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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6법을 교정하라
김세중
지식공작소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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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오자로 얼룩진 법의 권위

2 법전 속 유령어

3 일본어 단어

4 일본어 오역

5 부자연스러운 문장

6 아리송하고 알쏭달쏭한 조문

7 명백한 오류

8 익숙해져서 틀린 줄도 모르는 문장

9 법전 밖으로 밀려난 국어기본법

10 국민의 언어로 새로 태어나야 하는 6법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국어연구소 연구원을 시작으로 1991년 국립국어원 개원 때부터 근무하여 어문자료연구부장, 국어생활부장, 공공언어지원단장 등을 지내고 2015년 명예퇴직했다. 지은 책으로 『품격 있는 글쓰기』(2017, 푸른길), 『민법의 비문』(2022, 두바퀴출판사),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2024, 두바퀴출판사) 등이 있으며, 공저로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2004, 한겨레신문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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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128*188*14mm
ISBN13
9791143027016

책 속으로

상법

제605조(이사, 주주의 순재산전액보책임) ①전조의 조직변경의 경우에 회사에 현존하는 순재산액이 자본금의 총액에 부족하는 때에는 전조제1항의 결의당시의 이사와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그 부족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자본금의 총액에 부족하는 때에는’이라는 대목에서 ‘부족하는’은 누구라도 이상하게 느낄 것이다. ‘부족하는’이라는 말이 국어에 있나? 없다. 왜냐하면 ‘부족하다’는 동사가 아니고 형용사이기 때문이다. 동사에는 ‘가는’, ‘오는’, ‘보는’처럼 어미 ‘는’이 오지만 형용사에는 ‘높은’, ‘작은’, ‘착한’처럼 어미 ‘은/ㄴ’이 온다. ‘높는’, ‘작는’, ‘착하는’이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 없을 것이다. 그런 말은 없다. 마찬가지로 ‘부족하는’이란 말도 없다. ‘부족한’이라야 하는데 잘못 썼다.
--- pp.7-8

형사소송법

제120조(집행과 필요한 처분) ①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건정’을 열 수 있다고 했는데 ‘건정’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뜻을 알기 위해 국어사전을 찾아보아도 ‘건정(鍵錠)’이란 말은 없다. 그럼 ‘건정’이란 말의 뜻을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나. ‘건정’의 ‘건(鍵)’은 ‘열쇠 건’, ‘자물쇠 건’이고 ‘정(錠)’은 ‘제기 이름 정’, ‘자물쇠 정’이다. 요컨대 ‘건정(鍵錠)’은 잠금장치라는 뜻으로 형사소송법 조문에 쓰였는데 오늘날 ‘건정’이란 말을 아는 사람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말로 바꾸어야지 마치 암호 같은 말을 법에 그대로 두어서 되겠는가.
--- p.25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 ①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무원에 대하여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조지하거나 그 직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그 직무상의 행위를 조지하거나’가 대체 무슨 뜻인가? 아마 그 누구도 이 말의 뜻을 선뜻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형법에 이런 이상한 표현이 들어오게 된 데는 불행한 사연이 있다.

‘조지하거나’는 형법 원문에 ‘阻止하거나’라 되어 있다. 그런데 ‘조지(阻止)하다’는 국어에 없는 말이다. 국어에는 ‘저지(沮止)하다’가 있을 뿐이다. 그럼 ‘조지(阻止)하거나’는 어떻게 해서 형법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일본어에서는 ‘沮止’를 쓰지 않으며 대신 ‘阻止’(そし, 소시)가 ‘못하게 한다’는 뜻의 말이다. 일본어에 익숙하고 밝았던 1950년대 우리 법률가들은 형법을 만들면서 국어 단어인 ‘沮止’를 쓰지 않고 일본어 단어 ‘阻止’를 우리 형법에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우리 법조계에서는 지난 세월 ‘阻止’를 ‘沮止’로 이해하고 지내 왔다. 阻나 沮나 한자가 비슷하기 때문에 阻止라 적혀 있었지만 沮止로 이해했던 것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법령집이 한글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阻止하거나’는 ‘조지하거나’로 적힐 수밖에 없었다. ‘阻’의 음이 ‘조’기 때문이었다.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저지하거나’로 적는 것은 불가능했다. 요즘 한글 법전에서 형법 제136조 제2항은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조지하거나’라 되어 있다. 그래서 ‘조지하거나’가 무슨 뜻인지 누구나 의문을 느낀다. ‘저지하거나’의 오자가 아닌가 의심하기 마련이다. 오자가 아니다. 1953년에 형법이 만들어질 때 ‘阻止하거나’였고 그게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지하거나’로 적힐 수밖에 없다.
--- pp.59-61

민법

제5조(미성년자의 능력) ②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가 이상하지 않은가. 왜냐하면 ‘위반하다’라는 말은 ‘법률을 위반하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다’, ‘약속을 위반하다’ 등에서 보는 것처럼 목적어를 필요로 하고 목적어에는 조사 ‘을’ 또는 ‘를’이 붙는다. 이것은 국어의 문법 규칙이다. 그렇다면 ‘전항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여야 하는데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라 돼 있다. 민법 제5조 제2항은 국어 문법을 어긴 문장이다.

그럼 어떻게 해서 국어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우리나라 법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앞에서 본 ‘~에 좇아’와 마찬가지로 일본 민법을 잘못 번역했기 때문이다. 민법 제5조 제2항에 해당하는 일본 민법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 (1947년에 공포된 일본 신민법의 표현도 같다.)

일본 민법

第五条 2 前項の規定に反する法律行為は、取り消すことができる。

일본 민법의 ‘規定に反する’를 ‘규정에 위반한’이라고 했다. 일본어의 ‘に’를 ‘에’로 옮기고 ‘反する’를 ‘위반한’이라고 했다. 일본 법조문에 ‘反する’이니 우리 민법에서도 그대로 ‘반한’이라고 했더라면 문제가 없었다. ‘전항의 규정에 반한 행위’는 국어에서도 맞는 말이고 문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한’ 앞에 ‘위’를 넣어 ‘위반한’으로 바꾼 이상 ‘전항의 규정을 위반한’이라고 해야 옳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라는, 국어 문법에 어긋나는 이상한 표현이 법조문에 들어오고 말았다.
--- pp.81-83

헌법

제53조

⑦법률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포한 날로부터 20일을 경과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

‘발생하다’는 ‘화재가 발생하다’, ‘사고가 발생하다’, ‘환자가 발생하다’ 등과 같이 쓰이는 말이다. ‘화재를 발생하다’, ‘사고를 발생하다’, ‘환자를 발생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헌법 제53조에 ‘효력을 발생한다’가 있다. ‘효력이 발생한다’라야 하는데 잘못 썼다. 헌법에 들어 있으니 그 권위에 눌려 그만 이상한 줄조차 못 느낀다. 그러나 엄연히 틀린 말이다.

--- p.169

출판사 리뷰

대한민국은 6.25 전쟁 후의 극심한 혼란과 빈곤을 극복하고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교통과 통신 등 사회 인프라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 되었다. 팝, 영화, 문학 등 K-컬처는 세계인들을 감탄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놀라운 변화 속에서도 1950년대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6법이다.

6법은 최상위법인 헌법 그리고 법률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적인 민법, 상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을 일컫는다. 6법은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기본법은 민사소송법을 제외하면 모두 제정될 때 그대로다.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서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6법의 문장만큼은 1950년대의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법을 함부로 바꾸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 안 되는 틀린 법조문까지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법조문은 읽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잘 알기 어렵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잘못된 법조문일지라도 익숙해지면서 틀린 줄을 모른다. 어쩌다 6법을 들여다보는 일반 국민은 법조문의 문장이 일상 언어와 다르고 낯설어 읽을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결국 말이 안 되고 부자연스러운 법조문은 6법을 법조인들만의 전유물로 만들고 말았다. 그런데 6법은 법조인만 알라고 만든 것인가? 법조인만 알면 되는가? 그렇지 않다. 법은 국민이 지키라고 만든 것이고 국민은 당연히 법을 알 권리가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집필되었다. 법을 알 권리가 있는 국민이 6법 조문의 부자연스러운 표현 때문에 읽어도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난해한 6법 조문 때문에 국민은 법조인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6법은 웬만한 사람이면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자연스럽고 평이한 문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법률인 6법에 들어 있는 말의 오류를 낱낱이 지적하고 고발한다. 6법의 오류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어법이 틀린 법조문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누구도 들춰내지 않았던 6법 조문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임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가 어떻게 침해당해 왔고 지금도 침해당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고자 한다.

6법의 오류는 저절로 바로잡히지 않는다. 70년 가까이 잘못된 문장과 표현이 꼼짝없이 그대로 있다. 변화는 국민이 실상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낡고 어법에 맞지 않는 법조문을 고쳐 법치주의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을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국민으로서 왜 법조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잘못된 6법 조문을 바로잡는 일이 왜 시급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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