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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 Sykes
Jo Pia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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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이머진이야. 몇 가지 물어보려고.”
“왜 전화한 거죠” 귀가 먹었나? 이머진은 다시 한 번 천천히, 약간 큰 소리로 다시 말했다. “몇 가지 물어보고 싶어서.” “알아요. 들었다고요. 왜 이메일을 쓰지 않은 거죠” “전화가 더 빠르니까.” “요즘 누가 전화를 해요? 이메일을 주세요. 문자를 하든지. 나 지금 정신없이, 어, 그러니까, 쉰 가지쯤의 일을 동시에 처리 중이라고요. 제발 전화하지 말아요.” --- p.35 이머진이 글로시의 신품종 처녀들을 무책임한 바보들로 치부해버리려던 찰나, 그들도 자신만의 치밀한 사업 계획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야심에 들끓지 않는 이가 없었다. (…) 편집장이라거나 CEO 같은 지위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직 회원 수와 투자 유치, 상장과 지분 확보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수십억 달러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 p.54~55 이머진은 문득 궁금해졌다. “이중에 자기보다 어린 상사랑 일하는 사람” 반 정도 되는 엄마들이 손을 들었다. 이머진은 다시 질문했다. “동료 중에 테크비치가 있는 사람은” 모두가 손을 들었다. 맙소사. 이머진은 이게 자기만의 문제인 줄 알았다. 모든 업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 몰랐다. --- p.166 ‘밀레니얼 세대 고용주에게 정말 뛰어나시다고… 매일 말해주는 거 잊지 마세요.’ ‘문법 오류 고쳐주지 말아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 부모가 회사에 오게 하면 안 돼요.’ ‘되도록 밀레니얼 세대한테는 전화 걸지 말아요. 기겁하니까.’ --- p.169 물론 이 새로운 세상에도 이머진이 좋아하게 된 것들이 있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맺어진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의 순간적 교감은 카페인의 효과만큼이나 중독적이었다. 좋아요, 담아두기, 리트윗 같은 것들이 이상하게도, 새로운 인정 욕구를 채워주었다. 현실에서 받는 비웃음과는 딴판이었다. 인스타그램으로 보정된 세상 속에선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황금빛 매력으로 감쌀 수 있었지만, 그 필터 밖으로 나오면 가끔씩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 p.221~2 “--- p.…) 대부분 5만 달러 이상 받는 애들을 자르고 3만 5천이나 4만 달러 받는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할 거예요. 더 많은 직원은 곧 더 많은 콘텐트를 의미하고, 즉 더 많은 트래픽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콘텐트 질이 떨어지는 건 어쩌고? 몇몇 애는 정말 좋은 글을 쓰잖아.” 이브는 이머진이 딱하다는 듯, 어차피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더 많은 건 언제나 더 좋은 거예요.” --- p.293 왜 이머진의 이름이 플라스틱 장난감에 씌어 있는 거지? 이브가 눈치채고 잠시 당황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짧았다. 이브는 브론토사우르스를 집어 들었다. “내가 이머진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한 손으로 높이 쳐들고 잠깐 춤까지 추어 보였다. “왜냐하면 당신은 우리 회사의 공룡이니까.” 이브의 입꼬리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올라갔다. --- p.311 직원들 보고 네 친구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야. 우리 모두에게 밤까지 남고 게임을 하라고 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야. 우리 모두 진실 게임을 하게 만든 것도 정말 이상했어. 우리는 자매가 아니고 가족도 아니야. --- p.314 “어차피 이것들은 거의 누구에게나 새로운 기술들이잖아요. 10년 전만 해도 없던 것들이에요. 5년 전만 해도 90퍼센트가 존재하지 않던 기술들이죠. 지금 테크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많은 기술이 겨우 5분 전에 발명된 것들이에요. 어지러운 속도로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또 사라져요. 우리 모두 매일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해요.” --- p.324 개인적으로 악인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해나갈까 하는 문제를 고민해보도록 해주었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은 함께 살 수밖에 없고 누구와든 함께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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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의 복잡함과 속도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
_백영옥(소설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디지털 옷을 입다! 루시 사이크스와 조 피아자의 장편소설 『휴 그랜트도 모르면서』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시대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얄미울 정도로 스타일리시하고 사악하게 재미있는 소설이다. 어지러운 속도로 변해가는 패션계와 테크계의 한판승을 경험한 내부자의 폭로를 담았으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역전 버전이라 말할 수 있다. 저자인 루시 사이크스는 『마리끌레르』를 비롯한 여러 패션매거진의 편집자이자 디렉터로 활약했고 조 피아자는 저널리스트이자 야후트레블의 편집자로, 이 소설은 두 사람의 아이디어와 플롯이 만나 탄생한 작품인 동시에 데뷔작이다. 현재 10개국에서 출판되었으며, 소재의 참신성과 이야기 트렌드의 시의성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년의 패션지 편집장에게 노년의 출판그룹 대표가 선언한다. “당신 매거진은 이제 ‘앱’이 됐어.” 사무실에서는 덜 떨어진 옷을 입고 전자기기를 온몸에 휘감은 젊은 애들은 정신없는 시스템 속에서 밤과 낮을 바꿔 일하며 쏘아붙인다. “요즘 누가 전화를 해요? 이메일을 주세요. 문자를 하든지.” 모두가 푹 빠져 산다는 핀터레스트, 버즈피드, 행아웃, 킥닷컴……. 몇 달만 접속하지 않으면 못 알아들을 말 투성이가 돼 있는 디지털 시대, 급변하는 세상에서 중견 편집장은 과연 순순히 퇴물이 되고 말 것인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스타일리시하고 사악할 만큼 끝내주는 이야기 디지털 시대 뉴욕의 패션계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름다운 패션지의 편집장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40대 이머진 테이트다. 이머진은 유방암 수술 후 6개월 병가를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하는데, 그 짧은 기간에 잡지사가 완전히 바뀌어버려 기절할 뻔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예전에 이머진의 어시스턴트였던 20대 이브 모턴이 하버드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와 종이 잡지를 없애고, 매거진과 쇼핑몰이 결합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녀는 나이 든 직원들은 다 잘라버리고, 이머진도 인맥과 노하우만 넘겨받은 다음에 쫓아내려 한다. 회사에는 듀란듀란은커녕 휴 그랜트도 모르는 갓 대학을 졸업한 개념 없고 시건방진 20대만 넘쳐난다. 이머진은 자신이 이제까지 쌓아 올린 모든 커리어와 시스템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고, 직장 내 위치는 물론 사생활까지 위태로워진다. 게다가 이브는 상원의원이 된 이머진의 옛날 남자친구와 교제하며 단숨에 유명 인사로 떠오르기까지 한다. 최신 기술, 유명세 등등으로 거침없는 권력을 휘두르는 이브 앞에서, 감성적 창조력과 따뜻한 인품으로 업계의 사랑을 받던 이머진은 속수무책 바보 신세가 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이머진은 자신 있는 패션 분야에 테크놀러지의 장점들을 에둘러 확장해가며 이브에게 반격할 기틀을 점차 만들어낸다. 잡지사 편집장이 신참 보조 직원에게 뒤통수를 맞고, 40대 중견 직원이 20대 상사 밑에서 일하게 되면 어떨까? 유명 디자이너들의 개인 전화번호는 저장하고 있어도, 페이스북과 포스퀘어도 구분 못 하고 아이폰 설정 하나 제대로 바꿀 줄 모르는 노땅 이머진은, 최신 기술에 하루 종일 코를 박고 살며 ‘재미’도 능력의 척도라며 비욘세 군무 정도는 기본으로 꿰고 있는 이브 같은 젊은 세대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 무서운 젊은이들에게 나이 든 세대가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을까? 늙은이들은 그저 기득권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공룡’일까, 아니면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풍부한 지혜를 지닌 멘토일까? 물론 아무리 최신 기술과 감각으로 무장하고 있어도, 싸구려 흉내쟁이(knockoff)와 내공 깊은 혁신가는 결국 판가름 나게 되는 법이다. 영화 〈인턴〉과 〈소셜 네트워크〉의 치열하고 화려한 버전 아무래도 패션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개요만 보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칙릿소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읽어 들어가면, 영화 〈인턴〉의 치열한 버전이며, 〈소셜 네트워크〉를 좀 더 감각적이고 화려하게 만든, 코믹하면서도 진중한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작품을 통해 소개되어 비열한 권력 투쟁으로 악명이 높아진 패션계지만, 이 소설에서 악녀, 냉혈한은 원클릭 ‘좋아요’와 140자 타이핑으로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새천년 테크놀로지 세대 가운데서 나온다. 테크비치(techbitch)라는 신조어를 선사받은 젊은 그녀들을 통해 소비자들의 단편적인 평가를 계량적으로 추종하는 인터넷 매체의 명암이 좌충우돌 그려진다. 특별히 한국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도 있다. 이머진의 단골 꽃집 주인과 기업가 친구 한 명이 한국 여성인데 이들의 활약상을 보는 재미가 기대 이상이다. 추천글 매력적인 오락소설… 고전적 라이벌 구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패션업계와 테크업계의 뒷 이야기를 경쾌하게 들려준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혹시 빼놓고 읽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나 두려워지는 책. _코스모폴리탄 우아한 패션계가 테크계의 전자 폭격을 받다! 오래지 않아 할리우드의 부름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_커커스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