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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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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 : 사람의 명예는 소의 명예가 아니야
사람은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켄타우로스는 어른이 되어 웃고 있어 켄타우로스는 알몸으로 뛰쳐나갔어, 진짜 세상으로 풀을 뜯고, 달리고, 외치고, 술 마시고, 취하고 갑자기 나타난 다른 켄타우로스, 처음 봤네 우리 서로 부둥켜안고 하나가 되어 함께 호흡하자 이대로 먹고 먹혀도 괜찮아 우린 인간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아 켄타우로스랑 고기를 씹고 씹히고 삼키고 삼켜지면서 하아 하아 하아 지금이 가장 살아 있는 순간 진짜 세상, 진짜 세상 켄타우로스는 큰 목소리로 웃고 또 웃고 있어 그때 세상의 반대편 식탁에서 누군가도 큰 목소리로 웃고 있네 고기를 굽고 우유를 마시면서 즐거워도 슬퍼도 맛있어도 맛없어도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아침에도 밤에도 웃고 또 웃고 있어 아하하 아하하 --- p.120-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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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몸, 통제되는 본능
그리스 비극의 파격적 변주를 통해 통찰하는 현대 사회의 성, 번식, 그리고 소비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초연되어 일본 연극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제64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수상한 이치하라 사토코의 대표작이다. 고대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을 바탕으로 효율과 생산성을 위해 번식과 출산, 성이 철저히 통제되는 젖소의 삶을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 존재와 기묘하게 포개어 놓는다. 이야기는 한 평범한 주부가 저녁 식사로 야키니쿠를 준비하며 관객에게 고백하는 담담한 회고로 시작된다. 한때 가축인공수정사였던 그녀는 일탈을 위해 찾은 해프닝 바에서의 경험 이후 인터넷으로 구매한 인간의 정자를 암소의 자궁에 주입하는 기괴한 시도를 한다. 그 결과 태어난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황소인 ‘수인(獸人)’은 사회적 규범에 길들여지지 않은 노골적인 본능 자체를 상징한다. 작가는 ‘본능(야수)’과 ‘규범(가축)’ 사이에서 분열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이케아 쇼룸 같은 거실, 해프닝 바, 여성들만의 목장이라는 극단적 공간을 오가며 파격적인 우화로 그려낸다. 남성 중심적 시선과 자본의 논리에 포획된 일상, 그리고 거세된 반려견의 시선까지 더해지며 극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서늘한 유머를 자아낸다. 특히 전 출연진을 여성 배우로 구성하고,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를 ‘암소들의 영혼’으로 치환하는 등 고전적 형식을 비틀어 현대적인 신체 감각을 불어넣었다. 제도 바깥에 순수한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음을 서늘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는 과연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역할을 부여받은 채 소비되고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직면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