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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의 말
Free Talk 방울이와 깐돌이 길 위에서 문학 앞에서 사진첩 방명록 |
Kim Young-Ha,金英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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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양이 화장실을 사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반투명 뚜껑이 달린, 에스키모 이글루 비슷한 걸 샀다. 고양이가 들어가 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좋은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좋은 것을 샀다. 나도 들어가 놀고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좋았다. 인간도 날마다 모래밭에서 볼일을 본다면 참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러고 누가 치워주기까지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문득 고양이가 부러웠다. 딱 하나만 잘하면 되는 인생이라니. 갑자기 고등학교때 체육 선생이 생각났다. "사람은 뭐든 딱 하나만 잘하면 된다 이기야. 싸움이면 싸움, 공부면 공부, 연애면 연애." 그렇지만 그 선생은 아무 것도 잘하는 게 없었다.
--- p.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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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사이에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우연히(반드시 우연이라야 한다) 서점에서 자기 책을 사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책이 대박이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껏 단 한번도 그런 행운을 경험해보질 못했다.
단지 딱 한번, 신촌의 어느 서점에서 거의 그럴 뻔했던 적은 있었다. 한 여성이, 물론 무척 아름답고 지적인 풍모를 지닌 분이셨는데, 신중하게 내 책을 집어 들고 한참을 뒤적이더니 그것을 들고 계산대로 가는 것이었다. 나는 안 보는 척하면서 곁눈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좇았다. 그녀는 또각또각 계산대로 걸어가면서 핸드백에서 갈색 가죽 지갑을 꺼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평생 책이라고는 단 한 권도 안 읽을 것같이 생긴, 산적이나 소도둑 역을 맡으면 딱 좋을 것같이 생긴 무뢰한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는 그녀가 사려던 내 책을 빼앗아 일별하더니, "골치 아프게 이런 건 뭐 하러 사냐? 돈이 남아도냐?"고 말하고는 그 책을 아무 매대에나 던져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낚아채 서점 밖으로 휭하니 나가버렸다. 나는 그 둘이 어서 헤어지기를, 진심을 다해 기원했다. 꼭 책을 못 팔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ㅜ.ㅜ --- p.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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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 지상(紙上)의 거처, ‘랄랄라 하우스’
올해로 등단 10년째를 맞이하는 김영하의 열번째 작품집 『랄랄라 하우스』가 나왔다. 『굴비 낚시』(2000)『포스트잇』(2002)『김영하 ? 이우일의 영화이야기』(2003)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지금까지 나온 책 중에서 가장 발랄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은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한국 대표작가임에도 늘 ‘신세대 작가’로 불리는 김영하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준다. 『랄랄라 하우스』는 ‘책’이다. 그러나 또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집’이기도 하다. 책의 서두에는 ‘책머리에’ 대신 ‘집주인의 말’이 실려 있다. 작가는 마치 집들이를 하는 집주인처럼 친근하고 살뜰하게 독자들을 초대한다. 김영하는 ‘집주인의 말’에서 자신을 “늘 무언가를 흥얼거리는 사람”으로 소개한다. 집이든 거리든 차에서든 그냥 뭔가를 노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가사가 생각나지 않으면 “랄랄라…”로 떼우기도 한다. 가사가 영영 생각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작가는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음악처럼, 삶의 어떤 부분들은 그냥 ‘랄랄라’들로 처리되어도 되지 않겠는가” 하고 말한다.『랄랄라 하우스』에는 바로 이 즐거운 일상의 반란들이 모여 있다.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미니 홈피의 양식을 따온 이 책은 free talk, 사진첩, 방명록 이상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책에 실린 글과 그림, 사진 모두 작가가 담당했다. 일상 감각과 문학에 대한 생각, 독자들과의 소통 흔적들을 마치 친구의 미니홈피에 들린 듯 친근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 책(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책)은 친구집에 놀러 가서 친구가 올 때까지 남의 방에서 뒹굴면서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기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졸업앨범도 들춰보고, 재밌는 책이 있으면 한 권 슬쩍하기도 하고, 일기장도 훔쳐보는 그런 재미, 이 책에서 얻으셨으면 좋겠다”(7p)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는 독자와 어떻게 만나는가. - ‘미니홈피’ 그리고 ‘낭독 프리미어’ 김영하는 등단 초기부터 ‘소통’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10년 전, PC통신 동호회에서 활동했고, 초기작「호출」에서 삐삐를 소재로 관계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았던 작가는 어느덧 세월을 훌쩍 지나 인터넷과 핸드폰 문자, 미니 홈피로 소통하는 오늘을 살고 있다. 김영하는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있다. 한때 운영하던 개인 홈페이지를 폐쇄한 적이 있었기에 종종 “김영하 님도 미니 홈피를 하시는군요?”라는, 의외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 사실 작가가 미니 홈피를 운영한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가까운 지인들끼리 소통하고 학생들의 과제물과 질문을 받는 정도였지만 (김영하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다) 요즘은 독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기고글, 작품 구상을 위해 떠난 여행 사진, 작가가 기르는 고양이 이야기까지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작가의 근황들이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랄랄라 하우스』는 작가의 글과 독자들의 리플, 사진과 방명록 등 미니홈피에서 일어난 역동적인 소통의 감각들을 종이책 위에 살려내고자 했다. 콘텐츠뿐 아니라 소통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옮기려 했다는 점에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단순히 종이책으로 펴내는 유행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독자들을 향한 작가의 육성뿐 아니라 작가와 독자의 대화이자 공동작업이라는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 독자들의 리플은 모두 이니셜로 처리되었으며, 책 출간 전 작가가 직접 독자들의 허락을 구했다. 책 출간을 기회로 또 한번 독자들과 만남이 이루어진 셈이다. 김영하는 책 출간에 맞춰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다. 작가가 자신의 신간을 독자들 앞에서 직접 낭독하고 질문도 받는, 이름하여 ‘낭독 프리미어’다. “영화에 시사회가 있다면 책에는 낭독 프리미어가 있다”는 캐치프레이즈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자리에 참석하는 독자들은 누구보다 먼저 신작을 경험하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낭독회가 일반적인 해외 여러 나라들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작가-독자와의 만남이 강연회나 사인회 등에 한정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 기획은 출판계에서 새로운 ‘낭독의 문화’가 꽃필 수 있을 것인지를 시험하는 가늠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