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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1 -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추천의 말 2 - 작가 김미옥 추천의 말 3 - 가톨릭문화원 원장 박유진 신부 기획의도 각본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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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하는 위원장을 뒤로하고
홍범도가 총부리를 돌려 창가로 다가간다. 열린 창 너머로 위원회 건물 밖, 정원 사이 정문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보인다. 홍범도가 총을 겨눈다. 통로 한가운데 백 보는 떨어진 곳에 보드카1병 이 세워져 있고 병 위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가 올려져 있다. 위원들이 모두 창가로 몰려가 총을 겨누는 홍범도와 멀리 아득하게 통로에 세워져 있는 보드카 병을 놀란 얼굴로 번갈아 쳐다본다. 홍범도가 무표정한 얼굴로 총을 발사한다. 탕! --- P.20 북청 진위대 부위, 30대의 날렵해 보이는 윤동섭이 “부대 차렷! 경례!”를 외치고, 임창근과 범도 등 지휘부가 앞에 서서 그리고 둘러싼 모든 포수가 군인들과 같은 동작으로 경례를 받는다. 경례를 마치고 누구랄 것 없이 서로 얼싸안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함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메라가 부감으로 빠지면 후치령 좌우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범도 (narration) 다시 의병대가 되었다. 지형이 손금이었고, 총이 세 번째 손이었던 우리는 연전연승했다. --- P.63 신부가 미사를 마치는 마지막 성호를 신자들과 함께 긋고 제대를 벗어나자 말끔한 양복에 새하얀 셔츠, 검은 넥타이를 한 이위종(27세)이 제대 위로 다가온다. 이위종 제가 대한독립의 가장 중요한 거점인 연해주에 다시 온 것은 선친의 마지막 뜻을 동지들께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선친의 자결은 이완용 같은 나라를 팔아먹은 파렴치한 역적들에 대한 분노, 의지박약한 폐하에 대한 원망, 일본에 굴복해 우리 13도의군을 가로막은 노서아 제국에 대한 항의의 뜻이었습니다. 신자석은 대부분 고려인이고 더러 러시아군 장교들이나 러시아인들도 보인다. 고려인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리고 있다. 파란 눈의 러시아 귀족인 이위종의 부인 엘리자베타 놀켄도 다소곳하게 서 있다. --- p.106 압록강 혜산진 (밖, 밤) 박종달, 유기운이 군복을 입은 2개 분대 병력을 이끌고, 항일연합포수연대 시절 정찰대장이었던 백두산부대의 부대장 한두찬과 새 얼굴인 백두산부대 중대장 김상하(27세)가 포수 복장의 부대원을 이끌고 압록강 상류 낮은 곳을, 총을 양손으로 들어올린 채 건너고 있다. 맞은편에 오른쪽 아래로 강 포구의 일본군 국경수비대의 불빛이 보인다. 강 이쪽 높은 곳에는 점순이 이끄는 저격분대 병력이 강을 건너는 대원들이 일본군 초소 곁으로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 P.140 전체 고지에서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벌어지던 전투가 금방 격렬해진다.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남쪽을 맡은 신민단 중대도 전진하고. 점순의 저격 중대와 김상하의 백두산 중대도 갑자기 나타나 진격하자 적이 두 갈래로 나뉘어 봉오봉과 동산 사이, 동산과 남산 사이로 밀리기 시작한다. 점순이 진격하는 사이, 죽은 줄 알았던 일본군 장교 한 놈이 점순을 향해 단총을 겨눈다. --- P.162 S#55 안도현 산악지대 (밖, 낮)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인 가운데 범도가 높은 산의 능선을 무릎으로 기어오고 있다. 얼굴과 몸이 온통 눈과 얼음으로 범벅이다. 범도의 앞에도 한상봉, 홍용환 등 독립군들이 기어가고 있고 뒤에도 유상돈, 허건돌, 박경철, 이병채 등 독립군들이 끝없이 기어오고 있다. 좌우가 은폐된 곳에서는 무릎으로, 트인 곳에서는 아예 엎드려 기고 있다. 독립군들 아래로 멀리 일본군 부대들이 계곡을 따라 산자락을 훑으며 뒤로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범도처럼 얼굴이 눈으로 덮이고 수염에는 고드름이 달리고 안경까지 뿌연 지청천이 바짝 기어와 말한다. 지청천 와, 이렇게 적진 돌파하는 건 일본 육사에서도 배운 적이 없습니다. 범도 내가 개마고원에서 날아다녔다는 거 다 거짓말입니다. 이렇게 숱하게 기어다녔습니다. 하하하 --- P.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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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영웅 홍범도, 인간 홍범도
봉오골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영웅, 9척 장신에 사격의 명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적의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신출귀몰해 ‘날아다니는 홍범도’라고 불렸던 유격대장. 일본군의 고문에 아내를 잃은 지아비, 독립전쟁 중 아들을 잃은 아버지, 무수한 동지들이 곁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 했던 사령관, 먼저 간 동지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끝없이 싸워야 했던 전사, 비록 적이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외로운 인간. 이 시나리오는 주인공이 동시에 살아내야 했던 두 가지 분열된 차원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홍범도라는 역사적 인물에 새로운 깊이를 부여한다. 그 깊이 속에서 독자는 전쟁영화나 역사물을 뛰어넘는 역작의 탄생을 예감할 것이다. 목놓아 부른다, 그대들의 이름을 홍범도는 평생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연해주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만년에야 자신이 등장하는 연극의 제작을 허락하면서도, 희곡의 제목을 〈홍범도 장군〉이 아니라 〈의병들〉로 할 것을 고집한 데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그와 함께 싸운 이들은 누구였을까? 독립운동의 영웅이 홍범도, 김좌진, 안중근뿐일까? 역사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안다. 금강산 단발령에서, 두만강에서, 개마고원과 연해주에서, 얼어붙은 땅에 붉은 피 흩뿌리며 나보다 큰 우리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진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음을. 이 시나리오는 작가가 오랜 조사 끝에 찾아낸 그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한다. 희한하여라, 이름이 불린 순간 그들은 생생히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행진하고, 싸우고, 노래하고, 춤춘다. 그것은 거대한 독립의 춤, 해방의 춤이다. 대통령과 베스트셀러 작가를 감동시킨 각본집,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다 출판사는 회의적이었다. 원고를 읽고 마음을 바꾸었다.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책 추천사를 쓰지 않는다. 원고를 읽고 한 번만 예외를 두기로 했다. ‘머리 속에 커다란 스크린이 떠올랐고, 그분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평가 김미옥은 까다로운 감식안을 지닌 사람이다. 원고를 읽고 기꺼이 추천사를 쓰기로 했다. ‘직접 감독이 되어 영화를 제작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극에서는 레제드라마(Lese-drama)라고 해서 읽기 위한 희곡이 존재하지만, 시나리오는 영화 제작 전에 발표되는 경우가 없었다. 이 각본집이 읽기 위한 영화 시나리오 즉, 레제스쩨나리오(Lese-szenario) 장르가 생겨나는 출발점이 되기를, 독립전쟁의 참모습을 알리는 영화로 이어지기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오늘날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가 이룬 것의 뿌리를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레제스쩨나리오 〈범의 길〉, 일러스트 각본집으로 재탄생하다 일러스트판에는 영화감독 박흥식이 쓴 〈범의 길〉 각본에 수묵화가 유준의 수묵화를 대거 추가해 생생함과 품격을 더했다. 또한 배우들이 각본 리딩에 사용하는 것처럼 가로 판형을 채택해, 일반 독자들도 영화의 호흡에 맞추어 각본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