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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크리스티 9
2장 하녀 24 3장 배우 48 4장 가정교사 75 5장 말벗 122 6장 재봉사 165 7장 안개를 뚫고 188 8장 절망의 치유책 218 9장 윌킨스 부인의 목사님 251 10장 다시 시작하다 277 11장 딸기 밭에서 309 12장 크리스티의 축제 325 13장 깨어나다 360 14장 어느 쪽 392 15장 한여름 426 16장 소집되다 451 17장 대령 488 18장 일출 506 19장 작은 팬지 519 20장 마흔 539 작가 소개 564 |
Louisa May Al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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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외숙모. 여기서는 제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없어요.” 단호한 대답이었다.
“네가 원하는 게 뭐니, 얘야?” “저 불을 좀 보세요.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노부인은 순순히 눈을 그쪽으로 돌렸고, 크리스티는 반은 진지하고 반은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기 장작 두 개가 보이세요? 구석에서 처량하게 타고 있는 저건 지금 제 삶이에요. 저기 저렇게 노래하듯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제가 원하는 삶이고요.” “어머나, 참 별난 생각도 다 있구나! 둘 다 제자리에 놓여 타고 있고, 내일이면 재가 될 텐데, 그게 무슨 차이가 있겠니?” 크리스티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외숙모를 보고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그 비유를 이어가며 진지하게 덧붙였다. “결말이 같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어떻게 재가 되는지, 어떤 인생을 사는지는 차이가 있죠. 저 장작은 불씨 하나만 희미하게 남아 있어 빛도 온기도 주지 못하고, 재 속에서 쓸쓸하게 지글거리며 누워 있잖아요. 하지만 다른 하나는 끝에서 끝까지 환하게 타오르며, 작은 불꽃들이 즐겁게 노래하듯 굴뚝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그 빛은 방 안을 밝히고 어둠 속으로까지 번져나가요. 그 온기는 우리를 더 가까이 모이게 해서 난롯가를 집에서 가장 아늑한 곳으로 만들죠. 그리고 저 따뜻한 불길이 꺼지면 우리 모두 그리워하게 될 거예요.” 그녀는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제 삶도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길든 짧든 살아 있는 동안 유용하고 밝게 빛나고, 마지막엔 그리움을 남기는 인생이요. 재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요.” ---「1장 크리스티」중에서 “네가 알아보던 일들보다 훨씬 쉽고 재밌을 거야. 우리 둘이 벽돌처럼 딱 달라붙어서 너를 지켜줄 테니까. 일주일만 지나면 네가 살면서 해본 일 중에 이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말하게 될걸. 그러니까 새침하게 굴지 말고, 너답게 멋지게 ‘그래’라고 해줘.” 루시는 분홍색 새틴 드레스 자락을 흔들어 보이며 친구를 슬슬 유혹하듯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 해볼게!” 크리스티는 문득 결심이 서서 이렇게 말했다. 젊음 속에 넘치는 기운과 꿈, 열정을 마음껏 쏟아부을 수 있으면서, 완전히 새롭고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지금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3장 배우」중에서 하지만 크리스티는 미소 짓지 않았고, “그래요, 필립.”이라는 말도 도저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방금 전 그의 말이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말투에 배어 있는 무의식적인 무시가 여자의 섬세한 자존심을 찔렀고, 이기적인 생각이 너무 도드라져 보여서, 가장 너그럽게 들리는 말들조차도 그녀에겐 일종의 뇌물처럼 느껴졌다. 이 사람은 크리스티가 꿈꿔온 연인이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주면서도, 그것으로는 순진한 첫사랑이라는 보물을 다 갚을 수 없다고 느끼는, 용기 있고 진실한 남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순간이 그녀가 소망해온 행복도 아니었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완전한 신뢰, 기쁘게 자신을 내어 맡기는 마음, 그로 인해 이 고단한 현실 세계가 잠시라도 천국처럼 변해버리는 달콤한 평안… 크리스티가 바라던 것은 그런 것이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그와 전혀 달랐다. 크리스티는 제안에 승낙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자 가슴 깊은 데서는 또렷하게 “아니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본능처럼 그 목소리를 따랐다. 지금 자기 앞에 놓인 선택이 대부분의 여자들 마음속에서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세 가지 약점, 허영심과 야망 그리고 쾌락에 대한 욕망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4장 가정교사」중에서 그리하여 그들은 매우 슬프고도 다정하게 작별했다. 풍성한 선물들을 한 아름 안고, 크리스티는 자신의 길을 떠났다. 그녀는 비록 지쳐 있었지만 자신의 쉼을 정당하게 얻어낸 것에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5장 말벗」중에서 “집이라니! 아, 레이철, 난 집이 없어요. 집이 없어서 난 길을 잃고 말 거예요.” 크리스티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탄식은, 얼굴을 타고 뜨겁고 묵직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보다도 더 가슴 절절하게 들려왔다. 그 눈물은 그녀의 절망 위에 얼어붙어 있던 서리를 서서히 녹이고 있었다. 친구는 그 눈물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크리스티가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조용히 울게 두었다. 크리스티가 흐느낌을 조금씩 가라앉힐 동안, 레이철은 여느 어머니 못지않게 다정한 마음으로 그녀를 어떻게 도울지 생각했다. 크리스티의 사정을 모두 들은 뒤, 레이철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사람처럼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두 손을 크리스티에게 내밀며, 보는 이의 마음까지 놓이게 하는 밝고도 단단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턴 내가 당신을 돌볼게요. 나와 함께 가요, 가엾은 크리스티. 아주 초라하겠지만 정직하고 행복한 보금자리를 줄게요.” ---「7장 안개를 뚫고」중에서 “그 일, 제가 맡을게요. 말이 됐든 행동이 됐든, 상황에 따라 가장 알맞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제 몫을 성실히 해보겠어요. 우리에게 다가올 더 나은 시대를 맞이하려면, 모두에게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그 준비는 서로를 알고 돕고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을 통해서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요.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크리스티는 충동적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녀의 손 위에 손을 얹었다. 그들은 나이와 인종, 가진 돈과는 상관없이 다가올 행복한 결말을 앞당기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할 준비가 된, 사랑으로 하나 된 여성들이었다. ---「20장 마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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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외삼촌 댁에서 줄곧 지낸 크리스티 데번은 스무 살이 되자 더 이상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집을 나온 크리스티는 하녀, 배우, 가정교사, 재봉사 등 당시 여성에게 허락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그 과정에서 노동의 기쁨과 고단함, 성공과 실패, 사랑과 상실을 차례로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간다.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크리스티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다. 크리스티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일의 의미와 여성의 자립,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깨달아간다. 19세기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한 여성의 노동과 삶을 담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또 하나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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