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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부희령
사유악부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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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눈보라
하늘
밤 산행
산에서 내려오는 법
귀신은 뭐 하나
전쟁과 소년
이야기의 시작-바람의 말
자작나무는 말한다
낙타의 환생
달팽이의 순간 이동
꺼지지 않는 불
마법의 씨앗
소금과 설탕
항아-달의 이야기
나비 밤하늘 빛

은행나무꽃
명예의 전당
어떤 자연도태의 경위
비밀의 완성
그림자 괴담
사마리아 교정 프로그램
세 가지 소원
벌거벗은 왕의 독백
폐허 관광

저자 소개 1

번역가, 칼럼니스트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는 장편 청소년 소설 『고양이소녀』, 소설집 『꽃』 『구름해석전문가』, 앤솔로지 『그 순간 너는』, 『선량하고 무해한 휴일 저녁의 그들』, 산문집 『무정에세이』, 공동 르뽀집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가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모래 폭풍이 지날 때』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등 80여 권이 있다. 〈국민일보〉(2015-2017), 〈한국일보〉(2016-2019), 〈서울신문〉(2019-2021), 〈경향신문〉(2019
번역가, 칼럼니스트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는 장편 청소년 소설 『고양이소녀』, 소설집 『꽃』 『구름해석전문가』, 앤솔로지 『그 순간 너는』, 『선량하고 무해한 휴일 저녁의 그들』, 산문집 『무정에세이』, 공동 르뽀집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가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모래 폭풍이 지날 때』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등 80여 권이 있다. 〈국민일보〉(2015-2017), 〈한국일보〉(2016-2019), 〈서울신문〉(2019-2021), 〈경향신문〉(2019-2024)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했다. 대안연구공동체, 경향시민대학, 우리가치 인문동행 등에서 글쓰기 강의를 했다.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두 차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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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52*225*20mm
ISBN13
9791199693838

책 속으로

도로 위에서 휘몰아치던 눈보라처럼, 현실과 헛것이 서로 맞닿아 경계선이 무너질 때 태어나는 것이 바로 이야기다.

‘작가의 말’ 중에서

갑오년에 추수 끝내고 도인 수만 명이 모였지. 모두가 하늘인 새 세상이 열린다기에 집에서 뛰쳐나왔어. 탐관오리 몰아내자며 처자식 두고 길을 떠났고, 임금이 제 나라 백성을 죽이려고 끌어들인 이웃 나라 군대와 맞서려 부모 형제 모여 사는 고향을 등졌다네. 처음에는 승승장구 쳐 올라갔지. 관군과 왜군을 우금티에서 맞닥뜨렸어. 놈들은 산등성이를 방패 삼았지. 우리가 다가가면 일제히 총을 쏘고 숨었다가, 능선을 넘으려 하면 다시 총을 쏘아댔지. 그래도 오르고 또 올랐지.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1)주문을 외우면 죽음이 두렵지 않았거든.
남자는 눈이 녹은 물인지 눈물인지, 얼굴에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p 18 ‘눈보라’ 중에서

하늘에 해와 달이 두 개씩 뜨고 초목과 금수가 말을 하며 사람이 물으면 귀신이 답하는 혼란의 시대가 있었소. 천지왕의 아들 대별왕이 이승으로 건너와 해와 달을 하나씩 쏘아 떨어뜨리고, 송피가루를 뿌려 초목과 금수의 입을 막았소. 귀신과 사람을 저울로 달아 백 근이 넘는 것은 사람으로, 백 근이 안 되는 것은 귀신으로 보냈소. 세상을 가지런하게 정돈한 뒤 천지왕은 사람들이 하늘의 뜻을 잊지 않게 하려고 땅 위에도 하늘 궁전을 마련했소. 바로 여기, 천상천하의 영기가 모여든다는 할로영산이라오

p44,45 ‘산에서 내려오는 법’ 중에서

비틀거리며 돌아 나오는데 키 큰 처녀 하나가 따라 나온다. 처녀는 소년을 움막에 숨기고 주먹밥을 갖다준다. 내 동생도 인민군으로 끌려갔음메. 처녀는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낸다. 소년은 처녀에게 하소연한다. 우리 어머니에게 내가 여기에 있다고 알려주세요. 사례는 꼭 하겠습니다. 제발, 나 좀 살려주세요.

처녀가 소년의 어머니에게 기별하러 간다며 일어선다. 소년은 거적을 덮은 채 축축하고 무거운 잠의 늪으로 빠져든다. 멀리서 어머니가 소달구지를 끌고 산길로 올라온다. 손가락에서 쌍가락지가 반짝인다. 어머니 옆에는 누구인가. 김명순이다. 소년의 다친 다리에 붕대를 감아준 김명순이가 하얀 모자를 쓰고 웃고 있다.

p63,64 ‘전쟁과 소년’ 중에서

우리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철과 강화 유리로 지은 거대한 안전 건물이었다.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이들이 유리 탑 속에 살고 있었다. 구름을 뚫을 듯 높은 고층 건물 속에는 공기가 정화되는 온실과 목장도 있다고 했다.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던 군대가 방호복을 입은 채 건물을 에워싸고 우리를 제지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나 그토록 찾기 힘들었던 진실을 조용히 깨달았다. 우리는 오염되었고,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p 222 ‘폐허관광’ 중에서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세계 여러 문화권의 신화·경전·설화(불교, 힌두교, 그리스도교 등)를 오늘의 현실과 개인사에 겹쳐 놓는 독특한 구성
- 인간과 비인간(동물, 자연물, 귀신)의 목소리를 나란히 배치해 ‘이야기하는 존재’의 경계를 질문
- 노동, 젠더, 죽음, 기억, 공동체적 애도 등 부희령 문학의 오랜 주제의식이 산문 형식으로 응축
- 경향신문 연재 당시부터 독자들의 반응을 얻은 칼럼을 단행본으로 완결

세상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주워 나른다. 성경 속 사마리아인, 천 개의 손가락을 모으려던 앙굴리말라,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간 시타 왕비, 억울하게 죽어 열차 안을 떠도는 여자, 낙타로 환생한 어떤 영혼-시대와 국경을 건너온 이 이야기들은 부희령의 문장 속에서 다시 한번 몸을 바꾼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부희령이 2022~2023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 ‘이야기의 발견’을 묶어 낸 이 산문선은, 오래전부터 사람 입에서 입으로 굴러온 이야기들과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 사이의 경계를 지운다. 불교 경전과 힌두 서사시, 성경의 비유, 근대 노동사의 상처, 그리고 눈보라 치는 제주 산길에서 마주친 개인적 환각까지-사람의 목소리와 사람이 아닌 존재(귀신, 낙타, 바람, 불꽃)의 목소리가 한 편 한 편 속에서 뒤섞인다.

“현실과 헛것은 연속선 위에 서로 겹쳐 존재하는 건 아닐까”라고 작가는 묻는다. 25편의 이야기는 그 경계선이 무너지는 자리에서, 매번 다른 얼굴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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