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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에 독립을 새긴 사람들
상하이부터 충칭까지, 정치부 기자의 임시정부 기행
이창희
드루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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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83위 역사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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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지금,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상하이
Chap.1 우리가 몰랐던, 임시정부의 칠전팔기
Chap.2 요인들의 동선 혹은 사선
Chap.3 독립과 생존이라는 양팔 저울
Chap.4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자싱
Chap.5 백범의 피난처, 그 치열했던 고민의 공간
Chap.6 혼돈의 시대, 싹트는 우의, 그런데 지금은

항저우
Chap.7 임정이 ‘정부’가 아니었다는 이들에게

전장
Chap.8 좌절하고 포기할 권리의 부재

난징
Chap.9 작고 힘없는 식민지의 독립운동이란
Chap.10 강남 한복판에 위안부 기념관이 생긴다면
Chap.11 약산의 공간, 그 폐허에서
Chap.12 독립을 향해 날았던 조선의 파일럿

창사
Chap.13 멀어지는 조국, 더 멀어지는 독립

광저우
Chap.14 몰려오는 전선, 갈림길의 정부
Chap.15 모든 강물은 바다에서 만난다는 믿음

류저우
Chap.16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공포

구이린
Chap.17 승리할 수 있는 전투를 위한 준비
Chap.18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외침

치장
Chap.19 실천 없는 역사논쟁의 참을 수 없는 공허함

충칭
Chap.20 마지막일 줄 모른 채 맞은 마지막 순간
Chap.21 ‘몰랐으니까’ 1945년을
Chap.22 중립외교, 그 치열함에 대하여
Chap.23 무너지지 않고자 했던 그들의 민주주의

에필로그 처음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지금이 최후가 아니기를

저자 소개 1

1983년 서울 출생. 오랜 기간 정치부 기자로 살고 있지만 사실은 정치 말고 좋아하는 것이 더 많다. 넓게 아는 것과 멀리 보는 것을 지향하는 탓에 마흔이 넘어서도 깊이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덕분에 삶은 가벼운데 이상하게도 글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30*210*13mm
ISBN13
9791174577214

책 속으로

내부로 들어서니 오래된 건물 특유의 내음이 느껴졌다. 20년 전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땐 단지 너무나 초라하다는 기억만 짙게 남았었다. 허나 다시 찾은 지금엔 이 같은 구조의 이유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에 두 사람이 마주 오르내리기 어려운 좁은 계단, 더 이상 효율을 꾀하기 어려워 보이는 사물의 배치. 그렇게 기능적으로 압축된 공간은 미관이 아니라 생존의 설계였다.
---p.15

중국에 도착하면서 스스로 얄팍한 결심 하나를 세웠다. 가능한 한 저렴하고 허름한 숙소를 골라 다니기로 했다. 도시 간 이동에도 가장 낡은 기차를 선택하고, 식사는 되도록 길거리에서 해결할 요량이었다. 자못 단순하고 유치한 발상이지만, 100년 전 이곳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의 숨결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닿고 싶었다
---p.28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그것도 남의 나라 언어로 새겨진 이름을 간직한 그를 위해, 기억해 주는 이가 많지 않은 그를 위해,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을 이곳에 머물러야 할지 모르는 그를 위해 소주 한 잔을 올리고 돌아섰다. 언제가 될지 모를 한국에서의 재회를 기원하면서.
---p.40

백범은 장제스와의 회담을 앞두고 총통부 맞은편 호텔인 중앙반점에 머무르며 협상 전략을 고민했다. 당시의 감정을 느껴보기 위해 중앙반점에 투숙할 계획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대대적인 내부 공사 중이었다. 아쉬웠지만 호텔에서 총통부까지 천천히 걸으며 당시 그의 심정을 더듬어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기회의 장인 동시에 절망과 가능성이 교차하던 전선, 그 앞에서 조국의 장래가 달린 협상을 앞두고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p.83

광저우의 골목과 언덕을 하루 종일 걸으며 그들의 자취를 더듬었지만 남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흐릿한 표지석과 이름이 반쯤 지워진 묘비, 전시관 속 몇 줄의 기록들. 그러나 사라진 것이 많다는 사실은 이 도시의 시간을 오히려 또렷하게 만들었다. 강물의 출발지는 모두 달랐고 서로의 물길은 때때로 충돌했다. 그럼에도 이곳에 잠시 모여 흘렀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하다. 결국 시선이 머문 곳은 그들의 도착지가 아니라 도착을 향해 흐르던 방향이었다.
---p.139

밀정.
기록에서는 배신자로, 교과서에서는 몇 줄의 단정한 문장으로, 영화에서는 얼굴이 분명한 악역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실제 직접 방문했던 그 많은 공간에서 실체의 흔적 같은 건 쉽게 붙잡히지 않았다. 이 도시에도, 이 거리에도, 이 계단에도 분명 그들이 있었을 것이 분명함에도. 발각된 뒤의 이름, 처단된 뒤의 기록, 혹은 끝내 드러나지 않은 채 사라진 흔적.

---p.185

출판사 리뷰

기록된 영웅의 신화를 지우니,
매일 밤 밀정과 굶주림에 고뇌하던 한 사람이 보였다

오늘날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역사 그 자체가 가진 본연의 가치와 사실보다 진영 논리의 전리품이나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변질되어 소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거대 담론과 이념 충돌 속에서 100년 전 그 길을 걸었던 실제 인물들의 삶은 얄팍한 구호 뒤에 숨겨져 있다. 그들은 후대의 역사책에 기록된 거룩한 영웅이기 이전에 밤마다 끈질긴 추적과 생존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고, 당장 내일 아침의 굶주림 앞에서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나약한 한 인간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좌우의 대립이나 세련된 정치적 수사 뒤에 가려져 있던 임시정부의 날 것 그대로의 일상에 우리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붉은 벽돌에 독립을 새긴 사람들』은 생사의 기로라는 가혹한 운명 앞에서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뇌했던 인간적인 내면 그리고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던 현실적인 한계와 결핍을 찾아 11개의 도시를 기록한 기행서이다. 임시정부가 머물렀던 도시를 직접 방문하여 그들의 고민과 일상을 복원해 내는 작가만의 서술 방식은 독자들로 하여금 가공된 역사의 장막을 걷어내고 실제 임시정부 요인들과 인간적인 공감을 나누도록 이끈다.

“지금 시점에서 그들의 발자취를 뒤쫓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정치부 기자의 눈으로 기록한 역사 추적 다큐멘터리

오랫동안 치열한 취재 현장을 누벼온 정치부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집요한 추적을 바탕으로 상하이에서 출발해 충칭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일제의 칼날을 피해 가며 남긴 수만 리의 생생한 궤적을 23일간 직접 걸으며 기록했다. 과거의 기록을 찾아가는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중국 현지의 통제 속에서 촬영이 금지된 구역을 통과할 때는 기자 시절의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고, 유적지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막다른 길을 맞닥뜨렸을 때는 관공서를 직접 수소문하며 현지 당국과 몸으로 부딪치기도 했다. 이처럼 저자가 역사 속 임시정부 동선과 현재의 공간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며 묘사하는 서술은 독자들에게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역사 추적 다큐멘터리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압도적인 현장감과 몰입감을 전달한다.

타국의 차가운 길 위에서 영웅들의 이름을 호명하다

이창희 작가의 시선은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상하이 청사의 상징성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역사의 주류에서 소외되어 단편적인 기록으로만 존재하거나, 점차 대중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 가는 공간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던 수많은 영웅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다.

비석 하나를 읽고 나면 다음 비석으로 옮겨 가기까지 자꾸 멈춰 서게 됐다. 이름과 연도, 짧은 문구들. …… 누구는 돌아갔고 누구는 남았다. 누군가는 설명이 길었지만 누군가는 이름만 남아 있었다. _본문 중에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타국의 묘역 끝에 가명으로 외롭게 묻혀야 했던 이덕삼 열사의 비석을 찾아가 소주 한 잔을 올리는 대목에서 저자가 이 여행을 준비하게 된 목적을 명확히 엿볼 수 있다. 이덕삼 열사뿐만 아니라 유적지의 현재를 고발하고 잊힌 인물들을 끊임없이 기억하려는 저자의 집요한 동선은 수많은 현대인에게 역사적 부채감을 안기는 동시에 우리가 왜 지금 그들을 다시 기억해 내야 하는지, 그 진정한 책무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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