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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 2부 |
朴興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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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풀무질과 담금질을 통해 빚어낸 걸작,
마침내 일생 최고의 검을 만난 어느 장인의 이야기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내 파란 세이버》 《호두나무 왼쪽 길로》 등 작가정신이 살아 있는 작품들로 국내와 해외에서 두루 두터운 팬을 확보한 박흥용. 작가주의 만화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그가 1992년 〈국민일보〉에 연재했던 작품 《검》이 연재 20주년을 맞아 재출간되었다. 예수 시대 유대 땅을 배경으로, 검에 사로잡힌 한 대장장이의 고통스럽고 집요한 추구를 보여주면서 생존과 자유, 진리와 구원의 문제를 그려낸 이 작품은 연재되는 6개월 내내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들으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후 어느 무명 출판사를 통해 단행본으로 엮여 나왔다가 곧 절판되었는데, 복간을 바라는 독자들의 숙원에 부응하여 이번에 본문을 새로 조판해 가독성을 높이고, 작가가 손수 시원하게 칸을 재배치하고 색을 입혀 올컬러로 다시 펴냈다. 주인공 야이로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 작품은 예수와, 같은 또래 대장장이의 만남이라는 흥미로운 설정과 숨 가쁜 진행, 작가 특유의 주옥같은 대사가 어우러진, 기독교 만화로서는 보기 드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서 가혹한 운명과 싸우며 검 제작에 매달려온 주인공의 방황과 고뇌, 그리고 이것이 해소되는 과정을 통해 복음적 메시지를 오롯이 담아냈다. 이번에 포이에마에서 20주년 기념판으로 펴내는 이 작품은 수준 높은 기독교 만화를 고대해온 기독교인들과 작가의 절판된 초기작들을 다시 보기 원하던 팬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줄거리] 로마 식민지 통치 시기의 유대 땅, 뛰어난 검 제작 명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대장장이의 재능과 운명을 타고난 야이로는 오로지 직검 하나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윤리와 민족의식조차 내팽개칠 정도로, 자신의 전 존재를 검을 만드는 데 내걸고서 오로지 검에 외골수로 파고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날 야이로는 그를 ‘땅의 검을 만드는 자’라고 부르는 예수를 만나면서 삶이 뿌리부터 흔들린다. 게다가 스스로를 ‘하늘의 검’이라 칭하던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면서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로마 천부장과의 약속을 어긴 죄로 야이로 자신도 처형될 위기에 처하는데... 《검》, 기독교 만화의 역사를 새로 쓰다 성경 이야기 또는 교리를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해설하는 책이나 아동물, 카툰 묵상집만 눈에 띌 뿐, 시중에서는 작품성 있는 기독교 만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검》은 신문 연재에 따른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다소 거친 대목이 남아 있고, 아직 작가의 테크닉이 절정에 이르기 전의 작품임에도 스토리와 작화, 표현 기법, 문학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의문의 여지없이 한국 기독교 만화 역사를 새로 쓴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 기독교 만화의 지평을 넓힌 작품이다. 작가가 회심 이후 수년간 성경 연구에 매달린 끝에 완성한 작품답게 성경 배경에 대한 치밀한 이해도 돋보인다. 일단 기독교적인 배경이 없는 일반 독자도 거부감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전도용 선물로도 좋다.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온 문제작 《검》은 연재 당시부터 비난과 찬사라는 극단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애초 주인공 대장장이의 이름을 당시로서는 흔한 이름이던 ‘예수’로 하려 했으나 보수적인 독자들의 정서를 의식한 신문사 데스크의 주장에 따라 ‘야이로’로 이름이 바뀌었다. 야금술의 비법을 터득하기 위해 연금술사를 찾아간 주인공이 연금술사 아내의 유혹에 넘어가는 대목에서는 어떻게 기독교 만화에 이런 장면을 삽입할 수 있느냐는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연재를 마친 뒤에는 이름 없는 출판사에서 다소 조악하게 출판되었다가 금세 절판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원화도 사라져버려 이번 《검》의 재출간 작업을 위해서는 기존 책을 스캔한 파일을 가지고 그림을 복원, 채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박흥용의 만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 《검》은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단초가 된다. 데뷔 이후 여러 매체에 주로 중단편을 발표하는 사이사이 이따금 장편 만화를 출간하며 이름을 알려가던 작가에게 《검》은 본격적인 장편 서사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후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 배경으로서 자리하게 될 기독교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30대 초반의 작품답게 열정과 굵은 선이 살아 있으면서도 기존의 작품에서 시도하던 파격과 실험을 고수하는 대신 보다 안정적인 화면 구성을 채택했다. 한편, 주로 꿈속 대화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나타나는 초현실주의적 기법은 이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같은 주요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그 밖에도 검객이냐 대장장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견자’와 《검》의 ‘야이로’가 처한 상황과 인물의 성격 등, 눈 밝은 독자라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이 작품의 유사점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