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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 공무원 생존기
30년 공직 사회 생태 보고서
김인태
부키 2026.07.20.
베스트
사회비평/비판 46위 사회 정치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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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서장 공직 사회는 정글이다
철밥통과 복지부동, 관료 사회의 민얼굴
초식 동물의 성장 경로, 계급의 사다리 오르기
‘어공’과 ‘늘공’ 사이, 정권과 소신의 경계
정글에 부는 새바람, MZ세대의 등장
코끼리 엄마, 정글을 지키는 따뜻한 힘

1장 권력으로 움직이는 정글 공화국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프레임 전쟁
김영란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카멜레온의 변신은 무죄
왕이라 불리는 사나이
Note 1 행정의 약속

2장 왜 하이에나가 그렇게 많을까
술 전도사 과장님
손금 없는 남자
니돈 내산의 그림자
어느 조각가의 하소연
아내의 눈물
그림자 권력
Note 2 공익과 사익의 경계선

3장 초식 공무원의 생존 전략
토끼형 전략: 세밀함의 방패
사슴형 전략: 시간 벌기의 기술
코뿔소형 전략: 배수의 진 구축
기린형 전략: 멀리 보는 혜안
하이브리드형 전략: 우회 전략 마련
Note 3 예산의 언어와 국민의 혈세

4장 낡은 조직 문화, 계속되어야 할 삶
퇴근 후의 생태계
공직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공무원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하다
퇴직, 정글을 떠나는 법
Note 4 정책의 수명, 정권의 수명

나가며 권력 유한, 국민 무한

저자 소개 1

행정고시에 합격해 군산시청 5급 사무관으로 공직 사회에 발을 딛은 뒤 30년간 공무원으로 살아왔다. 주요 경력으로는 외교부 일등서기관, 주 뉴욕총영사관 동포 영사, 정읍시 부시장, 전주시 부시장, 전북특별자치도에서 기업유치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공직 사회라는 거대한 정글에서 주목받는 것은 권력을 지닌 사자들이지만, 초식 동물의 생존법을 익힌 다수의 공무원이 생태계 하부를 떠받치고 있다고 믿는다. 일과 후 글을 쓰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오랜 습관이 이 책으로 이어졌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82g | 142*212*20mm
ISBN13
9791175780354

책 속으로

- 공직자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대상
“결국 공직자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이다. 끝까지 응시해야 할 거울은 카메라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다. 정글 한복판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 정글 바깥에서 그 변화를 기다리는 이들, 그리고 머지않아 그 정글 안으로 들어설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 p.11

- 대한민국 수레바퀴를 돌리는 주역들
정글에서 가장 많은 개체는 단연 초식 동물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글의 주인공이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사자의 사냥 장면을 클로즈업하고, 표범의 아름다운 도약을 느린 동작으로 담아낸다. 정글을 지탱하는 무수한 초식 동물은 배경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없으면 육식 동물도, 하이에나도, 독수리도 존재할 수가 없다. 생태계 피라미드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위로 쌓여 올라가는 것이다.
--- p.18

- ‘철밥통’ 낙인의 무게
하지만 그 철밥통 안을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은 없었다. 밥그릇이 강철이라고 해서 그 안에 쌀밥이 그득한 건 아니다. 어쩌면 공무원은 그릇 무게만큼 무거운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 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p.24

- 계급 사회에서 신입이 마주하는 벽
신입 공무원이 겪는 문화 충격은 출근 첫날부터 시작된다. 출근을 하면 대개 사무실 배치도를 받는다. 창가 쪽 넓은 책상은 과장과 팀장 자리이고, 벽이나 문 쪽 끝자리가 9급 신입의 몫이다. 월급명세서는 신입 공무원이 겪는 주된 충격 중 하나이지만 사실 조직의 견고한 위계질서가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 p.32

- 대체 저는 언제쯤 사람대접을 받을까요?
입직 후 어느 정도 적응을 끝낸 조카가 다시 전화했다. “삼촌, 저는 대체 언제쯤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요?” 조카는 자신이 밤새워 준비한 자료를 회의 시간에 발표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했다. “팀장님이 제 자료를 가져가서 본인이 발표하셨어요. 물론 제 이름은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고요.” “바로 그게 계급 사회의 민낯이야. 네가 만든 보고서도, 네가 쓴 문장도 결국에는 네 윗사람의 공이 되는 거지. 적어도 7급은 돼야 네 이름 석 자가 나올 거야.”
--- p.34

- 계급 사다리를 오르는 원동력
계급 사다리를 오르면 분명한 보상이 있다. 첫째, 급여 상승이다. 둘째, 권한의 확대다. 직급이 오를수록 결재권과 재량권이 커진다. 셋째, 존중이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9급일 때는 ‘애송이’ 취급을 당하지만, 과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과장님’으로 존경 아닌 존경을 받게 된다. 이 세 가지가 초식 동물을 계급 사다리 위로 밀어 올리는 원동력이다.
--- p.35

- 막무가내 어공의 갑질
어느 날 오후, 우리 부서에 비서실 직원 두 명이 들이닥쳤다. “관광 홍보와 관련된 자료를 모조리 내놓으세요. 지금 당장!” 과장이 당황하여 물었다. “어떤 자료를 찾으시는지 정확히 말씀하시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사무실 캐비닛과 창고를 뒤졌다. “이거, 이거, 이것도……. 시간 없어요!” 그들은 압수수색이라도 하듯 거침이 없었다. 그들 뒤에는 단체장이라는 권력이 있었고, 부서원은 그저 한 줌의 모래알 같은 일개 직원이었다.
--- p.40

- ‘어공’과 ‘늘공’의 소신과 마지노선
늘공의 역할은 단순히 업무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이 되어야 한다. 어공이 단체장의 이름을 거론해도 불법은 불법이고 원칙은 원칙이어야만 한다. 그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하면 행정이 무너진다. 시민의 신뢰는 추락하고, 그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 p.42

- 따뜻한 포용력을 지닌 리더십
정글에는 다양한 리더가 존재한다. 사자처럼 포악하게 포효하거나, 카멜레온처럼 교묘하게 겉모습을 바꾸는 리더들이 있다. 그러나 가장 오래 기억나고 깊은 울림을 남기는 이는 코끼리 엄마 같은 리더다. 그들은 강하지만 부드럽고, 높으나 군림하지 않는다. 권력을 가졌지만 섬김을 실천한다.
--- p.58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람
그런 사업가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 시스템에 있는 치명적 맹점 때문이었다. 첫째는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이다. 정치인과 찍은 사진이나 임명장은 실제 영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은 이런 외형적 증거에 쉽게 현혹되곤 한다.
--- p.74

- 예산 심의권으로 협박하는 도의원
그래서 누군가는 말한다. 선출직 의원은 통제 불가능한 절대 권력자라고. 그들은 예산 심의권, 감사권, 입법권이라는 강력한 칼자루를 쥐고 있다. 그 힘이 때로는 회유로, 때로는 끔찍한 보복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원칙을 지키려 해도 그런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행정은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 p.88

- 지역 언론이 벌이는 프레임 전쟁
그러나 기사는 어떤 사실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관점을 덧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컨대 자매도시 교류 행사 예산이라는 객관적 수치는 그의 기사에서 “시민의 혈세, 제대로 쓰였나?” 같은 날 선 의혹으로 변주되었다. 사실의 배열, 제목의 선택, 비교 대상의 자의적 설정을 통해 그는 여론의 흐름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묘하게 끌고 갔다.
--- p.94

- 누구를 위한 김영란법인가
강자를 겨누던 법이 어느새 강자에게는 면죄부로, 약자에게는 족쇄가 되었다. 겉으로는 김영란법을 내세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더 교묘한 우회로를 통해 청탁과 거래가 오갔다. 각종 비공식 채널을 타고 들어오는 은밀한 교섭이 오히려 더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역설이 현장에서는 버젓이 벌어졌다.
--- p.106

- 어린왕자와 행정의 약속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이렇게 속삭인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고 하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이 단순한 말이 바로 약속이 지닌 힘이다. 약속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계를 소중하게 벼려 낸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쌓아 올린다. “행정은 약속이다.” 이 단순한 문장이야말로 행정의 본질이다.
--- p.134

- 술 잘 먹는 놈이 일도 잘한다?
그 고통스러운 1년을 견디며 수시로 자문했다. ‘이게 정말 맞는 길인가? 이 부조리에 맞서야 하나, 아니면 주류파의 일원이 되어야 하나?’ 술고래 과장은 1년 뒤 영전이라는 화려한 이름표를 달고 부단체장이 되어 도청을 떠났다. 송별회 자리에서 그는 여전히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술 잘 먹는 놈이 결국 일도 잘합니다! 이것 하나만은 절대로 잊지 마세요!”
--- p.148

- 기록은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복잡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마치 최면을 걸듯 되새기는 문장이 있다. ‘말은 안개처럼 흔들려도, 기록은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기록이 있는 곳에 근거가 생기고, 근거가 있는 사람은 절대 위축되지 않는다. 공직자가 남긴 한 줄의 기록은 개인을 넘어 조직 전체의 신뢰를 구축한다.
--- p.195

- 위기 앞에서 시간을 버는 지혜
신중함은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정책이 갖추어야 할 품격이다.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다. 그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고 공동체의 신뢰를 축적하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사슴형 전략이란 바로 그 책임을 전제로, 위기를 조기에 감지하고 시간을 벌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행동 방식이다.
--- pp.207-208

- 정책의 수명
한때 지역 축제 지원 사업을 담당했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지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외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였다. 초창기에는 사람들의 참여가 활발했고, 시민들의 자부심도 높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축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차별성이 사라졌고, 효과는 점점 줄어들었다. (…) 예산은 그대로였지만 성과가 별로 없었다. 결국 사업의 중단을 신중하게 검토하기에 이르렀지만 그 순간 거센 반발이 폭발했다. 상인, 시민 단체, 지역 의원들까지 가세했다. 10년 전통을 하루아침에 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분출했다. 이처럼 정책을 없애는 일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정책에 기대어 살아온 이들의 터전을 흔드는 일이었다.
--- p.264

- 행정은 유한하지만 삶은 끝이 없다
행정권은 유한하다. 임기에도 끝이 있고, 제도에도 한계가 있다. 행정이 감당할 수 있는 책임에도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국민의 삶은 끝이 없다. 누군가는 오늘도 어두운 골목의 가로등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무너지는 가정과 생계의 불안을 안고 행정의 문을 두드린다.

--- p.269

출판사 리뷰

포식자와 초식 동물이
얽혀 돌아가는 조직 사회

『초식 공무원 생존기』가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공직 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과 조직 문화를 정글 생태계에 빗대어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공직 사회라는 거대 정글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화려한 갈기를 세우고 호령하는 ‘수사자’(권력자)들이지만, 묵묵히 행정을 책임지는 진짜 주인공은 조직의 틈새에서 소임을 다하는 다수의 ‘초식 공무원’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다수, 사자도 하이에나도 카멜레온도 아닌 ‘초식 공무원’의 생태와 생존 방식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보고서다. 이 기록은 누군가를 옹호하거나 매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자신을 잃지 않으며 공직 사회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균형 감각과 분별력이 무엇인지를 정직하게 들여다보고자 했다. -6쪽

정글 생태계 비유는 저자가 30년 동안 경험한 공직 사회의 속성과 권력의 작동 구조를 일반 독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수사자 주변에는 다양한 동물이 함께 한다. 암사자는 물론이고 하이에나, 자칼, 독수리까지 있다. 이들은 각자 다른 목적이 있지만 모두 수사자를 중심으로 모여든다. 마치 하나의 작은 우주와도 같다. (…) 정글의 모든 관계는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어느 하나가 빠져도 생태계는 무너진다. 수사자가 없으면 질서가 사라지고, 얼룩말이 사라지면 먹이가 없어진다. 하이에나가 없으면 견제가 사라지고, 독수리가 없으면 정화가 안 된다. -64쪽

흥미롭게도 하이에나의 기회주의는 순간적 본능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투자’ 개념을 이해하는 듯이 행동한다. (…) 공무원 사회를 오래 관찰하면 하이에나의 그림자가 보인다. 겉으로는 평범한 일원처럼 지내다가도 기회가 생기면 누구보다 재빠르게 냄새를 맡는다. 정보에는 귀신같이 밝고, 변화에는 카멜레온처럼 민첩하다. 그러나 그 재주는 대개 공익이 아니라 사익에 쓰인다. -140쪽

이 책은 조직 문화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이긴 하지만 결코 성토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저자는 개인의 일탈보다는 구조의 문제를 살핍니다. 많은 사람이 비판하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에 대해서도 저자는 가혹한 문책과 감사라는 뿌리 깊은 불신에 기초한 시스템이 공무원을 방어적으로 만드는 상황을 들려줍니다.

『시경』에서 유래한 복지부동이란 말의 어원은 게으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무기력한 신하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면서요. 이 밖에도 계급 사다리를 오르며 겪었던 충격과 좌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소신과 원칙, 어공과 늘공의 구조적 대립, 그리고 MZ세대 공무원들과의 유쾌하고도 치열한 조우까지 공직 생활 동안 온몸으로 겪어 낸 뜨거운 현실 드라마가 생동감 있게 펼쳐집니다.

기린과 토끼에게도
생존 전략은 있다

“개혁의 성공은 혁명보다 어렵다”라고 흔히 말합니다. 현실과 조직 문화가 그만큼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면 공직 사회의 다수인 초식 공무원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저자는 30년간 몸담은 공직 사회를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실을 무겁게 견뎌 나가는 동료와 후배 공무원들, 나아가 거의 모든 한국 사회 조직 구성원을 위해 경험에 바탕을 둔 조언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책의 후반부는 이 가혹한 정글에서 초식 동물에 해당하는 권력 없는 존재들이 어떻게 소신과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지키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 그들의 생존 전략을 모색합니다.

그 하나의 사례가 예산 부족과 지역 갈등으로 10년 동안 표류하던 지역 대표도서관 건립 사업을,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는 대신 2년 뒤 도지사 선거 공약으로 만들어 완벽한 동력을 확보한 경험입니다. 단기적으로 매달렸다면 큰 무리를 했을 사업을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설계해 문제를 푼 경험입니다. 저자는 이를 ‘멀리 내다보는 기린의 전략’이라고 일컫습니다. 권력자를 육식 동물에 비유했듯이 초식 공무원의 생존 전략 역시 초식 동물에 비유합니다. 명징하면서도 위트가 넘칩니다.

저자는 기린형 전략과 더불어 기록을 바위처럼 남기는 ‘토끼형’(세밀함), 감정을 배제하고 전략적 멈춤으로 압박을 견디는 ‘사슴형’(시간 벌기), 사표를 던지듯 퇴로를 끊고 소신을 지키는 ‘코뿔소형’(배수의 진), 여러 전략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우회 전략) 등 다양한 초식 동물의 생존 전략을 저자 체험담과 함께 흥미롭게 소개합니다.

‘천상천하 유아걱정형’
베테랑 공무원이 전하는 공감과 위로

『초식 공무원 생존기』의 큰 반전은 30년 차 고위 공직자의 목소리가 놀라울 정도로 친근하고 인간적이라는 점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결코 영웅이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매일 밤 결재 서류를 세 번씩 확인하고도 ‘혹시 내가 놓친 법령이 있어 징계를 받으면 어쩌지?’라며 밤잠을 설치던 소심한 ‘천상천하 유아걱정형’ 초식 공무원이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부하 직원의 실수를 모조리 떠안으려다 내면이 먼저 갉아 먹혔던 번아웃의 순간, 막 9급 공무원이 된 친구 딸로부터 “삼촌, 전 대체 언제쯤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눈물 섞인 전화를 받고 “적어도 7급은 돼야 네 이름 석 자가 보고서에 나올 거야”라며 계급 사회의 씁쓸한 민낯에 대해 조언하는 대목은 애잔함과 공감을 자아냅니다.

이 솔직하고 치열한 고백록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직 사회의 개혁과 소통이 화두가 된 지금, 가장 시의적절한 책입니다. 또한 공직자가 자기 책무를 다하지 않아 나라가 혼란에 빠진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어렵지만 법과 규칙을 지키며 소신을 다해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공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줍니다. 아울러 이 책은 조직 사회라는 정글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수많은 공무원과 직장인에게 가슴을 울리는 위로와 현실적 조언을 따뜻하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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