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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가시나무 등고선 망개나무 갈무리 구룡포 겨울 동지冬至의 둥지 호랑가시나무 겨울 고요의 바닥 곡비哭婢 광장 그늘의 비애 길 위의 관계 꽃비 그 이후 꽃 피는 과녁 철든다, 늦가을에 내 바람은 늘 그래 등꽃 일지 늦은 기도 또 다른 처방전 등불, 바람도 끄지 못한 〈2부〉 말 무덤 면面의 끝 모바일 불나방 모서리 지우기 몫 묵정밭 유산 물가에 길 민달팽이 경전 바라춤 바람 깁다 바람의 셈법 바람의 집 바탕화면 발은 크로키한다 발효를 품다 방목 백지의 바다 〈3부〉 벽꽃 별마당 봄 눈치 빈 섬의 하루 다시, 사랑을 칠할 시간 새해의 기도 손빨래 송화의 그늘 어느 나무 의자의 꿈 어리연꽃 오월을 마무리하며 울음 타는 붉은 강 우일 우화 유리의 날들 이런저런, 말 말 인터넷 창 장미의 수난 모래의 구간 〈4부〉 정수리길 조율 지상철 풍경 지워지는 구도 초겨울 은하 추일서정秋日抒情 칠월의 노래 칡꽃 침묵의 자서전 폭염 아래서 푸른 밤 푸른 별 피날레 화가畫家의 바다 풍경의 날개를 엿보다 회전문 종간終刊처럼 내 안의 블루 변산 노을 〈5부〉 가을밤 달꽃의 자리 다시 사랑을 칠할 시간 내, 쉴 곳은 어느 시인의 노래 아시꽃 풋사랑 이젠 사랑할 시간 거울장미 분홍바람 해설 | 이승하 자연의 것들은 저렇게 자연스럽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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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키우기가 쉽지 않다. 자연의 것들은 제가 알아서 살아가지만, 정원 안에 있는, 사람이 돌봐야 하는 나무는 소홀히 하면 죽는다. 망개나무는 낙엽교목이다. 잎은 어긋나며 긴 타원형이고 잎 아래는 고르지 않아 날카로우며 끝은 날카롭고 톱니가 없으며 잎 뒷면이 분백색이다. 열매는 핵과로 긴 타원형이며 8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뜰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무에게 물을 주는 화자는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 “억지를 부리려 하지 않았는지를/ 떠나는 잎들에”게 물어본다. 시는 후반부에 가서 창작의 고통으로 연결된다. 망개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처럼 나의 시도 열매를 맺어야 할 텐데, 쉽지 않다.
·망개나무는 자신의 한 해를 저렇게 잘 갈무리하는데 왜 나는 시 한 편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해 이렇게 헤매고 있는가. “나날이 생각이 깊어진 가을볕”을 받으면서 “마침표를 찍지 못해” 내 마음은 마냥 스산하다. 뼛속까지 시려와 앞가슴을 여미니, 시여 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왜 이렇게 한 편 쓰기가 어려운 것이냐. 이번에는 호랑가시나무를 보자. 때는 겨울이다.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활엽수인데 중국에서는 ‘늙은 호랑이의 발톱’이라는 뜻으로 노호자老虎刺 또는 개의 뼈라는 뜻으로 구골狗骨이라고 부른다. 이 나무의 붉은 열매는 성탄절 엽서 그림에 많이 나온다. 붉은 열매는 장기臟器에 좋다고 하는데 조경에 사용되고, 특히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해 꺾어서 사용한다. 시인은 겨울에도 호랑가시나무가 주변의 것들과 얼마나 조화롭게 잘 지내고 있는지를 얘기해 준다. 우선 빗금으로 드는 겨울 햇살을 향해 등을 구부려 준다. 땟거리를 찾으려고 날아든 새들에게는 구름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셈법을 가르쳐 준다. 눈이 펑펑 내려 눈을 흠뻑 뒤집어써도 발가락으로 언 나뭇가지를 꽉 쥔 채 기지개를 켠다. 호랑가시나무는 삭풍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서도 문틈 비집고 들어온 황소바람에게 연신 빗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호랑가시나무가 제5연에 이르면 그 모습을 일신한다. 이렇듯 시인은 삶의 주변에 있는 나무 한 그루도 시로 빚어내는 자연 친화적인 감성으로 한편의 서정시의 전통을 잇고 있다. - 이승하 교수 해설 중에서 작가의 말 그림자를 헤집고 빛을 찾아 구름바다에 씨를 뿌렸네 가늘고 긴 숨결로 흐르는 물결로 나, 오감으로 들쑤시니 외로울 시간이 없는 나 밤안개 타고 별빛에 안기네 내 게로 다가오네 -자시 「시의 씨」 전문 2026년 초하에 채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