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 글
날씨의 독자들에게 [1] 첫 번째 암 KBS 기상캐스터 오수진입니다 낯선 시간의 시작 외계인의 마음 크리스마스 이브의 생방송 내 비밀의 이유 완치라는 착각 [2] 심장병과 심장이식 죽음의 조짐들 중환자실의 예비신부 아빠, 나 이제 그만하고 싶어 응급도 0순위 서른세 살의 걸음마 두 번째 심장의 자격 동그란 얼굴의 기상캐스터 생명의 역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내 심장은 어디에서 왔을까 유리병 편지 마스크 너머의 얼굴들 [3] 두 번째 암 재수 없는 하루 호떡 하나의 힘 난 기적이 아닌 걸까? 아침 7시의 친구들 사랑에는 오답이 없으니까요 살아가려는 용기 밥 한 끼 드릴게요 두 번째 심장이 내게 가르쳐준 것 맺는 글 평화를 빕니다 |
|
내 몸은 점점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의식이 흐려졌고, 정신을 놓으니 몸도 따라 포기하게 됐다.
‘아, 나는 이제 나갈 수 없겠구나.’ 그때 알았다. 희망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걸. 희망을 버리자 나는 살아갈 이유를 잃었다. 마음이 무너지자 몸도 따라 무너졌다. ---「중환자실의 예비신부」 중에서 그런데 그렇게 이틀이 흘렀을 때, 놀랍게도, 공여받을 심장이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고, 그 사람의 심장이 내게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수술실로 향했다.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 심장을 떼어내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심장을 가슴에 넣었다. 이식된 심장은 조금씩 피를 돌리기 시작했다. 멈춰 있던 장기들이 하나씩 반응했고, 기계 없이도 심장 박동이 시작되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중환자실이 아닌 하얀 무균실에 있었다. 천장의 형광등이 지나치게 눈부셔서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몸은 굳어서 손가락 하나 꿈쩍할 수 없었고, 숨을 내쉴 때마다 목 안쪽에서 낮고 거친 소리가 났다. 간호사 선생님은 내 의식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더니 곧장 나갔다. 잠시 후, 일회용 가운을 입은 한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였다. “수진아, 수술 잘 됐대. 우리 딸 너무 고생 많았어. 너무 고생 많았어.” 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렸고,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내가 아주 미약하게나마 손을 움직여 응답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 손이 따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것이 내 두 번째 삶의 첫 장면이었다. ---「서른세 살의 걸음마」 중에서 죽음을 생각하게 된 이후로 나는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선택해본다. 조금 더 웃어보는 쪽을, 조금 더 따듯하게 바라보는 쪽을, 이 시간을 조금 더 오래 느껴보는 쪽을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심장은 분명히 뛰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두 번째 심장이 내게 가르쳐준 것」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