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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들어가는 글 1장 글렌 굴드와 만나다 1. 연주회 2. 한밤의 음악회 3. 천재의 어린 시절 4. 신동으로 불리다 5. 단 한 명의 친구 2장 굴드 사운드의 탄생과 비밀 6. 새 스승과 도약 7. 매니저를 얻다 8. “마이크와 사랑에 빠져” 9. 스스로 택한 고독 속에서 빚어낸 굴드 사운드 10. 미국 정복에 성공하다 3장 연주 생활이 그를 병들게 하다 11.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다 12. 서로 충돌하는 요구들 13. 전화벨은 울리고 14. 해외 연주 여행 15. 이상한 병 16. 혼자만의 집 4장 연주보다 녹음에 열정을 쏟다 17. 조지프 스티븐스 박사 18. 작곡과 연주 사이에서 19. 무대에서 물러나다 20. 고독 삼부작 21. 작곡가와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 5장 피아니스트에서 프로그램 제작자로 22. 배우, 철학자, 그리고 기술자 23. 새 얼굴, 새로운 도전 24. 중년에 접어들며 25. 만년 26. 마지막 타격 에필로그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2005년 초판) 옮긴이의 말(2025년 개정판) |
Peter F. Ostw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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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자 대기실의 문은 잠겨 있었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두 번째로 두드리자, 문이 열리더니 글렌 굴드가 정중한 태도로 나를 맞아들였다. 그는 연미복을 벗고 회색 바지와 넥타이 없이 흰 셔츠와 두꺼운 양모 스웨터, 그리고 짙은 푸른색 재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방 안 온도였다. 숨이 막힐 만큼 덥고 습기 차서 마치 사우나탕 같았다. 창문이 모두 꼭꼭 닫혀 있고, 난방기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쏟아지고 있었다.
굴드는 혼자였고, 방문객이 찾아와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그래서 나는 마틴 캐닌의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소개한 다음 연주가 무척 인상적이었노라고, 특히 협주곡이 좋았다는 말을 건넸다. (…) 굴드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칭찬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불편한 상태라는 것도 알아보았다. 그의 얼굴은 뻣뻣하게 긴장되어 있고 오른쪽 눈가 근육이 약하게 씰룩거리고 있어, 젊고 잘생긴 얼굴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실제로 그가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사실은 그가 말을 시작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갑자기 분출하듯 말을 쏟아 냈다. --- p.51-52 분위기가 약간 긴장된 가운데, 나는 글렌이 조금 전 내게 얘기할 때 보여 준 열정적인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지금은 말을 어물거릴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 얘기하기를 꺼리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일대일 대화에 훨씬 능숙한 사람이었다. 한 방에 자기를 포함하여 세 사람만 있어도 그는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넷 이상이 되면 함께 있는 것 자체를 못 견디는 불안한 상태가 되곤 했다. 그럴 때 제일 좋은 해결책은 즉시 주도권을 잡는 일인데, 글렌으로서는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었다. 음악은 그의 개인적 욕구에 가장 적합한, 말이 필요 없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 p.71 글렌이 모차르트의 푸가 작품 394번을 연습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가 피아노 가까이에서 진공청소기를 켰고, 순간 그의 연주는 기계 소음에 갑자기 파묻히게 되었다. (…) 진공청소기는 확실히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끼어들어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게 방해했지만, 대신 그가 그 소리를 연주해 내는 동작을 더욱 예민하게 감지하도록 해 주었다. “나는(…) 건반의 감촉으로 그것이 어떻게 소리로 연결되는지 느낄 수 있었고, 내가 무슨 소리를 내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들을 수는 없었다.” 말하자면 진공청소기 소음이 음악을 뒤덮어 버리면서 글렌은 자기 연주를 들을 수 없게 되는 대신, 그의 집중력은 몸의 움직임을 내면적으로 감지하는 데로 쏠리게 된 것이다. 그것은 마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는 그걸 즐기게 되었다. 자신이 연주하면서 내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되자, 손가락의 움직임을 더욱 명료하게 의식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새로이 촉각으로 의식하는 것이었다. --- p.164-165 “하루는 가구 한 점이 없어진 걸 발견했어요. 구석에 옷장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기에 어디 있느냐고 물었지요. 글렌이 ‘내가 손님방으로 옮겨 놨어. 그것이 나를 자꾸 쳐다보거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야.’ 그러는 거예요. 글렌은 또 자기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내게 물었어요.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지만 어쨌든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 목소리를 듣는다고 큰일은 아니잖아요.” --- p.388 글렌은 스티븐스 집에 하프시코드가 있는 것을 알아보았으나 만져 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왜냐하면 연주할 때는 “손의 감각”이 아주 중요하며, 자신의 연주 비결 역시 “바로 손가락 끝”의 느낌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티븐스가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글렌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연주한 악기를 손이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401쪽 고독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긴장감을 줄일 수 있고, 자기 자신 ? 자신의 생각과 느낌, 음악, 그리고 예술적 열망 ? 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오직 고독한 상태에서만 황홀감을 맛볼 수 있다고 그는 종종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었으니, 불행히도 고독한 상태는 글렌을 신체적으로 아프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글렌은 이를 너무나도 단순하게 그냥 병이라고 오해했지만. 그럼에도 글렌은 여전히 “고립은 인간 행복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낸 시간만큼 혼자 있을 시간이 인간에게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뛰어난 예술가나 문인, 과학자, 그리고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글렌 역시 고독이 창작 과정에 꼭 절대적이지는 않아도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 p.4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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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황금기,
굴드가 살아가던 시대를 꼼꼼히 묘사하다 이 평전의 또 다른 장점은 굴드가 활동한 20세기 중반 북미 클래식 음악계의 풍경을 꼼꼼히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슈만과 니진스키에 관한 평전을 쓸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오스트왈드는 클래식 음악계의 유명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인물이었고,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여러 작곡가와 연주자의 활동 내역을 굴드의 그것과 겹쳐 놓을 수 있었다. 독자들은 이 작업을 통해 굴드가 당대 음악계와 어떤 식으로 소통하고 불화했는지, 그가 부수려 들었던 음악계의 기존 관념이 어떤 것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굴드는 음악계의 여러 관습을 타파하려 했다는 점에서 자신과 비슷한 성정을 지닌 예후디 메뉴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 사이의 공감대를 확인하기도 하고, 얼핏 그와 정반대의 음악관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을 상찬하면서 자신을 향한 고정관념을 뒤흔들기도 한다. 특히 이 평전에는 굴드의 음악 활동 가운데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캐나다 작곡가 및 음악가들과의 교류가 잘 드러나 있어 굴드의 음악 세계를 더욱 완벽하게 조명해 준다. 이처럼 오스트왈드는 꼼꼼한 조사와 취재를 통해 굴드라는 인간의 전체적인 상을 그려내고 있다. 천재이기 이전에 한 명의 친구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오스트왈드는 굴드 안에 담겨 있는 비범함과 비루함을 모두 꺼내 보인다. 글렌 굴드는 지금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예술가이고, 그에 관한 평전이나 연구서도 계속 출간되고 있다. 그중에는 대단히 아름다운 문장을 선보이는 책도 있고, 전문가 수준으로 굴드의 음악 세계를 파헤치는 책도 있다. 하지만 굴드의 삶을 가장 꼼꼼히 조명한 이 책, 『글렌 굴드: 피아니즘의 황홀경』은 그 다양한 변주들 사이에서 글렌 굴드 평전의 중심이자 표준으로 오래도록 자리 잡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