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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석가, 「이우환 죽이기―박서보 제 몫 찾아주기」
2. 분석자, 「영향 껌플렉스―이우환 제 몫찾아주기」 3. 추적자, 「선구자 병(病)―서세옥 제 몫 찾아주기」 4. 자폭군, 「류병학 자폭하라―류병학 제 몫 찾아주기」 5. 보론/ 정민영, 「고양이와 방울과 쥐―『박서보』 제 몫 찾아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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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현대미술 제 몫 찾아주기'
왜 미술대학에서는 한국현대미술사를 가르치지 못할까?
왜 큐레이터들이 맥락있는 기획전보다 일과성 기획전만 일삼을까? 왜 국내 작가들이나 미술사/미학 이론전공자들은, 졸업 후 국내미술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 왜 국내 미술계에서는 '한국적'이니 '한국성'이니 하는 담론을 부르짖는 걸까? 한국현대미술의 선구자는 과연 누구일까? 박서보 「묘법」의 첫 제작시기는 1967년일까, 아니면 1972년일까? 박서보, 이우환, 서세옥은 왜 부단한 도판편집으로, 과거사 '수정'에 집착하는 것일까? 왜 미술평론가들은 미술계의 스캔들에 관해 한결같이 침묵하는 걸까? 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무장된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한국현대미술 자성록』은 한국현대미술사에서 굵은 고딕체로 이름을 남긴 '우리미술의 영웅' 박서보·이우환·서세옥 사이에 벌어진 추(醜)한 '제작연도 스캔들'의 진상을 낱낱이 해부한 책이다. 한국현대미술의 '산역사'로 통하는 「묘법」의 작가 박서보(朴栖甫, 71), 백남준과 함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로 통하는 이우환(李禹煥, 66), 추상 한국화(韓國畵)의 개척자로 꼽히는 산정 서세옥(山丁 徐世鈺, 73)은 현존하는 작가들이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 미술무대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진 동시대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미술계에서 '금기시'되어온, 이들 작가의 '제작연도 스캔들'을 치밀한 자료조사와 분석으로 버선 속을 뒤집듯 뒤집어 보인다. '제작연도 스캔들'이란 한국현대미술의 '선구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박서보·이우환·서세옥이 음성적으로 벌인 도판싸움을 말한다. 이 싸움은 세 작가가 직접 만나서 싸운 것이 아니라 각자 화집(畵集)을 제작할 때마다 상대편 작가의 초기 작품보다 앞선, 새로운 작품을 추가하여 편집 제작함으로써 자신이 한국현대미술의 선구자임을 주장해온 것이다. 이 책의 의도는 단순히 이들 작가의 생애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도편집 싸움으로 인해 '일그러진' 한국현대미술사를 교정(校正)해서, 제대로 된 한국현대미술사를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게 하자는 데 있다. 사실 우리 에겐 '합의'된 한국현대미술사가 부재한다. 몇 가지 단편적인 예를들면 곽인식의 사망연도가 분분하거나(<영향 껌플렉스> 참조) 서세옥이 창립을 주도한 '묵림회(墨林會)'의 창립전 연도가 자료마다 제각각이고(<선구자 병> 참조), 50∼70년대에 조선일보사가 주최했던 전시회의 명칭이 <한국현대작가초대미술전>, <한국현대작가초대전>, <한국현대작가초대공모전>, <현대작가초대전> 등 자료마다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발행하는 두툼한 작가 도록조차 한글맞춤법과 외래어 표기가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래서 미술대학에서 한국현대미술사를 가르치지 못하고 기껏 서양미술사나 한국근대미술사 정도만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인해 '지금 이곳'의 미술계는 수많은 미술인들의 넘치는 의욕과 역량에 비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즉 한국현대미술 교육의 부재는 전시기획자로하여금 우리현대미술사와 문맥을 형성하는 기획전보다 일회성 기획전 양산을 초래하게 했고, 국내 작가들이나 미술사/미학 전공자들이 졸업 후 국내 미술계에 적응하지 못하게 했고, 또 외국미술만 해바라기 하거나 새로운 형식만 좇아다니는 '새것 콤플렉스'를 살찌워온 것이다. 게다가 미술계의 담론을 이끌어야 할 미술평론가들의 완강한 침묵으로 이같은 기형적인 체형은 악화되어왔다. 지은이들은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과감하게 '금기'의 혈(穴)을 향해 시위를 당긴 것이다. 이른바 '박서보·이우환·서세옥 제 몫 찾아주기'를 통한 '한국현대미술 제 몫 찾아주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가독성을 높이는 질퍽한 구어체(口語體)와 '실명 비판'으로 쓰여진 류병학의 평문(評文)은 평균 원고지 250∼450매에 달하는 장문(長文)으로, 일그러진 한국현대미술의 단층을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각 평문의 저자명인 '분석가', '분석자', '추적자', '자폭군'은 류병학의 필명(筆名)이다. 류병학에 의하면 다양한 필명은 각 글의 성격에 적합한, 그러면서 글쓰기를 추동하는 이름들이라고 한다.) 그는 새로운 스타일의 미술―글쓰기로 미술계에 활력을 더하는 한편 꼿꼿한 필력으로 한국현대미술의 갱신을 도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