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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은하수 아래에서 시작된 이야기
제1부 경계에 선 사람: 기자와 팬 사이 그리고 그 이후 1장 입덕: 편견은 마침내 어떻게 깨지는가 오만과 편견 / 딸들이 먼저 만난 세계 / BTS가 이 정도였어? / 눈물이 말해주는 것 / 우리 모두 처음엔 꼬질꼬질했다 그래서 BTS는 무엇이 달랐을까① “BTS는 스타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2장 웸블리: 팬이 되어 처음 만난 세계 웸블리: 기억 속 성지로의 여정 / 티켓팅: 간절한 전쟁 / 팝업스토어: 행복과 행복이 만나는 장소 / 기자회견: 내가 여기에 있다고요! / 공연: 오직 한 명의 팬으로서 / 이 노래는 반칙이지: Epilogue: Young Forever / BTS 로드: 그들이 있었던 자리 / 스타드 드 프랑스: 삶의 우선순위 그래서 BTS는 무엇이 달랐을까② “사람들은 공연을 본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경험했다.” 3장 BTS를 취재한다는 것: 팬심과 기자 사이 질문과 의심 그리고 애정을 품고 나는 기꺼이 팬이 되기로 했다 / 국가와 BTS: 병역 논란 / 동행과 동원 사이 / 준비되지 않은 환대 / 광화문 유감: 국가, 자본, 아티스트의 사이 / 팬은 고객인가 / 소비의 중심, 결정의 주변 / 방관의 경제학, 티켓팅 매크로와 리셀러 / 그래서 팬이 되면 비판이 어려워지는가 그래서 BTS는 무엇이 달랐을까③ “BTS는 K팝 산업의 성공 그 이상의 현상이다.” 제2부 BTS와 아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팀 4장 꼬질꼬질했던 소년들이라는 서사 “여전히 한국에서 온 촌놈” / 방탄로그, 함께 성장한 기록 / “Do you know K-pop?” / 결핍의 조합 / 분산된 리더십 / 함께 시간을 지나가는 사람들 / 운명처럼 모인 7명 그래서 BTS는 무엇이 달랐을까④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관계의 구조를 만들었다.” 5장 아미: 팬덤은 어떻게 공동체가 되었나 연결의 힘, 세계가 하나의 타임라인이 되다 / 번역과 연결: 팬 번역은 왜 중요했나 / 서로를 이어주는 가장 어려운 수고 / BTS 번역은 왜 ‘주석 문화’가 되었나 / 생일 카페, 스스로 생산하는 조직의 연례 행사 / BTS 페스타(FESTA), 어쩌면 아미 페스타 / 응원법과 스트리밍 가이드북 그래서 BTS는 무엇이 달랐을까⑤ “팬은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의 창작자가 되었다.” 6장 팬덤에서 주체로: BTS의 메시지와 팬덤 윤리 임시 자율 공동체: 팬덤의 조직력 / ‘좋아하는 마음’은 어떻게 행동이 되었나 / 나눔과 경계의 문화 / 사회를 향한 힘: 해시태그의 동시대성 / 자율과 통제: “아미답게 행동하자” 그래서 BTS는 무엇이 달랐을까⑥ “취향의 공동체가 자율적인 시민의 감각을 만들었다.” 제3부 BTS 이후의 세계: 산업은 무엇을 배우게 되었는가 7장 BTS 이후의 산업: 브랜드, 플랫폼, 도시 사람이 브랜드가 되다: 광고가 아니라 서사 소비 / 럭셔리 브랜드의 문법 변화와 팬덤의 시간을 읽은 맥도날드 / 인물이 곧 브랜드가 되는 시대 / 팬덤은 왜 위버스로 모였나: 유튜브 시대의 역설 / 감정 데이터 산업 / 도시가 공연장이 되다: 보랏빛 경제 그래서 BTS는 무엇이 달랐을까⑦ “BTS는 상품이 아니라 시간을 공유했다.” 8장 멈춤 이후 BTS 2.0: 팀과 개인 그리고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 멈춤은 해체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다 / 일곱 개의 실험: 팀에서 개인으로 확장된 생태계 / 다시 함께: 팀은 어떻게 재설계됐나 / ‘아리랑’과 광화문 / 광화문 컴백 공연과 넷플릭스 생중계 / 더 시티 아리랑 / BTS 2.0 그래서 BTS는 무엇이 달랐을까⑧ “멈춤조차 확장의 시간이 되었다.” 제4부 소우주: 연결과 위로의 언어 9장 감정은 어떻게 공적 언어가 되는가 함께 있다는 감각 / 여러분이 있다: 무함성 콘서트 / Life Goes On: 각자의 방에서, 함께 / 흔들리는 사람이 건네는 위로 / 수만 개의 빛: 아미밤의 풍경 / 공연장 밖으로 나간 빛: 거리의 응원봉 / 연결 그리고 위로: 우리가 공연장에서 배운 것들 그래서 BTS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하나의 소우주였다.” 에필로그_은하수 아래에서,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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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입덕하던 무렵 BTS는 이미 비틀스에 비견되는 세계적 그룹이었다. 공연장만이 아니라 그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인파가 몰렸고, 그들의 손짓 하나,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말 한마디에 함성이 터졌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바로 그곳-웸블리 콘서트와 빌보드 1위, 그래미 시상식, 연일 매진된 월드투어까지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이야기는 나의 서사와 지평을 넓혀주었다.
웸블리에서 가장 마음을 울렸던 것은 팬들이 먼저 부른 ‘Epilogue: Young Forever(에필로그: 영 포에버)’의 순간이었다. 한없이 벅차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왜 영국에서 한국어 노래를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 함께 부르고 있을까. 왜 사람들은 이토록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까. 그 의문이 공연이 이어지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들의 무대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일반적인 공연이 아니라, 고립되고 소외된 마음과 마음이 단단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연대의 현장이었다. 오랜 기간 기자로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것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세상을 해석하고 설명해왔지만, 그날 웸블리를 가득 채운 경이로운 에너지를 설명할 언어는 내게 없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시작되었다. --- p.15~16, 본문「프롤로그: 은하수 아래에서 시작된 이야기」중에서 BTS의 화려한 성공 서사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그 뒤에 숨겨진 고백이었다. ‘우리도 우리를 믿지 못했다’는 말. 그 투박한 고백이 평생 의심을 업으로 삼아온 중년 기자의 방어벽을 단번에 무장해제시켰다. 번아웃의 벼랑 끝에서 멈추고 싶었던 것은 비단 그 청년들만은 아니었으리라. 나 역시 방향을 잃은 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BTS의 음악은 다시 앞으로 걸어갈 용기를 건네주었다. 어쩌면 나를 비롯해 중년 이상의 팬들이 BTS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BTS의 팬 가운데에는 소년소녀나 청년 세대만이 아니라 중년 혹은 노년의 열성 팬들도 많다. 나와 동년배, 그 이상의 사람들은 이미 적어도 한 번 이상 꿈과 현실의 간격을 경험해본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청춘은 이미 지나갔지만, 실패와 좌절, 버티는 시간의 감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BTS의 서사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스타의 성장담이라기보다, 흔들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BTS가 들려준 것은 승자의 자기확신이 아니라 불안과 회의,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낸 기록이었고, 바로 그 점이 세대를 넘어 공감을 만들어냈다. --- p.43~44, 본문「1장 입덕: 편견은 마침내 어떻게 깨지는가」중에서 자리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른바 ‘하나님석’이라 불리는 4층 꼭대기라도 상관없었다. 화면에 보이는 자리라면 어디든 클릭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드디어 나에게도 ‘포도알’이 찾아왔다. 마침내 결제까지 완료됐다. 그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다. ‘아, 나 정말 가는구나.’ 그 한 문장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틀 모두 가고 싶었지만 첫날이라도 예매에 성공한 게 어딘가. 그 이후에도 표를 구하는 과정은 이어졌다. 웸블리 둘째 날 티켓은 한국인 아미에게 양도받았다. 엑스에서는 파리 공연 둘째 날 티켓 양도 글을 찾았다. 러시아 아미였다. 페이팔로 돈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이 들었다. 혹시 사기면 어쩌지. 바코드를 먼저 찍고 들어가버리면 나는 입구에서 막히는 것 아닐까. 파리까지 가서 공연을 못 보게 된다면, 그 허탈함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믿기로 했다. ‘아미끼리는 믿는다.’ 그 단순한 문장을 스스로 되뇌며 결제를 마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티켓팅은 단순한 예매가 아니었다. 얼마나 가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실패하고도 다시 도전하게 만든 것도, 결국은 그 마음이었다. 그때 나는 이미 충분히 간절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 p.56~57, 본문「2장 웸블리: 팬이 되어 처음 만난 세계」중에서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 활동은 다른 질문을 남겼다. 번아웃을 고백한 직후의 일정, 국가적 과업과 결합된 상징성, 그리고 그 속도감. 이 모든 요소가 겹치면서, 이 참여가 어디까지 자발적인 선택이었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정권이 바뀌고 국가 중요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상징을 가진 존재가 호출된 것은 아닐까. 그 과정에서 개인의 상태나 시간은 얼마나 고려됐을까. 이 질문은 불편하지만 피하기 어렵다. 국가와 산업이 필요로 할 때, 아티스트는 어디까지 응답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은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가. 번아웃을 고백했던 장면을 알고 있기에, 화려한 공연을 보면서도 그들이 다시 부산 콘서트 무대에 서기까지의 시간이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묻게 된다. 우리가 말하는 ‘K컬처의 위상’은, 그 안에 있는 개인들에게도 같은 의미로 작동하고 있는가. 팬이 되면 이런 질문을 오히려 더 많이 하게 된다.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이 소모되는 방식에 더 민감해진다. 그때 그 결정은 동행이었을까, 아니면 동원이었을까. --- p.91~92, 본문「3장 BTS를 취재한다는 것: 팬심과 기자 사이」중에서 낮에는 대기업의 독과점과 자본의 횡포를 매섭게 꾸짖는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의 손가락이, 밤에는 위버스 샵의 교묘한 가격 책정을 비판할 겨를도 없이 결제 버튼을 향하고 있었다. 품절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판단보다 앞선다. 결제 버튼을 누른 직후,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여전히 기자인가, 아니면 이 구조에 익숙해진 소비자인가.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한 걸음 물러서서 보게 된다. 그 화려한 숫자 뒤에는 무엇이 놓여 있는가. BTS를 둘러싼 이야기는 언제나 ‘최초’, ‘최고’, ‘전무후무’라는 말로 설명된다. 수치는 분명하지만, 동시에 가장 쉽게 확대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가 만들어지는 방식까지 함께 보게 됐다. 세상은 묻는다. 팬이 되면 비판이 어려워지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예민해지고, 더 쉽게 분노하게 된다. 취재의 객관성은 차가운 무관심이 아니라, 애정과 거리감을 동시에 유지하는 힘에 있다. 그래서 나는 기자와 팬, 그 사이에 계속 서 있기로 했다. --- p.110~111, 본문「3장 BTS를 취재한다는 것: 팬심과 기자 사이」중에서 BTS는 자신들을 슈퍼맨이나 배트맨보다 ‘앙팡맨’에 가까운 존재로 그렸다. 그들은 무대 위의 화려한 스타라기보다, 무대 뒤에서 서로의 에너지를 나누며 버텨온 팀이었다. 이 ‘함께 커가는 팀’의 서사는 2018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절정에 달했다. “제 이름은 김남준입니다”로 시작된 연설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자신을 잃어버렸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뒤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넘어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 연설이 전 세계 청춘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들이 노래하고 말하는 것이 가공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삶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라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어제 실수한 나도 나”라는 고백은 완벽을 강요받는 시대의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로였다. --- p.144, 본문「4장 꼬질꼬질했던 소년들이라는 서사」중에서 언어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번역은 그 장벽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팬들은 단순히 BTS의 음악을 소비한 것이 아니었다. 번역과 주석을 따라가며 낯선 언어와 감정, 관계의 방식 안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그것은 외부의 콘텐츠를 감상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세계의 문법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이었다. 많은 팬들이 BTS를 통해 처음 만난 것은 K팝이 아니라, ‘이렇게 연결될 수도 있구나’라는 감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언어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변방의 아티스트가 중심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영어의 문법에 자신을 맞춰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세계의 팬들이 한국어의 맥락을 배우기 시작한다. BTS 팬덤에서는 ‘막내’, ‘형’, ‘사투리’ 같은 표현이 영어로 완전히 치환되지 않은 채 통용된다. 번역가들이 밤새 달아놓은 주석들은 하나의 연결 통로가 되고, 세계의 팬들은 그 길을 따라 한국어가 품고 있는 감정과 관계의 방식을 조금씩 배워간다. --- p.160~161, 본문「5장 아미: 팬덤은 어떻게 공동체가 되었나」중에서 거대한 공동체 안에는 언제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공존한다. 연결은 사람을 모으지만, 그 연결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또 다른 과제로 남는다. 공동체가 커질수록 그 질문은 더 자주, 더 날카롭게 반복된다. 팬덤을 움직인 것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 같은 무대를 보고 벅차오르던 감정, 그 순간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번역과 기록, 기부와 연대로 이어지며 점점 더 큰 형태의 연결로 확장되었다. 2026년 광화문 컴백 공연에서 RM은 ‘소우주’의 가사인 ‘70억 개의 빛’을 ‘84억 개의 빛’으로 바꿔 불렀다. 그러자 이 음악이 여전히 지금의 이야기라는 감각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흐려지고, 누가 중심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순간. 팬덤은 더 이상 단순한 소비 집단이 아니었다. 감정을 공유하고, 질서를 만들고, 행동으로 연결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와 시민성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다. --- p.192~193, 본문「6장 팬덤에서 주체로: BTS의 메시지와 팬덤 윤리」중에서 팬들은 노래만 듣지 않았다. 라이브 방송을 기다렸고, SNS를 확인했고, 팝업스토어를 찾았고, 위버스에 접속했고, 콘서트가 열리는 도시를 여행했다. 그 거대한 타임라인 속에서 BTS는 더 이상 소비되는 콘텐츠의 영역에 머물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하나의 독립된 ‘생활세계’ 그 자체였다. 중요한 것은 음악만이 아니라, 그것을 매개로 변주되는 전 지구적 경험의 공유에 있었다. 맥도날드 BTS 밀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햄버거를 먹기 위해 줄을 선 것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 그들은 동일한 문화적 경험에 동참하고자 기꺼이 줄을 섰다. 같은 사진을 찍고, 같은 순간을 공유하고, 같은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명품 브랜드들이 BTS를 주목한 이유도 비슷하다. 전통적인 럭셔리 산업은 언제나 접근에 제한적인 ‘희소성의 가치’에 기반해 있었다. 누구나 가질 수 없고, 소수만 접근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가치였다. 하지만 BTS 이후 브랜드들이 발견한 것은 다른 종류의 가치였다. 사람들은 물건 자체보다 그 물건이 연결하는 세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무엇을 소유하는가보다 어떤 이야기에 참여하는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 p.226~227, 본문「7장 BTS 이후의 산업: 브랜드, 플랫폼, 도시」중에서 과거 BTS가 청춘 전체를 향해 말을 건넸다면, 이번 앨범은 각자의 상처와 불안을 훨씬 구체적인 언어로 드러낸다. ‘Love Yourself’처럼 선명한 구호 대신 개인적인 고백들이 자리를 채운다. 이해되기보다 해석되기를 선택한 이 앨범은, BTS가 더 이상 자신을 단순하게 설명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BTS는 과거로 회귀하지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지도 않는다.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뿐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된 ‘아리랑’은 다시 세계로 이동했다. 도쿄돔에서도, 멕시코의 공연장에서도, 미국의 스타디움에서도 팬들은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불렀다. 전 세계 수많은 팬들에게 그 이름은 낯선 한국어이자, 동시에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감정처럼 들렸다. --- p.260~261, 본문「8장 멈춤 이후 BTS 2.0: 팀과 개인 그리고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중에서 광장에서 다시 마주한 응원봉의 빛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에서 오래 반복된 몸의 기억들이 낯선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질서와 배려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같은 공간에 오래 함께 머물고, 서로의 움직임을 반복해서 살피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몸에 밴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거대한 담론보다 몸과 마음에 새겨진 순간의 감각인지도 모른다. 함께 흔들리던 응원봉의 빛, 마스크 너머로 들리던 떼창, 누군가 건네준 물 한 병 같은 것들. 감정은 그렇게 기억이 되고, 공동체의 형태로 남는다. 어쩌면 사람들이 연결되는 방식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같은 노래를 듣고, 같은 빛을 바라보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 공연장에서 시작된 그 작은 습관은 어느 날 광장으로 건너갔다. 사람들은 그곳에서도 서로를 알아봤다. --- p.292~293, 본문「9장 감정은 어떻게 공적 언어가 되는가」중에서 그들의 아주 처음부터 함께하진 못했지만, 입덕 이후 이들의 시간과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내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때로는 너무 높은 곳으로 멀어지는 것 같아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무대 위에서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킨 뒤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웃고 장난치며 아직도 족구 규칙을 헷갈려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한 BTS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RM은 “사람들은 이제 가사를 잘 듣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짧은 영상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다. 긴 이야기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런데도 그는 말했다. “그래도 나는 가사의 힘을 믿는다.” BTS가 지난 시간 동안 해온 일은 결국 그것이었다. 사랑을 이야기했고, 상실을 이야기했고, 불안을 이야기했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사랑한 BTS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다. 서울의 작은 연습실에서 시작해 불안과 결핍 속에서 흔들리던 청춘들이었다. 팬들은 여전히 그들의 성공보다 그 시간을 기억한다. 무너질 듯 흔들리던 순간들, 서로를 붙잡고 버텨낸 시간들, 무대 아래에서 보여주던 서툴고 인간적인 표정들 말이다. --- p.302~303, 본문「에필로그: 은하수 아래에서, 다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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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현상’에 대한 2026년 오늘의 대답
기자의 눈으로 본 문화산업 비평, 이야기꾼이 써 내려간 청년들의 성장기, 그리고 아미가 발견한 BTS라는 우주에 관한 관찰기! 팬이 된 기자는 무엇을 보았나 저자는 어떻게 팬이 되고, 아미가 되고, 다시 기자의 자리에서 그 경험을 바라보게 되었을까. 이 책의 출발점은 아이돌 문화에 대한 거리감과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딸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처음 아이돌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한 시상식에서 BTS의 무대를 본 뒤 예상치 못한 호기심에 사로잡힌다. BTS는 처음부터 완성된 세계적 스타로 다가온 것이 아니었다. 불안하고 서툴렀지만 끝내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낸 청년들, 그리고 그 과정을 숨기지 않고 팬들과 나누어온 팀으로 다가왔다. 이어 책은 웸블리 공연을 중심으로, 저자가 팬이 되어 처음 경험한 세계를 따라간다. 티켓팅의 간절함, 팝업스토어의 들뜬 풍경, 기자회견장의 낯선 감각, 공연장의 압도적인 열기, 그리고 〈Epilogue: Young Forever〉가 울려 퍼지던 순간까지. 이 기록은 단순한 공연 관람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팬덤이라는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며 경험한 낯선 감동의 기록이다. 그러나 저자는 팬이 된 뒤에도 기자의 질문을 내려놓지 않는다. 병역 논란, 부산엑스포 유치 과정, 팬을 둘러싼 소비 구조, 티켓팅 매크로와 리셀러 문제까지 살피며 “팬이 되면 비판이 어려워지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소우주』는 단순한 입덕기가 아니다. 팬심과 비판적 시선 사이에서 BTS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끝까지 탐색하는 책이다. BTS는 어떻게 팬과 함께 하나의 서사가 되었나 ‘꼬질꼬질했던 소년들’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BTS는 한 명의 압도적 영웅이 이끈 팀이 아니었다. 작은 기획사에서 출발한 일곱 명의 청년들은 결핍과 불안을 함께 통과했고, 그 시간을 음악과 영상과 말 속에 남겼다. 방탄로그, 성장의 기록, 분산된 리더십, 운명처럼 모인 7명이라는 서사는 BTS의 특별함을 천재성이나 기획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게 만든다. BTS는 완성된 스타가 아니라, 팬들과 함께 시간을 지나오며 완성되어간 팀이었다. 이 책은 아미를 단순한 팬덤으로 보지 않는다. 아미는 BTS 현상의 또 다른 주체다. 팬 번역, 주석 문화, 생일 카페, 페스타, 응원법, 스트리밍 가이드북은 팬들이 단지 콘텐츠를 소비한 것이 아니라 BTS의 세계를 함께 해석하고 확장해왔음을 보여준다. 아미는 음악을 듣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BTS의 언어를 옮기고, 맥락을 만들고, 기억을 보존하고, 경험을 나누는 공동 창작자가 되었다. 나아가 아미는 시민적 조직력, 나눔 문화, 팬덤 윤리, 정치성, 자율과 통제의 문제를 통해 공적 존재로 확장된다. 좋아하는 마음은 사적인 취향에 머물지 않고 때로는 행동이 되고, 연대가 되고, 공동체의 규범이 된다. BTS와 아미는 아티스트와 팬이라는 일방향 관계가 아니었다. 서로를 성장시키고, 서로의 의미를 만들어낸 ‘원팀’이었다. BTS는 상품이 아니라 시간을 공유했다 BTS는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브랜드는 단순한 광고 모델이나 상업적 이미지가 아니다. BTS의 브랜드는 음악, 서사, 팬덤, 시간, 플랫폼, 도시 경험이 결합된 총체적 관계망에 가깝다.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 맥도날드 캠페인, 위버스의 등장, 감정 데이터 산업, 광화문·부산·라스베이거스처럼 도시 전체가 공연장이 되는 현상까지, 저자는 BTS 이후 문화산업이 무엇을 배웠고 또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묻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BTS가 단순히 상품화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BTS는 팬들과 함께 축적한 시간을 산업의 새로운 언어로 바꾸었다. 팬들은 제품을 산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함께 지나온 시간을 확인했고, 브랜드와 플랫폼과 도시는 그 시간을 공유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래서 BTS 이후의 산업은 더 이상 음악만 팔 수 없게 되었다. 관계, 기억, 참여, 감정의 시간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저자는 또한 2022년 FESTA 이후의 시간에 주목한다. 이른바 ‘멈춤’은 해체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고, 팀에서 개인으로, 다시 팀으로 돌아가기 위한 관계의 재설계였다. 솔로 활동은 BTS라는 이름을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일곱 멤버 각각의 음악과 세계를 확장시키는 실험이 되었다. 『소우주』는 BTS를 하나의 성공 상품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BTS가 산업에 남긴 가장 큰 변화는 팬과 시간을 공유하고, 그 시간을 다시 브랜드와 플랫폼과 도시 경험으로 확장한 방식에 있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BTS를 통해 ‘함께 있다는 감각’을 사랑했다 마지막에 이 책이 도달하는 곳은 ‘소우주’다. BTS의 음악과 공연, 아미밤과 응원봉, 무함성 콘서트, 〈Life Goes On〉, 각자의 방에서 함께 연결되었던 팬들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BTS 현상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감각을 짚어낸다. 그것은 단순한 열광이 아니라 “함께 있다”는 감각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의 무함성 콘서트와 온라인으로 이어진 시간은 BTS와 아미의 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공연장에서도, 직접 만날 수 없는 시간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미밤의 빛, 공연장 밖으로 번져간 응원, 광화문과 아리랑의 장면은 BTS가 단순히 무대 위의 스타가 아니라 사람들을 서로에게 연결하는 언어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BTS의 특별함은 거대한 성공이나 기록에만 있지 않다. 사람들은 BTS를 통해 위로받았고, 서로를 발견했고, 함께 있다는 감각을 배웠다. 『소우주』라는 제목이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도 바로 여기다. BTS는 하나의 스타가 아니라, 각자의 외로움 속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게 만든 작은 우주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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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소우주》는 입체적 얼굴을 지녔다. 기자의 눈으로 본 문화산업 비평, 이야기꾼이 써내려간 청년들의 성장기, 그리고 아미가 발견한 BTS라는 우주.
-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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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되어본 사람은 안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소우주》는 성실한 33년 차 기자가 ‘의심하는 사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으로 새롭게 변해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촘촘하게 그린다. 분명 BTS 이야기지만 그들의 이름을 왜 굳이 제목에서 앞세우지 않았는지,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BTS로 인해 발견된 ‘소우주’들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 모두가 이 안에 있다. -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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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와 엄격, 의심과 소격을 숙명처럼 짊어지는 슬픈 직업. 33년 베테랑 언론인이 BTS와 사랑에 빠지고 위로를 받는다고? 이 부조화의 서사가 놀랍도록 흥미롭다. 빌보드와 그래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까지 상상할 수 없을 성공을 거두었지만, 찬란하기보다는 아련한 그들의 사람 냄새와 그 안에 담긴 ‘특별함’과 ‘다름’이 책 읽는 내내 망치처럼 가슴을 친다. ‘팬이 된 저널리스트’가 풀어내는 압도적인 이야기!
※추신: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기자 한승주가 ‘아미’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적잖이 놀랐다. 내가 아는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필력, 그리고 ‘아미 입덕’은 솔직히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누구보다 응원을 보내게 됐다. 더구나 지금껏 수많은 언론의 조명에도 속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던 ‘BTS 현상’에 대한 궁금증도 남김없이 사라졌다. - 한수진 (전 SBS 8뉴스 앵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