나무의 관계
숲 생태계 순환 속 경쟁과 협력

여섯 번째 나무 - 자이언트세쿼이아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나무
불에 탄 흔적
극단적인 기후 속 산불
식물의 방어 기제
나무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상흔
한 그루 나무 안에서
미지의 여정, 수목 등반

일곱 번째 나무 - 대만삼나무
대만삼나무 세 자매 촬영 프로젝트
소통, 과학기술과 대중을 잇는 가교
미지의 여덟 번째 대륙
수목 등반 윤리
스스로 하나의 풍경이 되는 나무

에필로그 -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숲, 확장된 세계
바다를 건너온 재앙
미국으로 ‘이민’ 온 산림 병해
같은 편백나무의 다른 운명
수관층을 향한 여정

참고문헌

저자 소개 2

Sky Lan,藍永翔

1984년생.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수관층 생태학자canopy ecologist 가운데 한 명이다.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산림학과 화학을 복수 전공하고, 산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산림생태 및 사회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같은 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수관층 생태와 미생물군 유전체, 온대 침엽수림 병해이다. 2005년 우연한 계기로 수목 등반 세계에 발을 들인 후 오래된 숲의 거목에 올라 수관층의 비밀을 밝히는 일에 매진해왔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나무 꼭대기를 여행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1984년생.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수관층 생태학자canopy ecologist 가운데 한 명이다.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산림학과 화학을 복수 전공하고, 산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산림생태 및 사회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같은 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수관층 생태와 미생물군 유전체, 온대 침엽수림 병해이다. 2005년 우연한 계기로 수목 등반 세계에 발을 들인 후 오래된 숲의 거목에 올라 수관층의 비밀을 밝히는 일에 매진해왔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나무 꼭대기를 여행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으로 2025 대만 문학상 금전장金典? 본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2025 대만 오픈북 어워드 ‘올해의 좋은 책’을 수상했다.
https://piceasky.com/
읽고 쓰고 번역하며 사유하고 실천하면서 살려 한다. 옮긴 책으로 『비 온 뒤 맑음』,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상하이 폭스트롯』, 『격정세계』, 『마지막 연인』, 『인간의 피안』, 『시간의 서』, 『뭇 산들의 꼭대기』, 『사랑하는 안드레아』, 『나는 하버드 심리상담사입니다』, 『조막손 투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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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638g | 153*224*22mm
ISBN13
9791169815406

책 속으로

나에게 수목 등반이란 그저 순수하게 나무에 오르는 행위였으며, 손발로 숲 전체의 생명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종종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나무 꼭대기 가까이에 웅크리고 앉아 수백 년 동안 살아 숨 쉰 나무의 목덜미(인간의 시선에서 보자면)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럴 때면 마치 시간을 끌어안는 것만 같았다.
---pp.60~61

메인 로프 설치가 끝나면 매듭을 단단히 묶고 장비를 점검하고 가져갈 채집 도구를 확인한 뒤, 쓰러진 나무들이 어지럽게 뒤엉킨 나무 밑동에서부터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한다. 두 개의 상승기를 번갈아 사용하며 마치 애벌레가 기어가듯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꼬물꼬물 수관층을 향해 올라간다. 물기 가득한 지면을 벗어났는데도 숲의 습기는 여전히 몸을 휘감는다. 수관의 하층부에는 마른 가지가 무성하고, 그 위로는 이끼가 켜켜이 층을 이루고 있다. 이끼 위에서는 싹을 틔운 시기가 제각각인 어린나무와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관다발식물이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낸다. 수관층의 수직 구조는 무수한 생명이 깃든 미소 서식지를 형성한다.
---p.73

현장 작업 중에 겪는 별의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무에 오르는 일만큼은 언제나 즐거웠다. 생태학을 갓 접한 초보 연구자였던 나는 틈날 때마다 숲과 나무에 대한 낭만적인 상상을 펼쳤다. 수백 년, 때로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거대한 신목들은 시간을 가늠하는 척도와 같았다. 그들 앞에 서면 수천 년의 시간이 눈앞에서 형체를 드러내는 듯했다. 그 시간의 가지 끝에 앉아 저 멀리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산빛이 아른거리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 도무지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pp.87~88

1916년부터 미국 태평양 북서부 지역의 시트카가문비나무는 미국 항공기 제조의 주요 목재가 되었다. 1917년 여름 한 철에만 약 7000세제곱미터가 넘는 가문비나무가 잘려나갔다. (…) 이후 미국 정부는 가문비나무의 생산량, 즉 벌채량을 늘리기 위해 ‘가문비나무생산부’라는 특별 조직까지 설립했다. (…)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던 수만 그루의 가문비나무가 비행기가 되어 유럽의 전장으로 보내졌다고 생각하면, 대만의 편백나무 숲이 무분별하게 벌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괴로움이 밀려왔다. 일본으로 실려가 토리이 기둥이 된 편백나무는 언젠가 직접 보러 가 참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쟁 속에서 사라져버린 가문비나무 숲은 이제 영원히 마주할 수 없는 풍경이 되고 말았다.
---pp.147~149

가이우만니이균은 돋보기로 보아야 겨우 보일 만큼 미미한 균류에 지나지 않지만, 조건과 환경이 맞물리는 순간 숲의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때로는 다른 수종이 자라날 공간을 간접적으로 열어주는 조력자가 되기도 하지만,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사라지게 하는 파괴자가 되기도 한다. (…) 스위스침엽수잎떨림병으로 인해 개솔송나무에서 대량의 낙엽이 발생하면 붉은나무밭쥐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이는 다시 이들을 먹고사는 또 다른 멸종 위기 조류인 점박이올빼미를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다. 반대로, 손상된 개솔송나무의 수관층은 같은 공간에서 자라는 이엽솔송나무에게는 더 많은 햇빛과 공간을 선사한다. 작고 볼품없는 균류 하나가 개솔송나무 숲에서 이토록 거대한 생태적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생물들이 처한 각기 다른 입장에서 볼 때 가이우만니이균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에 불과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전체 생태계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한 곳의 소멸이 다른 곳의 생성이 되고, 누군가의 손실이 다른 누군가의 이득으로 치환되는 섭리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
---pp.195~916

숲에서 목격하는 죽음은 대개 하나의 사건으로 완성되기보다는 수많은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채 다양한 생명체가 긴밀히 가담하여 발생한다. 나무의 죽음 또한 죽음 그 자체인 동시에 또 다른 생명체들이 이어가는 생존의 서사이기도 하다. (…) 매년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만 개의 씨앗 중 숲 바닥에 안착해 무사히 발아하는 것은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탁 트인 개활지라면 사정이 좀 나을 것이다). 일단 발아하면 평생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육상 식물에게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자연재해는 숙명과도 같은 생존 투쟁이다. 바람에 실려 흩어진 씨앗이 어디에 내려앉아 언제 싹을 틔울지, 무사히 나무로 자라나 하늘의 소중한 햇빛, 땅속의 귀중한 물과 양분을 경쟁하여 쟁취할 수 있을지 이 모든 여정에는 일련의 확률과 우연이 작용한다.
---p.217

만약 생태계 내에 분해자가 부족하다면 생물은 죽은 뒤에도 형체를 유지한 채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생태계 내에 끝없이 쌓여갈 것이다. 생물체 내에 갇힌 유기물 또한 대지로 돌아가지 못해 다른 생명들이 재활용할 길도 막힐 것이다. 실제로 북미의 냉온대 숲은 혹독한 겨울과 건조한 여름 기후 탓에 미생물의 분해 활동이 더디게 일어난다. 그 결과 분해되지 못한 고목과 낙엽이 지표면에 두껍게 축적된다. 이렇게 쌓인 유기물은 여름철 산불의 연료가 되며, 산불이 일으킨 격렬한 연소는 느린 생물학적 분해를 대신해 생물체 내의 유기물을 순식간에 재로 만들어 흙으로 돌려보낸다. 숲의 관점에서 보면 균류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다. 살아 있는 나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침입자인 동시에 죽은 나무를 분해해 다음 세대의 생명이 성장할 공간과 자원을 제공하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균류는 숲의 천이 과정을 완만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pp.238~239

나이테 속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했을 때, 나는 마치 나무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배운 것만 같아 전율에 휩싸였다. 거목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나는 줄곧 그들의 과거에만 매달렸다. 외양을 관찰하고, 그들이 남긴 기록을 읽어내며 이 나무들이 어떤 시간을 견뎌왔는지를 알아내는 데만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불현듯 깨달았다. 나무가 죽었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가 끝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주인이 떠나 기록이 중단된 일기를, 이제는 균류와 다른 미생물이 이어받아 그들만의 언어로 계속 써 내려가고 있었다. 나무가 직접 쓴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그 역시 나무의 생애를 온전히 완성하는 일부다. 곤충과 균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교차하며 만드는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나무들조차 알지 못한 ‘이후의 일들’ 까지도 알게 될 것이다. (…) 숲은 과묵한 노인 같기도 하고, 두껍고 묵직한 한 권의 책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이토록 기나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pp.252~254

적어도 2000년은 족히 살았을 그 자이언트세쿼이아는 밑동부터 꼭대기까지 온통 불에 탄 흔적이 역력했다. 한쪽 측면에만 살아 있는 가지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나는 우선 로프를 설치한 뒤 불에 타 말라버린 60미터 높이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그런 다음 두께가 약 0.5미터에 불과한 ‘나무 벽’을 바깥에서부터 넘어가 10여 미터 아래로 하강하자, 원줄기 중심부에 입을 벌린 공동의 입구가 나타났다. 다시 로프를 타고 그 심연 속으로 내려갔다. 약 40미터 깊이의 줄기 내부는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공기는 따뜻하면서도 습했다. 헤드램프의 불빛 없이는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었다. ‘ 바닥’은 겹겹의 부식질 층으로 덮여 있었는데, 이는 오랜 세월 내부 목재가 분해되고 무너지며 쌓인 생의 잔해들이었다. 거대한 나무의 내부는 외부 세계와 완벽히 단절된 진공 같았다. 바깥에서 아무리 세게 두드려도 소리나 진동이 안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숲을 집어삼킨 그 참혹한 산불에서 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완벽한 단절 덕분이었다.
---p.287

자연 만물은 결코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삼림욕이나 피톤치드는 인간에게 육체적인 편안함과 정신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결국 식물이 해충과 질병에 맞서기 위해 처절하게 내뿜는 방어 물질, 즉 2차 대사산물에 불과하다. 이를 굳이 ‘숲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 말하는 것은 인간의 일방적인 바람일 뿐이다. 인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자연을 함부로 의인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또 하나의 ‘편견’이다.
---p.314

돌이켜 보면 지난 시간은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해마다 거친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학자 및 기관과 협력하고, 새로운 지식과 연구 분야로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이었다. 그 여정은 마치 사방으로 가지를 뻗으며 자라는 한 그루 나무와 닮았다. 씨앗이 내려앉아 싹을 틔운 자리가 애초에 바라던 땅이 아니더라도 공간이 있고 기회가 허락된다면 나무는 그곳에 천천히, 이리저리 비틀어지고 휘어지면서 단단한 몸체를 세운다. 때로는 수분과 영양분을 얻으려 뿌리를 하나라도 더 뻗고, 때로는 쏟아지는 햇살을 한 줌이라도 더 거머쥐려 무성한 잎을 틔운다. 또 어떤 날에는 불시에 들이닥칠 병충해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방어 물질을 만들기 위해 탄수화물을 비축한다. 그렇게 마침내 우점목으로 우뚝 섰을 때, 그 모든 성장의 흉터는 삶의 궤적이 된다.
---p.344

출판사 리뷰

2025 대만 문학상 금전장 본상 및 신인상 수상작
2025 대만 오픈북 어워드 ‘올해의 좋은 책’ 수상작

숲의 바닥부터 지붕까지
상승과 하강을 만끽하는 특별한 여행
경이롭고 역동적인 수관층 생태학의 세계

본래 생화학자가 되고자 했던 저자는 2005년 산림학과 겨울방학 현장 실습에서 우연히 5미터 높이의 나무에 올랐다가 그곳에서 마주한 풍경에 완전히 매혹되고 만다. “평면이었던 세상이 돌연 입체가 되어 솟아오른 듯했다.”(44쪽) 그 길로 교수를 찾아가 다짜고짜 “나무에 오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어요!”라고 소리친 그는 곧장 전문 장비를 사용해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에 오르는 수목 등반에 입문하고, 산림학 석사 과정에 진학해 연구자의 길에 들어선다. 연구 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무에 오르는 동료들과 달리, 나무에 오르는 것이 좋아 나무 연구를 시작한 저자는 온갖 기회를 끌어모아 오래된 숲의 거목들을 찾아다니며 나무가 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온몸으로 익혀나간다.
가지와 잎으로 이루어진 나무의 윗부분이 모여 숲의 지붕을 형성하는 것을 수관층이라고 한다. 어둡고 축축한 숲의 바닥과 달리, 풍부한 햇빛과 높은 기온, 막힘없이 순환하는 공기 덕분에 고유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이곳은 에너지를 생산해 숲을 키우고, 다양한 동식물의 터전이 되며, 숲의 양분 순환을 이끄는 핵심적인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숲의 건강을 지키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수관층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 수관층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문적인 수목 등반 기술과 고가의 장비, 그에 따르는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각지의 깊고 오래된 숲의 수관층에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생태적 비밀이 숨어 있다. 수관층 연구의 선구자인 마거릿 로먼은 미지의 영역이라는 뜻을 담아 이곳을 ‘세계의 여덟 번째 대륙’이라 부르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저자 란융샹은 이런 어려운 연구 조건, 즉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에 오르는 일에 매혹되어 수관층 연구를 시작했다. 나무와 온몸으로 만나며 꼭대기에 올라 다채로운 초록빛 공중 정원과 저 멀리 피어오르는 안개, 더 먼 곳에서 부서지는 파도, 온갖 착생식물을 몸에 두른 채 뒤엉켜 있는 가지들을 한눈에 담는 일은 저자에게 다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동력이 되었다. 누구보다 환한 얼굴로 로프를 타고 거목에 오르는 그는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과 생태를 애정과 경탄의 마음을 담아 묘사한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고 거대한 나무줄기부터 이끼와 지의류, 균류와 미생물 같은 작은 생명에 이르기까지 온 숲에 닿는 그의 시선은 독자를 수관층 생태학의 경이로운 세계로 이끈다.
이 책은 저자가 처음 나무에 올랐던 대만에서 출발해 박사 과정을 밟으며 연구자로 성장한 미국을 거쳐, 다시 대만의 첫 번째 나무로 돌아와 그사이 달라진 시야를 깨닫는 회귀의 구조로 쓰여 있다. 이 여정의 출발점인 대만은 해발 3000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200여 개나 있고, 열대부터 냉대까지 다양한 기후대가 분포하며, 강력한 태풍에 의한 생태계 교란에 대응해온 역사를 바탕으로 수관층 생태학 분야를 이끌어가는 국가 중 하나다. 저자는 대만에서 수목 등반과 산림학의 기초를 익힌 뒤, 전 세계 산림학 연구의 중심인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로 옮겨 가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 알래스카의 거목에 두루 오르며 수관층 생태학자로 성장했다. 지상에서 나무 꼭대기로,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대만에서 미국을 거쳐 다시 대만으로 이동하는 저자의 여정은 독자에게 상승과 하강, 공간적 도약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길 가다 마주친 나무에 무작정 오르고 싶은 마음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서야 비로소
나무 한 그루를, 숲 전체를 온전히 볼 수 있었다
대만에서 미국까지, 수관층 생태학자의 일곱 나무 이야기

저자의 나무 꼭대기 여행은 태고의 품격을 간직해 ‘신목神木’이라 불리는 치란산 ①대만편백나무에서 시작된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자유분방하게 가지를 뻗은 이 나무는 온몸에 층층이 두터운 이끼 카펫을 두르고 있고, 그 위로는 난초나 진달래 같은 온갖 착생식물이 자라난다. 높이에 따라 일조량과 환경 조건이 달라지기에 수관층을 따라 오르다 보면 가지와 잎의 모양, 착생식물의 종류, 초록빛의 농도 차이가 빚어낸 색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첫 번째 나무’를 오르며 숲의 바닥부터 나무줄기와 가지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세를 늘린 이끼와 지의류의 작지만 단단한 세계를 발견하고,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깊고 고아한 숲의 전경을 가슴에 새긴다. 이어 ②대만가문비나무를 본격적인 연구 현장으로 삼아 2년 동안 매달 24그루의 나무에 올라 채취한 시료를 바탕으로 석사 논문을 완성한다. 현장 연구자가 되는 법,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하여 나무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는 법, 무엇보다 한 차례 태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작별 인사의 중요성을 알려준 이 나무를 저자는 마음의 스승이자 ‘가장 사랑하는 나무’의 자리에 놓는다.
가문비나무에게서 친밀함과 위안을 느끼는 저자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서도 가장 먼저 가문비나무부터 찾는다. 알래스카 시트카 섬에서 자라는 ③시트카가문비나무를 보러 간 그는 침엽의 생김새, 구과의 모양 등이 대만가문비나무와 다른 것을 보고, 가문비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종이 각자의 환경에 적응하며 형성한 생태적 특징을 비교한다. 제1차 세계대전 시기 비행기 제조에 쓰이며 무수히 잘려 나간 시트카가문비나무, 산악 지대에서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고 자라는 엥겔만가문비나무, 은빛이 감도는 푸른빛을 띠는 덕분에 크리스마스트리 1순위로 꼽히는 은청가문비나무, 수시로 산불에 휩싸이는 검은가문비나무 등 저자가 소개하는 가문비나무의 다채로운 형상과 생태를 통해 종의 기원과 확산, 그로 인한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저자는 북미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수종으로 꼽히는 ④개솔송나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스위스침엽수잎떨림병 연구를 계기로 산림 병해로 연구를 확장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미한 균류의 침입으로 개솔송나무와 거기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지만, 개솔송나무의 죽음으로 더 많은 햇빛과 공간을 얻게 된 이엽솔송나무나 숲 바닥의 다른 생물들은 비로소 본격적인 생장을 시작한다. 이를 지켜보며 저자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연결된 생태계에서 한 곳의 소멸이 다른 곳의 생성이 되는 숲의 천이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이어서 저자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⑤귀족전나무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거센 바람에 부러지고 뒤틀린 귀족전나무 가지들에서 생장의 궤적을 수정해서라도 더 많은 햇빛을 쟁취해 살아남고자 하는 생의 의지를 발견하고, 그럼에도 결국 죽음에 이른 나무들을 분해해 다음 세대의 생명이 자라날 공간과 자원을 제공하는 균류의 역할을 배운다. 나무를 죽게 하는 침입자인 동시에 죽은 나무를 분해해 다른 생명을 키워내는 조력자이기도 한 균류는 나무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무의 이야기를 써 나간다. 나무들조차 알지 못한 ‘이후의 일들’을 엮어가는 균류를 두고 저자는 “나무가 직접 쓴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그 역시 나무의 생애를 온전히 완성하는 일부다”(253쪽)라고 말한다.
2018년, 박사 과정을 마친 저자는 마침내 오랫동안 염원해온 ⑥자이언트세쿼이아에 오른다. 거목 중에서도 가장 키가 크고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자이언트세쿼이아는 북미의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주 산불에 휩싸이지만, 두텁고 견고한 단열층을 형성해 산불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종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더 강력하고 잦은 산불은 이런 적응이 무색할 만큼 자이언트세쿼이아 숲을 무참히 집어삼키고 있다. 오리건주에 거주하며 대규모 산불을 수차례 경험한 저자는 거대한 화마는 물론, 그 밖에 곤충이나 미생물의 침입에 맞서 자이언트세쿼이아가 펼치는 자기방어 전략에 주목한다. 얽히고설킨 무수한 곁가지들, 머리 위로는 무성한 잎을 틔우지만 속은 텅 빈 거대한 몸체, 곤충과 동물의 공격으로 곳곳에 난 구멍과 그 상처에서 흘러나온 끈적끈적한 수지 등 현재의 복잡한 구조에는 나무가 겪은 모든 사건이 숨김없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나무의 몸 구석구석에 새겨진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며 거목이 써온 장대한 서사를 헤아려본다.
한동안 미국에서 활동하던 저자는 깊은 숲속에 자리한 거목의 압도적인 위용과 그 고유한 생태를 대중에게 전하기 위한 ‘⑦대만삼나무 세 자매 촬영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대만의 나무에 오른다. 거목의 전신 등비례 사진을 찍어 포스터를 만들고, 이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에 참여하면서 그는 과학 연구의 결과가 학술지 밖으로 나와 공유되어야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여러 환경 의제들이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거목의 생리와 생태를 연구하다가 점차 산림 병해 연구로 옮겨 간 저자는 한동안 자신이 수관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바로 그 산림 병해 연구를 통해 다시 자신의 첫 번째 나무와 만나게 된다. 마치 대만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자신처럼, 대만편백나무 숲을 떠나 미국편백나무 숲으로 옮겨 간 측역병균Phytophthora lateralis이 단기간에 거의 모든 나무를 고사시키는 현상을 연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병원균이 미국의 숲에서는 막대한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를 찾아가며, 저자는 자신의 출발점이었던 대만편백나무와 다시 연결되는 기분을 느낀다.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자신의 첫 번째 나무는 20년 전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풍경을 보여주었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나무가 저자에게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 것처럼, 이 책을 다 읽고 난 사람이라면 주변에서 늘 보던 나무가 훨씬 더 다채롭고 풍부한 이야기를 품은 채 다가올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과 세계를 연결해줄
친밀한 나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 낭만적인 생태학자의 문학적인 연구 기록

저자 란융샹은 지난 20년간의 연구 여정을 기록한 이 책으로 2025 대만 문학상 금전장 본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저자가 진심을 다해 도달한 독보적인 삶의 경험이다. 바로 그 경험 자체에 특유의 미학이 있다”라는 금전장 심사평처럼, 저자는 수관층이라는 낯선 세계, 그곳에 접근하는 활기차고 역동적인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저자가 주로 찾아가는 숲은 오랜 세월에 걸쳐 안정적인 생태와 구조를 형성해온 노숙림이다. 숲 바닥에 두텁게 깔린 이끼 카펫, 과거 언젠가 쓰러져 누운 채로 그 위에 다양한 착생식물과 어린나무를 키우는 고사목, 수종마다 다른 특유의 나무껍질 무늬가 손끝에 전하는 감촉, 숲을 거니는 내내 따라오는 은은하고 알싸한 침엽의 향기와 서서히 옷을 적셔오는 습기 등 저자의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깊은 숲속을 걷는 기분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들어간 숲에서 가장 크고 높은 나무의 아득한 꼭대기를 향해 나아가는 저자의 뒤에서 독자도 로프를 단단히 쥐게 된다. 로프에 매달린 채 수십 미터 아래 숲 바닥을 내려다보는 아찔함, 나무 꼭대기에 걸터앉아 반대편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를 바라보는 장쾌한 시야, 어스름이 깔린 시각 나무 꼭대기에서 로프를 타고 서서히 내려오다 반딧불이의 빛무리 속으로 잠겨드는 몽환적인 순간은 수관층 연구자만이 전할 수 있는 독특한 감각일 것이다. 독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이 신비롭고 낯선 장면들은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낭만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과학자로서 나무와 숲을 연구해 어떤 성과를 내겠다는 마음보다는 그저 나무에 오르는 것이 좋고, 나무 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이 좋아서 수관층 연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생화학자를 꿈꾸며 좁은 실험실 안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에 몰두하던 저자는 우연히 접한 수목 등반에 매혹되어 무엇 하나 뜻대로 통제할 수 없는 야외 현장으로 나왔다. 무수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며 수많은 동료들과 협업하는 방법을 배웠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고유한 생태적 특징을 이룬 거목들을 찾아다니며 세계 곳곳의 숲을 누볐다. 사랑하는 대상,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점점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된 것이다. “세계 곳곳의 가문비나무 숲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맞닥뜨린 환경과 저마다의 생존 과제, 인간과 맺어온 관계를 몸소 체험하는 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도 함께 넓어졌다. 꼭 가문비나무가 아니더라도, 심지어 식물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의 삶에는 자신과 세계의 낯선 구석을 연결해줄 지극히 친밀한 존재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175쪽)라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자신과 세상을 연결해줄 나무 한 그루 혹은 친밀한 존재는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추천평

나무 위의 세계에 관해서는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비유를 들어 온전히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런 귀중한 시선은 문학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저자가 진심을 다해 도달한 독보적인 삶의 경험이다. 바로 그 경험 자체에 특유의 미학이 있다. 탄탄한 현장 조사와 학문적 토대에 기초한 저자의 어휘와 문장은 우리를 지식의 세계로 이끄는 한편, 나무의 위아래를 오르내리고 안팎을 넘나들며 주변을 세심히 살피는 시선은 삶의 중심을 잡는 나만의 철학을 찾아 나서게 한다. - 대만 문학상 금전장 심사평
우리는 보통 나무를 밑동에서 올려다보거나 멀리서 바라본다. 그러나 융샹은 자신의 몸을 척도 삼아 로프에 매달린 채 뿌리에서 줄기를 지나 가지 끝에 닿을 때까지 수직의 영토를 개척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평지에서 혹은 멀리서 바라볼 때는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풍경과 조우한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 훙광지 (국립대만대학교 지리환경자원학과 부교수)
이 책은 수목 등반이라는 전문적인 모험의 세계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할 뿐 아니라, 신비로운 수관층 생태계를 마치 오랜 친구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쉽게 풀어 설명한다. 또한 거목들이 직면한 환경 위기와 보존을 위한 과제까지 심도 있게 들려준다. 이 낭만주의 생태학자는 당신과 나를 수관층으로 초대하여 그곳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목도하도록 이끈다. - 유즈자 (『세계로 향하는 식물들』 저자)
융샹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 대만편백나무 숲에서 시작된 이 단순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집념은 멀리 미국의 개솔송나무와 자이언트세쿼이아 숲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수관층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이 숲 전체의 건강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섬세하게 밝히고 있다. - 린정다오 (국립대만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부교수)
이 책은 란융샹 박사가 지난 20년 동안 수목 등반 초보자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기까지 그 마음의 여정을 기록한 글이다. 다양한 나무를 오르며 축적한 그녀의 경험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한 젊은 학자가 어떻게 수관층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노련한 전문가로 거듭났는지를 엿볼 수 있다. - 관빙쭝 (국립대만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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