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Daniel Nayeri
김래경의 다른 상품
|
나를 소개해야겠다.
이름: 호스로 나예리 나이: 12세 머리카락 색: 글쎄다. 검은색. 제일 좋아하는 영화: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소개하지 않겠다. 내 목소리로 나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당신 마음속에 함께 앉아있다. 당신이 내게 눈길을 주었다. 난 풀밭이 펼쳐진 언덕이나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보여줄 수 있다. 양 목에 달린 방울 소리를 듣도록 도울 수도 있다. 딸랑 딸랑 딸랑. 이곳에서는 당신이 나를 맞이한다. 난 당신의 손님이고 당신은 당신 자신을 생각하듯, 즉 사람으로 나를 생각할 것이다. 우린 매우 가깝다. 두려워하며 고동치는 내 심장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심장이 있다. 당신처럼. 난 늘 두렵다. 학급 명단에 올라와 있는 호스로 나예리(Khosrou Nayeri)는 이름처럼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남자 이름이든 여자 이름이든. 엘프어든 클링온(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외계 종족)어든. 발음도 못 할 것이다. ‘크흐(Kh)’ 소리가 있다. 가래침을 뱉는 것 같은 거친 소리다. 그냥 입속의 침이다. 멧돼지가 내는 소리다. ‘크(s)’ 다음의 ‘흐(r)’는 가르랑거리는 고양이처럼 혀를 굴려 서 내야 한다. 하지만 난 짐승이 아니다. 난 좋은 손님이 될 것이고 당신의 환대에 모험 이야기로 보답할 것이다. 원하면 대니얼이라 불러도 괜찮다. 다른 이름? 신경 쓰지 마시라. ---p.25~26 사람들이 말하는데, 우리 아빠 가족이 인도 왕에게서 딸의 목숨을 구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땅을 받았다고 한다. 수 세대 전, 오클라호마가 아직 주도 아니었을 때였다. 정확히 언제였다고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세부 사항을 알기에는 시간이 늘 부족했다. 고모나 삼촌들과 함께 마당 분수대 옆에 앉아 일요일 오후를 한가롭게 보내보지 못했다. 다음 같은 질문을 할 시간도 없었다. “그 조상은 말이 수레를 끌던 시대 사람이었어요? 아니면 불사조가 불꽃 날개를 펄럭이며 달동네 위로 날아가던 시절에 살았나요? 예언자 대니얼이 페르시아에 왔을 때 대니얼을 알았나요? 아니면 1,200년 뒤 이븐 시나(이슬람 철학의 대가이자 이슬람 의학의 아버지였던 의사이자 철학자) 의사를 알았어요? 조상 중 가장 위대했던 그 할아버지는 신화시대의 사람인가요? 영웅시대, 아니면 역사시대 사람인가요?” 다스탄(‘이야기, 전설’이라는 뜻의 페르시아어). 페르시아. 이란. 이 세 나라의 경계선은 3미터짜리 두께의 안개에 불과하다. 다스탄의 땅, 신화의 시대에 나의 고조의, 고조의, 고조의…… 고조할아버지는 의사였다. 밀러 선생님 반 아이들은 아무 문제 없이 이 말을 믿었다. 그분이 맹수 조련사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의사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분은 의사였다. 청진기를 든 부자는 아니었다. 그렇게 상상하지 마시라. 오히려 대학 도서관이나 지역 판사의 개인 기록 보관소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에 가까웠다. 찔리거나 덴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약초나 식물 뿌리, 기름에 돈을 썼다. 나머지 돈은 무엇이 효과 있었고 무엇이 없었는지 기록하려고 종이와 잉크에 썼다. 가난했지만 마음은 여유로웠다고 한다. 고대 도시에 살았다. 우리 반에서 이 이야기를 하자 재러드가 “얼마나 오래된 도시야?”라고 물었다. “그냥 도시야.” 내가 말했다. “〈알라딘〉에 나온 도시 같은?” “응. 그런 도시.” 신화는 도시 같은 걸 설명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p.35~37 외가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우리가 아지즈라고 불렀던 증조할머니 집 밖에 있던 초원이다. 초원을 곧게 가로질러 흐르는 비밀스러운 작은 강이 하나 있었다. 폭이 내 팔 길이보다 넓지 않았다. 나는 팔딱 뛰어 강 양쪽을 오가거나 거인처럼 성큼 걸어서 건널 수 있었다. 강 양쪽으로 자란 초록색 풀은 기슭을 덮을 만큼 키가 컸다. 그래서 비밀스러웠다. 집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면, 펄쩍펄쩍 뛰며 지그재그로 초원을 가로지르는 한 정신 나간 꼬마가 보였을 것이다. 땅속에 있다시피 한 강은 시내나 개울이 아니었다. 강물다운 속도로 초원을 가로질렀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뛰어넘다가 미끄러져서 한쪽 발이라도 물에 빠지면, 물살이 발목을 잡아채 당길 것이다. 강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돌 위를 빠르게 흐르는 투명한 물을 들여다보던 기억이 난다. 내 손은 너무 작아서 물줄기를 막지 못했다. 몇 걸음 위쪽에서 누나가 강물 속에 손을 넣었다. 누나 손은 조금 더 컸기에 어쩌다 한 번씩 물이 멈췄다. 돌이 반짝였고 그 사이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파닥거렸다. 내가 소리치면 누나가 손을 들었다. 그러면 물이 다시 흘렀다. 그 물고기 중 한 마리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천일야화』 속 이야기처럼 나에게 말을 걸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누나에게 강물이 다시 흐르게 하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말할 것이다. “아, 행복한 소년이여. 지혜롭고 영원한 신이 나를 살린 그대를 축복하실지어다.” 난 “진실로 신은 지혜롭다.”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이야기에서 신에게 반하는 진(아라비아신화에 뿌리를 둔 초자연적 존재, 자연의 정령. 선한 면과 악한 면이 동시에 있다.)이 아니라 신을 믿는 선한 사람이라고 보여주는 것이다. ---p.74~75 열네 살, 아지즈는 무척 아름다웠다.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는 어려웠다. 당시 소녀들은 집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년들은 누구에게 가야 할지 몰랐다. 여기에서 ‘간다’는 것은 소녀의 집으로 찾아가서 소녀의 부모에게 딸에게 구혼해도 되는지 묻는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구혼’이라는 것은 응접실에 소녀와 앉아 이야기하며 결혼하고 싶은지 알아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엄마들이 작전을 세웠다. 공중목욕탕에서 예쁜 소녀들을 찾아낸 후 아들에게 그 집으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또는, 남자 형제를 눈여겨보았다. 남자 형제들이 부드럽고 윤기 나는 머리털에 볼이 탐스럽고 눈이 예쁘면 여자 형제도 그러하리라 짐작했다. 그래서 그런 소녀들에게는 구혼자가 많았다. 하지만 남자 형제가 털북숭이 멧돼지 같고 침을 많이 뱉는 데다 코가 큼지막하면 사람들은 그런 얼굴의 소녀를 상상했고, 그런 소녀에게는 책을 읽을 시간이 아주 많았다. 그런 남자들 별명은 ‘누이 망치는 자’였다. 카라즈로 가는 마차에 탄 아지즈에게는 이 어떤 것도 없었다. 아지즈의 명성을 돕거나 망칠 남자 형제도, 공중목욕탕에서 아지즈를 위해 살필 엄마도, 든든하게 문 앞에 버티고 서있을 아빠도 없었다. 아지즈는 아름다웠고 혼자였다. 이야기가 정확히 어떻게 흘러가는지 나는 모른다. 페르시아 사랑 이야기가 전부 비극일 뿐이다. 사랑을 설명하려면 당신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첫 번째는 호스로와 시린의 신화다. 두 번째는 아지즈와 아지즈 남편의 전설이다. 세 번째는 내가 엄지를 부러뜨린 역사다. 그것도 엄마 교회에서. ---p.108~109 이 이야기를 믿고 싶지 않다면, 누나가 그냥 엘리 할머니처럼 되고 싶었다거나 엄마를 괴롭히고 싶었다고 치면 된다. 둘 다 사실이다. 또는 꿈을 꾸고 있었다거나. 손가락 때문에 먹은 진통제가 누나 뇌를 이상하게 만들었다거나. 기적은 쉽게 설명된다. 당신이 믿는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 순간 시마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시마는 우리 엄마 이름이다. 엄마는 내키지 않았는데도 영국까지 와서 엘리 할머니, 또는 사나즈의 개종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이 영국에 도착했을 때 어떤 교회가 두 사람을 환영해 주었고, 그래서 기독교인이 되었다. 당시 시마는 독실한 시아파 이슬람교도였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이거 아는가? 당신은 이 이야기에 준비가 안 됐다. 뭐랄까, 일단 시마가 알고 있는 이슬람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역사를 영국에서 시마가 기독교를 접하며 겪은 경험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두 종교가 공유하는 진리와 현실에 대한 주장을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부분에서는 대체로 무시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같은 것을 보면서도 무너진 마음을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각기 다르게 결론을 내는 이유다. 무너진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우리 삶에서 하도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그 고통을 느끼지조차 못한다. 아예 무감각해졌다. 지속되기 때문이다. 지루할 만큼 사실이다. 실은 우리 뇌가 두려운 나머지 우리 가슴속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그런 이유로 모두가 TV에 정신을 판 채 누구 하나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무너진 우리 마음이라는 문제. 하지만 우리는 곧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니 독자여, 단단히 각오하시라. 일단 지금은 당신 기분을 나아지게 할 똥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도 최소한 주의는 분산될 거다. ---p.232~234 |
|
이것은 전설이 아닌, 기어이 살아남은 나의 이야기다!
오클라호마의 한 중학교 교실 맨 앞줄에서 모두가 ‘대니얼’이라고 부르는 호스로가 일어나 애써 이야기한다. 자기 이야기다. 하지만 누구도 호스로의 말을 믿지 않는다. 단 한마디도. 아이들에게 호스로는 피부색이 어둡고 팔이 털로 북슬거리고 엉덩이가 펑퍼짐한 데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도시락을 싸 오며 거짓말투성이인 이야기를 지어내고 똥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하는 아이다. 하지만 호스로와 누나 그리고 두 남매의 어머니가 한밤중에 이란에서 탈출하던 순간에서 수십 년, 수백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재스민 향기의 도시 이스파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의 이야기, 태곳적 왕이나 다름없는 남자의 성, 신화와 전설의 땅으로 뻗어나가는 호스로의 이야기는 아름답다.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학교 버스와 호스로 가족의 과거를 오간다. 학교 버스에는 종이 클립 미사일과 입으로 씹어 뭉친 종이로 무장한 아이들이 탔고, 호스로의 가족은 페이스트리를 먹으며 흐느끼고 귀하디귀한 보석으로 짠 양탄자를 딛는다. 적대감으로 가득한 교실에서 대니얼 나예리는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처럼 살아남으려고, 진실을 지키려고 이야기를 엮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실화다. 천년의 억압을 끊고 비상한 한 가족의 위대한 존엄 이 눈부신 서사의 중심에는 천년을 짓누른 오래된 제국의 율법과 억압을 스스로 끊어내고, 기어이 낯선 세계로 몸을 던진 어머니의 위대한 존엄이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종교적 암살 위협과 가난, 뼈아픈 상실이라는 잿빛 현실 속에서도 결코 무릎을 꿇지 않았던 한 가족의 결연한 탈출기는, 그 자체로 낡은 굴레를 찢고 비상하는 해방의 서사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가장 낮은 곳에서, 역설적으로 ‘진정한 자유’라는 찬란한 우주를 창조해 낸 이들의 궤적은,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 인간의 의지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망명기로 전 세계 독자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일으켰다. 비극의 잿더미 위에 피어난 눈비신 문학적 구원 『슬픔은 다 거짓이야』는 조각난 기억의 파편을 주워 모아 가장 눈부신 현실로 직조해 낸 한 인간의 경이로운 증명이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냄새나는 난민 소년의 슬픈 넋두리는, 페이지를 거듭할수록 감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압도적 질감의 문학으로 승화한다. 슬픔의 맨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유쾌한 농담들이 우리의 심장을 관통할 때, 독자들은 문학이 삶의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꿰매어 완벽한 구원으로 이끄는지 목도하게 될 것이다. 낡은 역사의 사슬을 벗어던지고, 기어이 자신만의 신화를 써 내려간 대니얼 나예리의 이 기적 같은 목소리에, 이제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
|
당신이 지금까지 앍었거나, 앞으로 읽게 될 그 어떤 책보다 강렬하다! - 린다 수 박 (한국계 최초 뉴베리상 수상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