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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
행복이란 우울한 축제 욕망 나무, 시들다 이별 겨울 여행 졸업 또 하나의 봄 옮기고 나서 |
Aiko Sato,さとう あいこ,佐藤 愛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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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흔들리고 다시 바라본다, 이 가족!
“엄마는 집을 나갔다. 할아버지도 멀리 떠나버렸다. 갑자기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린 것이다.”
소설은 이제 막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오바 요시미의 혼잣말로 시작된다. 요시미의 부모는 1년 전에 이혼을 했다. 요시미의 아빠 겐이치의 불륜이 원인이었다. 겐이치의 불륜 상대였던 부하 여직원 지카가 자궁외 임신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 되자 아내 미호와 헤어져 지카와 재혼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런데다 요시미의 할머니 노부코는 결혼 후 40여 년 동안 “항상 가족을 제일 먼저 생각했던” 세월에 이별을 고하며 “어쨌든 난 자유롭고 싶어요”라며 남편인 조타로에게 이혼해줄 것을 요구한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조타로는 도무지 아내의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산골 아이들을 위해 서당을 열어 요즘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이와테 현에 있는 시골로 홀연히 가버리고 노부코는 원했던 대로 자유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단란하던 가족의 일상에 갑작스런 바람이 불어오지만 요시미 가족은 나름대로 각자의 생활을 꾸려나간다. 자존심 강한 미호는 이혼 후에도 자유기고가로 바쁘게 활동하며 혼자만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다. “당신은 능력 있는 여자야. 하지만 지카는 아무런 힘도 없어. 나한테 상처받고, 임신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혼자서 어쩌지도 못하는 여자야. 그래서 책임을 지고 싶어.” (……) “강한 여자, 완전히 자립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여자는 손해를 보는군요. 약한 여자, 노력하지 않는 여자가 득을 보고요.” 자기의 입술 끝이 보기 흉한 웃음으로 떨리는 걸 느꼈다. 미호는 남편의 외도 앞에서 분연히 홀로 선다.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으며 확고한 주체성을 지니고 콧대 높게 사는 것”이 좌우명이었기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연애는 일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말하는 미호. 하지만 유명 대중작가 구스다의 애정 공세가 싫지만은 않다. 여자를 그저 눈앞의 ‘안줏감’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바람둥이 구스다. 구스다는 미호가 냉담한 모습을 보일수록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오고, 미호의 강철 같은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이, 사랑, 일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가운데 미호의 홀로 서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겐이치는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흔들리는 중년 남성의 전형이다. 회사에서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 쫓기며 집안에서는 허깨비 같은 모습을 보인다. 가족 붕괴에 가장 많은 책임을 지고 있지만 ‘회사 인간’으로 시종해온 세월은 겐이치로 하여금 좀체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요시미는 왕따 가즈코를 두둔해주었다는 이유로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요시미 곁에는 속내를 터놓고 하소연할 사람이 없다. 이런저런 변화 속에 체념하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된 요시미. 요시미는 가즈코마저 자신에게 무관심하자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학교와 가정, 양쪽 모두에서 기댈 언덕을 잃어버린 요시미. 요시미는 어떻게 세상의 가혹함을 이겨갈 것인가. 할머니 노부코는 모처럼 얻은 자유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노부코는 새로 들어온 며느리 지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요시미에게 매번 인스턴트 음식 먹이는 것도, 무슨 말만 하면 싱글거리는 것도 못마땅하다. 요시미도 도통 할머니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고 오히려 철없는 지카를 ‘지카짱’이라고 부르며 더 따르는 기색이다. 그녀는 텅 빈 집에 들어설 때마다 감당하기 힘든 외로움을 느낀다. 요시미 일로 앞집 청년 고스케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손자 걱정보다는 정작 그의 목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꽃무늬 남방이 잘 어울리는 미남 청년 고스케에게서 예순이 넘은 노부코는 잃어버린 자신의 열정을 보았던 것이다. 지카는 신세대 여성의 자유분방함으로 요시미와 친해지지만 미호의 자리를 대신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역부족이다. 남편 겐이치와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녀의 쾌활하고 밝은 성격은 요시미 가족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새벽 세시쯤부터 아침까지 요시미는 할머니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몇 번이나 잠을 깼다. 지카짱에게 그걸 말하니까 지카짱은 재미있어하며 “어떻게 코를 골았어? 불도저형? 증기 기관차형?”이라고 물었다. “그게 다 섞였어.” “그거 굉장한데.” 그러면서 재미있어했다. 아까 할머니한테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지카짱은 정말이지 훌륭해. 완고한 할아버지 조타로, 그는 교육이든 젊은이든 일본 사회가 온통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구세대다. 그러나 그가 꿈꾸는 교육 혁신은 산골 마을에서도 요원하기만 하다. 교육 혁신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산골 마을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조타로는 한적한 나날을 보낸다. ‘화장발 아줌마’라고 불리는 할머니가 산골 생활을 뒷바라지하며 호감을 보이는데도 조타로는 꿈쩍하지 않는다. 조타로의 둘째아들 고지도 중학교 교사이다. 그런데 그의 반 아이들 두 명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고지는 교사직을 계속할 자신감을 잃고 방황한다. 각기 부유하는 이들 가족이 하나로 모이는 계기는 요시미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이다. 지카는 대뜸 학교로 쳐들어가서 한바탕 엄포를 놓고, 미호는 연애에 정신이 팔려 아이를 소홀히 다룬 자신을 자책한다. 노부코는 요시미의 문제가 지카와 겐이치의 탓이라며 철없는 아들 부부를 원망한다. 조타로는 요시미를 산골로 불러들여 강한 정신을 키워주기 위해 검도를 가르친다. 이런저런 작은 소동들을 겪으면서 이들 가족은 조금씩 자신들의 삶에서 빠져나간 그 무엇을 되짚어보게 된다. 이제, 요시미 가족의 ‘새 얼굴 그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건너편 횡단보도에 금발로 물들인 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고스케가 인파를 헤치고 간다. 무슨 서두를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고스케는 횡단보도를 건너 역을 향해서 뛰어간다. 저 게으름뱅이가 뛰어간다. 조타로가 미소 지었다. 저런 게으름뱅이도 열심히 일할 때가 있구나. 달려라, 달려, 더 달려라. 달려서 손에 넣어라!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손에 넣어라! 여러 세대가 섞여 함께 살아가다보면 오해는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타로가 도쿄 거리를 달려가는 고스케를 바라보며 속으로 보내는 응원처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운명적으로 엮인 사람들은 깊은 이해와 연민의 시선으로 서로를 늘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쿄 가족』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 모두에게 보내는 나직한 응원가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