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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승달은 차가운 옥갈고리 같네
시름겨운 봄 풍경 또 청명절이네 주렴 걷고 봄 풍경 보기 힘든데 눈길 닿는 곳마다 끝없이 감정이 일어나네 그대 만나기는 어렵네 홀로 걷다가 홀로 앉았다가 봄 시름 일어나는 곳 어디인가 천 잔으로 봄에 취하길 원하는데 누구에게 부탁해 마지막 봄밤을 전할까 애교 부릴 때는 다른 사람 시선도 두렵지 않고 다시금 이별곡을 연주하네 해 질 녘 비단 장막으로 스며드는 어쩔 수 없는 차가운 기운 술잔을 들고 봄을 보내나 봄은 말이 없고 수심은 다시 또 생겨나고 사람 홀리는 향기를 견우와 직녀가 몇 번의 칠석 보냈던가 옥 같은 눈꽃 날리다 땅에 떨어져도 괜찮은데 하얀 옥구슬을 하늘에 가득 뿌린 듯 달빛이 깃들어 매화는 차네 초췌해도 그대라서 괜찮다네 매화꽃에 취해 단장하는 모습 봄을 감상하려는데 꽃샘추위 걱정하네 눈처럼 하얀 배꽃은 봄 정원에 가득하고 눈 내리는 하늘이 아름다워 정신도 맑네 꿈도 깨고 술도 깨니 봄날의 수심이 두렵고 지는 꽃과 내리는 비로 밤은 길다네 사람은 멀리 있고 하늘 끝은 가까이 있네 다만 지난해의 그 사람 보이지 않아 가을 소리에 갑자기 오동잎 떨어지는 것이 보이네 매화는 사람이 여위어 가는 것을 알지 못하네 옥같이 얼음같이 고결한 모습 향기로운 계단에 푸르름만 펼쳐졌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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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사람이 여위어 가는 것을 알지 못하네
−매화를 노래하다 젖은 구름은 건너지 못하고 계곡 다리는 차갑네. 시린 달빛 막 비추자 봄바람에 매화 그림자 지네. 계곡 아래에서 물소리 길게 나고, 매화 한 가지 달빛과 향기롭네. 사람은 예전과 똑같이 매화를 어여삐 여기나, 매화는 사람이 여위어 가는 것을 알지 못하네. 홀로 난간에 기대어 보니, 밤 깊어 매화꽃도 차갑네. 菩薩蠻 −詠梅 濕雲不渡溪橋冷. 娥寒初破東風影. 溪下水聲長, 一枝和月香. 人憐花似舊, 花不知人瘦. 獨自倚闌干, 夜深花正寒. 홀로 걷다가 홀로 앉았다가 −봄날의 시름 홀로 걷다가 홀로 앉았다가, 홀로 노래하다가 그 노래에 홀로 답해 부르다가 다시 홀로 누웠네. 그렇게 서 있으니 마음만 상하고, 찬 바람 불어와 어루만짐을 어찌할 수가 없네. 이 같은 마음 누가 알겠는가? 눈물이 남은 화장을 모두 지우네. 마음의 병 여전히 남아, 싸늘한 등불 심지 다 잘라도 꿈이 이루어지지 않네. 減字木蘭花 −春怨 獨行獨坐, 獨唱獨酬還獨臥. 伫立傷神, 無奈輕寒著摸人. 此情誰見, 淚洗殘妝無一半. 愁病相仍, 剔盡寒燈夢不成.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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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미학으로 빚어낸 규방의 통한
중국 고전 문학의 대표적인 4대 양식인 시·사·곡·소설 중에서도 '사(詞)'는 인간의 감성을 가장 세밀하고 은밀하게 표현해 낸 감성 문학의 결정체다. 엄격한 형식을 갖춘 시(詩)와 달리, 사는 격동의 난세 속에서 문인들에게 유일한 정서적 해방구가 되어 주었다. 당·오대를 거쳐 송나라에 이르러 만개한 사 문학은 후대에 '송사(宋詞)'라는 독보적인 이름을 얻으며 절정기를 맞이한다. 특히 금나라의 침공으로 국토의 절반을 잃은 남송 시기는 사 문학의 대전환기였다. 우국충정을 노래하는 호방한 작품들과 함께, 개인의 내면을 밀도 높게 표현한 격률사파가 등장하며 기교적으로 정점에 달했다. 중국 문학사상 가장 걸출한 여성 사인으로 꼽히는 이청조와 주숙진이 활약한 시기도 바로 이때다. 당시 주숙진은 가혹한 개인적 불행에 가로막혀 감히 나라를 걱정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조여 오는 고통과 번뇌를 철저히 내면화해, 오직 자신만의 처연하고 진솔한 문체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청신하고 아름답게 쌓인 생각들로 마음의 심사를 말하고 있으니, 어찌 일반인이 따를 수 있겠는가!" — 송대 위중공, 《주숙진단장시집서》 중에서 주숙진의 사 문학은 백거이, 이상은, 온정균 등 당·오대 대가들의 전통을 잇는 동시에 이청조의 짙은 정조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규방에서 겪은 사랑과 이별의 얽히고설킨 감정을 풍경과 조화시킨 ‘애정사’, 그리고 매화, 배꽃, 달 등의 사물에 주관적인 슬픔을 투영해 무한한 여운을 남기는 ‘영물사’다. 청대 왕궈웨이가 “감정을 말하면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경치를 그리면 이목을 열어젖힌다”라고 극찬했을 만큼, 그녀의 사는 꾸밈없이 인간의 본질을 파고든다. 안타깝게도 주숙진의 사작은 사후 그녀의 부모에 의해 대부분 불태워져 단 32수만이 세상에 살아남았다. 이번에 출간된 《단장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주숙진의 현전 사 32수 전체를 완역한 국내 최초의 성과다. 기존 중국 판본에서 누락되거나 유실되었던 단 한 수까지 완벽히 발굴하여 수록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음악적 곡조에 불과했던 기존의 사조(詞調) 제목 대신 작품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구절을 새 제목으로 채택했으며, 세밀한 주석과 깊이 있는 작품 해설을 덧붙여 1000년 전 천재 여성 작가가 겪어야 했던 단장(斷腸,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의 고통과 문학적 향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