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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_ 러브레터를 쓰는 시간
잘못 재생된 음악 빛의 커튼 때 이른 에필로그 침묵의 보호 843번에 있어야 할 것 『걷거나 가라앉기』 가라앉기 빗방울 속의 세계 돼지 분류학자 혹은 예언자 빈 초소 제대로 재생된 음악 『걷거나 가라앉기』 우연과 호의 뒤늦은 프롤로그 마음 세 번째 헤어드라이어 심사평_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문학을 증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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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 없는 실종이 일상이 된 세계,
상실의 시대를 걷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공감의 메시지 제6회 넥서스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이태희 작가의 『내가 없는 세계』는 타인의 부재가 남긴 상흔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어루만지는 웰메이드 소설이다. 또한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지능적으로 무너뜨리는 독창적인 메타픽션이다. 주인공 민정은 사라진 룸메이트 은서의 방에서 영수증 하나를 발견하는데, 그 영수증에 적힌 소설책 『걷거나 가라앉기』가 돌연 자취를 감춘 옛 연인 경현의 원룸 책상 위에서 발견된다. 이 책을 매개로 인물들의 운명이 거미줄처럼 얽히기 시작한다. 이 가상의 소설 내용이 본문 중간중간 교차 삽입되며, 독자는 민정과 함께 환상과 현실이 혼재된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특히 인물들이 나누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나 테베의 예언자 오이디푸스에 대한 철학적인 논쟁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선 깊은 지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모든 것이 이미 쓰인 책처럼 정해진 운명이라 할지라도, 그 결말을 결정짓는 것은 무효가 되지 않으며 결국 묵묵히 걷기를 선택하는 인간의 의지라는 작가의 통찰이 빛난다. 또한 경현의 군대 후임 문성훈은 “이야기가 있어야만 비로소 실제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는 파격적인 가설을 제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군부대의 비밀스러운 공간인 ‘저수지’의 진실을 찾는 성훈, 적막한 스피크이지 바에서 음악으로 도피한 규진 등 인물들이 나누는 담담한 대화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설 속 인물이 또 다른 소설을 읽고, 그 소설의 내용이 다시 현실의 실종 사건인 ‘걸어나가는’ 현상과 정교하게 맞물리는 구조는 독자들에게 한 편의 지적인 퍼즐을 맞추는 듯한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주인공 민정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각자의 상처와 고립 속에서도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비로소 삶의 다음 페이지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불가항력적인 운명 앞에서도 완전히 가라앉기를 거부하고 뚜벅뚜벅 자신의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민정의 여정은, 지금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구원의 메시지가 되어줄 것이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빈틈없는 서사로 무장한 이 책은 미스터리, 철학, 감성 서사를 모두 만족시키는 잊지 못할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