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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어쩌다 반도체만 36년 1장 13등, 삼성에 들어가기 딱 좋은 등수 2장 반도체 팹에서 일하는 수많은 황유미 3장 반도체 정글에서 살아남기 2부 모두를 위한 반도체 생기초반 1장 반도체와 반도체 소자 2장 집적회로가 탄생하기까지의 여정 3장 컴퓨터를 열면 보이는 반도체 세상 4장 빛을 만드는 반도체: 밤을 낮으로 바꾼 LED 5장 주머니 속의 슈퍼컴퓨터: 스마트폰과 AP 6장 디지털로 빛을 박제한다: 카메라용 반도체 7장 만물과 대화하는 반도체: IoT의 세계 8장 팹 안에서 펼쳐지는 8대 공정 3부 반도체 산업을 보는 새로운 시각 1장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역할 2장 한국이 압도적 1위, AI의 핵심: 메모리 반도체 3장 천재들의 설계와 거인들의 전쟁: 시스템 반도체 4장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극한의 나노 공정 5장 깊고 넓은 반도체의 숲: 소부장 생태계 6장 전략 자산을 확보하라: 칩스법과 팹 리쇼어링 7장 중국 반도체의 추격과 미국의 딜레마 8장 반도체 생태계의 숨은 지배자: 일본의 소부장 9장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절대 군주: 대만의 TSMC 10장 싱가포르가 반도체 허브가 된 이유 11장 숨은 맹주 말레이시아와 동양의 실리콘밸리 12장 AI 혁명과 반도체 산업의 대격변 13장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우리도 따라해야 하나 4부 K-반도체 서바이벌 전략: 호남 RE100 반도체 산단 1장 해외 반도체 강국들의 입지 전략 2장 팹은 원래 수도권에서 먼 곳에 짓는 게 원칙 3장 잦은 사고에도 오히려 느슨해지는 안전 규제 4장 ‘남방한계선’이라는 고약하고 이기적인 조어 5장 재생에너지가 없으면 반도체의 미래도 없다 6장 애플의 ‘진심’, RE100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다 7장 재생에너지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8장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응하는 선진 기업 전략 9장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재생에너지 전환율 10장 RE100 vs CFE, 무엇이 문제인가 11장 슈퍼 을 ASML이 한국에 공장을 못 짓는 이유 12장 지역 균형 발전, 헌법이 정한 국가의 의무 13장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한 제언 에필로그 알아두면 좋을 반도체 용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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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연합고사를 준비하던 제게 아버지는 불쑥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니, 우리 집 사정 알재? 대학은 못 보낸다. 그냥 실업계 가서 학교 졸업하고 후딱 취직해가 집에 돈 좀 보태라.” 부산 토박이셨던 아버지는 툭, 그 한마디만 던지시고는 방을 나가버리셨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_1부 1장 | 13등, 삼성에 들어가기 딱 좋은 등수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1지망에 ‘자연농원’, 2지망에 ‘제일제당’, 그리고 3지망에 ‘삼성전자’를 썼습니다. 태어나서 놀이공원이라는 별천지를 처음 가본 열여덟 청년의 눈에 자연농원의 화려함은 이미 넋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고, 제일제당은 점심시간에 나온 구내식당 밥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기 때문입니다. 3지망의 삼성전자는 그저 칸을 채우기 위해 무심코 적은 예비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제 발령지에는 놀이기구도 설탕도 아닌 ‘삼성전자’가 떡하니 적혀 있었습니다. _1부 3장 | 반도체 정글에서 살아남기 반도체 제조의 핵심 원리는 거대한 판화 작업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밑그림을 그리고, 필요 없는 부분을 정밀하게 깎아내며, 필요한 성질의 물질을 채워넣는 과정의 연속이죠. 다만 종이에 한 번 찍으면 끝나는 미술 판화와 달리, 반도체는 이 과정을 수십 번에서 많게는 백 번 이상 겹겹이 쌓아 올립니다.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회로들이 아파트 층수처럼 입체적으로 쌓이면서 비로소 하나의 복잡한 고성능 IC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_2부 8장 | 팹 안에서 펼쳐지는 8대 공정 반도체 제조의 꽃이라 불리는 노광 공정입니다. 웨이퍼 위에 빛에 반응하는 화학 물질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을 얇게 바른 뒤, 설계된 회로 도안이 그려진 유리기판(마스크)을 올리고 강력한 빛을 쏘아줍니다. 최근에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 EUV 노광 장비를 사용하여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일에 달하는 초미세 회로 선폭을 도화지에 정확히 인쇄해 냅니다. _2부 8장 | 팹 안에서 펼쳐지는 8대 공정 밤낮없이 팹을 돌리며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해 내는 수많은 엔지니어와 작업자들의 땀방울이 회로 사이에 켜켜이 박혀 있습니다. 기술의 화려한 숫자 이면에 존재하는 치열한 생산의 현장과 인간의 노동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손위의 작은 반도체를 온전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_2부 8장 | 팹 안에서 펼쳐지는 8대 공정 설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혼자 다 하는 기업을 IDM이라고 부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인텔이 대표적입니다. 식당으로 치면 직접 텃밭에서 재료를 기르고, 레시피를 개발하고, 주방에서 요리까지 해서 손님상에 내놓는 셈입니다. […] “나는 천재적인 레시피(설계도)만 그릴 테니, 요리(생산)는 남에게 돈을 주고 맡기자!” 이렇게 공장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탄생했는데, 이를 팹리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팹리스들이 가져온 설계도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주는 위탁생산 전문 기업을 파운드리라고 부릅니다. _3부 1장 |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역할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규격화된 표준 제품을 붕어빵 찍어내듯 대량 생산해야 합니다. 따라서 미세하게 회로를 깎아내는 제조 기술력과 조 단위의 자금을 망설임 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막대한 자본력이 승패를 가릅니다. 현재 이 시장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_3부 2장 | 한국이 압도적 1위, AI의 핵심: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칩까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반도체 제품 10개 중 1개 이상은 반드시 이 나라를 거쳐 갑니다. 우리에게는 쿠알라룸푸르의 쌍둥이 빌딩이나 페낭의 아름다운 해변 같은 휴양지로 더 친숙한 나라, 바로 말레이시아입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면 한국, 대만, 미국, 일본을 먼저 떠올리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숨은 실세이자 세계 5위권의 반도체 수출국이 바로 말레이시아입니다. _3부 10장 | 싱가포르가 반도체 허브가 된 이유 지방에 팹을 지으면 인재가 오지 않는다는 주장은 철저하게 인과관계가 뒤바뀐 억지입니다. 국가가 모든 인프라와 양질의 일자리를 수도권에만 몰아주니, 인재들이 고향을 등지고 꾸역꾸역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고, 수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인생의 추락'으로 여기게 된 것뿐입니다. […] 국가가 전략적으로 결단하고, 그에 걸맞은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를 과감하게 함께 조성한다면 인재는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모여듭니다. _4부 4장 | ‘남방한계선’이라는 고약하고 이기적인 조어 RE100은 국제 협약도 아니고 강제성 없는 자발적 캠페인이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무시무시한 구속력을 갖습니다. 2022년 10월,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에 '애플, 글로벌 공급망에 2030년까지 탈탄소화 촉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올렸습니다. 핵심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물건을 만들지 않는 회사와는 앞으로 아무것도 거래하지 않겠다.” _4부 6장 | 애플의 '진심', RE100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다 이 책의 원고를 마무리하는 즈음인 2026년 6월 29일,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를 통해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국가적 결단을 대내외에 공포했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특별과외〉 연재를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제조 시설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호남 RE100 반도체 산단’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입장에서 무척 반갑고 가슴 뛰는 소식입니다. _4부 13장 |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한 제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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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명과 패권 전쟁, 이제 반도체는 교양이다
친절하고 명쾌하게 쓴, 가장 쉬운 반도체 입문서 AI 혁명은 전자제품의 부속품이었던 반도체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반도체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실적과 주가에 모두가 주목한다. 하지만 이 책은 특정 회사의 유망성을 다루는 투자서도, 난해한 기술을 소개하는 전문서도 아니다. 반도체 뉴스를 볼 때 스스로 행간과 맥락을 읽어낼 수 있도록 돕는, 교양으로서의 반도체 산업 입문서다. 책은 저자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로 첫 문을 연다. 36년 경력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국내 반도체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회사의 현장감까지 느낄 수 있다. 복잡한 공정과 생태계는 친근한 비유로 풀어냈다. 저자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원리를 ‘판화 작업’에 비유한다. 밑그림을 그리고, 깎아내고, 채워 넣는 과정을 반복해 나노미터 단위 회로를 아파트 층수처럼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책은 이를 웨이퍼 제작부터 테스트까지 이어지는 ‘8대 공정’으로 정돈하여 팹 내부의 실체를 한눈에 그려 보여준다. 책은 팹 바깥의 글로벌 산업 지형도도 다룬다. 설계와 생산을 겸하는 종합 제조(IDM), 설계 전문 팹리스, 위탁생산 파운드리, 후공정 OSAT 등 4대 축의 관계를 정리한 뒤 메모리의 한국, 설계의 미국, 추격하는 중국, 소부장의 일본, 파운드리 1위 대만, 동남아 허브 싱가포르·말레이시아까지 국가별 위상을 조망한다. 공정 지도와 산업 지형도를 겹쳐 볼 때 비로소 뉴스 속 ‘수율’이나 ‘나노 공정’, 삼성전자와 TSMC의 경쟁,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동맹 구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36년 차 엔지니어가 들려주는 반도체 산업의 생생한 현장 스토리 종합 제조부터 위탁생산, 패키징,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기업까지 저자의 전문성은 36년간 팹 현장에서 쌓아 올린 실물 감각에서 나온다. 1988년 삼성전자 기흥 3라인을 시작으로 모토로라, DB하이텍,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싱가포르 현장까지 두루 거치며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시스템 반도체 전 단계를 망라했다. 전 공정을 몸소 통과했기에 특정 기업이나 기술에 편중되지 않고 산업 전체의 톱니바퀴를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안목을 갖추었다. 동시에 저자는 2000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800여 편의 리포트를 써온 저널리스트다. 특히 저자는 ‘먼지 하나 없는 청정 공간’이라는 이미지 이면에 가려진 팹 내부의 유독가스, 유해 화학물질, 폐수 리스크 등 노동 현장의 실체를 직시한다. 반도체 팹은 첨단 시설인 동시에 주거지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하는 ‘위험 시설’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산업의 성장에 가려졌던 안전과 노동의 가치를 되살려낸다. 현장 베테랑의 시선은 수도권 일극체제의 구조적 리스크 폭로로 이어진다. 전력 수급 난제와 공업용수 부족, 남방한계선이라는 오만한 성역을 비판하며 호남권 RE100 산단 중심의 ‘전략적 분산 배치’만이 K-반도체의 생존 카드임을 일찌감치 강조해 왔다. 그리고 지난 2026년 6월, 정부가 발표한 팹의 호남 이전 및 800조 원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저자의 선제적 제언이 마침내 국가적 정책 현실로 입증된 순간이었다. 팹 내부자의 매서운 감각과 외부 관찰자의 정교한 눈이 결합했기에 가능했던 통찰이다. 반도체 생태계를 이해하는 순간 뉴스가 읽히고 판이 보인다 지금 우리가 가장 궁금한 K-반도체의 핵심 이슈를 담다 생태계를 이해하면 무심코 지나쳤던 뉴스의 퍼즐 조각이 맞춰진다. 미국은 왜 자국으로 팹을 유치하며 보조금을 줄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과 CFE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책은 단순한 정책 비평을 넘어 글로벌 무역 장벽으로 떠오른 에너지 전쟁의 냉혹한 규칙을 파헤친다. 애플·구글 등 글로벌 공급망이 필수 조건으로 내건 RE100 미달성은 국내 기업에 곧 매출과 공급망 리스크다. 저자는 재생에너지 조달이 불가능한 수도권 팹의 한계를 짚고, 해상풍력과 태양광 잠재력이 풍부한 호남이 유일한 대안임을 입증한다. 이는 TSMC나 인텔 등 글로벌 패권 기업들이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안보를 위해 전 세계로 팹을 흩뿌리는 ‘글로벌 분산 배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아울러 현장 교육을 통한 인력 양성 가능성을 제시하며 ‘인재가 없어서 지방에 못 간다’는 프레임을 깨부수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명분으로 제시한다. 나아가 저자는 출간 인세의 90%를 어린이 교양지 후원에 기부함으로써, 산업의 결실을 다음 세대와 지역의 몫으로 돌리자는 주장을 출간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했다. 이 책은 K-반도체가 나아갈 생존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정교한 정책 비평서이자 최고의 교양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