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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모국 탈출
1. 덤웨이터 2. 구두 목걸이 3. 해빙 2부 결투자들 4. 스크린 뒤에서 5. 잘못된 기적 6. 명예의 문제 3부 수치, 굿뉴스, 그리고 동정녀 7. 홍조 8. 미녀와 야수 4부 15세기에는 9. 알렉산드로스 대왕 10. 베일을 쓴 여인 11. 교수형을 당한 남자의 독백 12. 안정 5부 심판의 날 옮긴이의 말: 샤람, 역사, 모국, 혹은 성(性) - 형용 불가한 진실(들)을 좇는 경계의 서사 |
Salman Rushdie,Ahmed Salman Rush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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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발표한 살만 루슈디의 세 번째 소설 『수치』는 인도어 「샤람」의 영어 번역어 shame을 옮긴 말이다. 「샤람」은 인도에서 태어나 본의 아니게 파키스탄을 모국으로 갖게 되지만 영국에서 성장한, 소위 코즈모폴리턴적 작가라 불리는 살만 루슈디에게 그 「번역할 수 없는 모국어」의 핵심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순수하고 온전한 「원래의」 형태로 이 관념을 형용할 수 없는 타락한 존재로서의 스스로를 인식한다. 말하자면 이는 더럽혀진 식민주의 지배자의 언어로 글을 써야 하는 디아스포라의 숙명이다. 「샤람」, 이 「짧은 단어지만 백과사전에 비길 만한 뉘앙스를 지닌 말」. 원죄로 더럽혀진 치졸한 역어 shame, 혹은 그 치졸한 역어를 다시 한 번 번역한 「수치」로는 차마 담을 수 없는 풍요로운 기의는 부끄러움, 굴욕, 오욕, 치욕, 창피함, 당황, 점잖음, 겸손, 수줍음, 이 세상에 신이 정해 준 제자리가 있다는 소속감을 비롯해 영어에는 해당 단어가 없는 여타 국어 어휘들의 감정들까지 포용하는 광범하고도 응축된 관념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가족들에게 말을 해야 했다. 손이 깨끗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가 수피야 지노비아 문제의 공범이었다. 그리고 비밀은 지켜졌다. 「잘못된 기적…….」 그녀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휙! 그냥 그렇게. (……)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공기 속을 자유로이 배회하고 있는 그것은 수피야 지노비아 샤킬이 결코 아니었고, 뭔가 원칙에 가까운 것, 폭력의 현현, 야수의 순전하고 악의에 찬 힘 그 자체였다. ---본문 중에서 네 발로 걷는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두껍게 배겨 있다. 한때 빌키스 하이더의 손에 깎인 검은 머리는 이제 치렁치렁하게 길어 얼굴에 들러붙어 털처럼 감싸고 있다. 모하지르의 혈통을 보여 주는 창백한 피부는 햇볕에 타고 거칠어져, 덤불과 짐승들에 긁히고 가려움에 제 손톱으로 긁어 생긴 무수한 열상들을 전투의 상흔들처럼 간직하고 있다. 불타는 눈과 오물과 죽음의 악취. 「평생 처음으로, ─ 그는 생각 속에서 연민의 마음을 품고, 스스로도 충격을 받는다 ─ 저 여자애는 자유야.」 ---본문 중에서 그녀 안에 매복하고 있는 건 바로 한 마리 야수였다. 그는 그녀의 힘이 자랑스럽고, 그녀를 전설로 만들고 있는 폭력이 자랑스러웠다. 이제 그 누구도 그녀에게 무엇을 하라든가, 어떤 사람이 되라고 명령할 수도 없고, 무엇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타박할 수도 없다. 그렇다, 그녀는 듣고 싶지 않았던 그 모든 이야기를 딛고 초월했다. 그는 궁금했다. 인간이 야만성 속에서 고귀한 본성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본문 중에서 이 이야기에 나오는 나라는 파키스탄이 아니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다. 같은 공간을, 아니 거의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두 개의 나라가 있다. 허구의 나라와 실제의 나라다. 내 이야기, 내 허구의 나라는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현실에 살짝 비스듬한 각을 이루며 존재한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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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장대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지적이고 감각적인 필치로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문학사를 새롭게 쓴 거장 살만 루슈디의 『수치』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수치』는 인간 내면에 잠재한 후안무치와 오만, 수치심으로부터 배태된 폭력을 방대하고 빈틈없는 서사로 엮어 하나의 신화로 완성해 낸 걸작으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을 금지당한 남자와 태어날 때부터 존재 자체를 「수치」로 규정당한 여자라는 극단적인 인물 설정을 통해 「수치」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 Q.는 파키스탄의 퀘타를 모델로 한 가상의 공간이며, 루슈디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마술적 사실주의를 통해 자신의 모국 파키스탄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신랄한 풍자로 그려 낸다.
「수치」란 감정을 둘러싼 파국의 사랑 옛날, 까마득한 국경 마을 Q.에 살고 있던 세 자매의 아들 오마르 하이얌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자신의 진짜 어머니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태어난다. 어머니들에게 수치심을 느끼는 것을 금지당한 그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인지조차 못 하는 상태로 자라나 몸과 마음의 관계를 연구하는 의사가 된다.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인 수피야 지노비아는 아들을 간절히 바라던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탓에 태어나면서부터 「가문의 수치」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유달리 부끄러움을 많이 타 작은 일에도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그녀는 어느 날 지독한 열병을 앓아 백치가 되고, 이후 의사와 환자로서 만난 오마르와 결혼하여 살게 된다. 자신의 수치와 모욕을 그녀에게 떠넘긴 자들에 대한 수피야 지노비아의 분노는 그녀를 누구도 멸시할 수 없는 자존감과 힘을 지닌 존재로 거듭나게 하고, 오마르 하이얌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동경하고 사랑한다. 후안무치와 수치, 두 극단의 주인공은 「수치」라는 감정이 빚어낼 수 있는 인간 본성의 가장 충격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파키스탄을 넘어선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인도의 독립과 분할을 다루었던 『한밤의 아이들』(1981) 발표 2년 후에 출간된 『수치』(1983)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형식을 통해 파키스탄의 정치 현실을 우회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루슈디는 이러한 형식을 통해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파키스탄과 파키스탄을 지배했던 권력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라파 가의 이스칸더 하라파와 하이더 가의 라자 하이더는 실존 인물이었던 줄피카르 알리 부토(1928~1979) 총리와 무함마드 지하 울하크(1924~1988) 장군을 형상화한다. 루슈디는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정치적 관계를 밝히는 것은 물론, 군사 독재와 민주주의가 혼재하던 시기, 부조리한 정치의 폐해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 현실은 비단 루슈디가 설정한 14세기나 당시 파키스탄뿐 아니라 역사 속에 현존하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관망자 살만 루슈디 루슈디는 인도에서 태어나 가족들이 파키스탄으로 이주했으며 열세 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 그곳에서 공부하고 직업을 얻었다. 이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로 이란의 이슬람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처단 명령을 받고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루슈디는 그의 이방인적 삶을 주인공 오마르 하이얌에게 투영한다. 주인공이면서도 변변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식민지의 정복자가 아버지이며, 세 자매 중 누가 진짜 어머니인지도 모른 채 세 어머니에게 동시에 키워져 자신을 늘 주변인이라 느끼며 살아가는 오마르 하이얌을 통해 뿌리를 잃은 자신의 처지를 내비친다. 또한 소설 중간 중간 환상의 이야기 속에서 잠시 나와 현실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번역어로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을 냉소적으로 드러낸다. 『한밤의 아이들』과 『수치』, 『악마의 시』로 이어지는 세 작품은 인도의 독립과 파키스탄의 분리를 둘러싼 혼란 속에서 심적인 무국적 상태를 겪은 루슈디 내면의 고민을 신화와 환상, 역사적 현실을 넘나들며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는 점에서 루슈디 초기 3부작이라 칭할 수 있다. 『수치』는 생생하고 바로크적인 완벽한 정치 소설이다. 이 책은 한 편의 우화이자 논쟁이며, 격렬한 대자보이다. 역사인 동시에 픽션이며, 신화이자 풍자인 소설이다. ― 「선데이 텔레그래프」 『수치』는 『한밤의 아이들』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공적인 삶과 역사의 필연에 대한 칠흑처럼 어두운 희극이다. ― 「타임스」 루슈디의 『수치』는 광채 어린 말들의 향연이다. 모든 문장이 화려하고 달콤하다. ― 「뉴요커」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볼테르의 『캉디드』, 스턴의 『트리스트람 섄디』……, 루슈디의 『수치』는 가장 최근에 출현한 이들 그룹의 진정한 후계자이다. ― 「뉴욕타임스」 『수치』는 파키스탄에 대한 것이기도, 아니기도 하다. 상상 속의 나라, 일명 「꿈꾸는 정신의 실패」이다. 루슈디는 우리가 어떤 바람을 가지고 역사의 운명을 다시 써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우리가 역사에 침투하여 과거를 구원하고자 한다면……. ― 「가디언」 『수치』는 형용 불가한 진실(들) ― 「샤람Sharam」, 역사, 모국, 성(性) ─ 을 좇는 경계의 서사이다. ― 역자 김선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