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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동지(冬至), 청계천에서 잇따라 자살하다 소한(小寒), 의문의 손님, 창덕궁에 초대받다 입춘(立春), 눈꽃마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청명(淸明), 광통방에서 요괴가 탄생하다 닫는 글 한성요괴상점 요괴 화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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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와 사람이 세계를 겹쳐 쓰니 조선 팔도에 요괴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사건을 의뢰하는 자가 생기고, 해결하는 자가 나타났다. 전문적인 해결사를 요괴 사냥꾼, 엽괴(獵怪)라고 불렀다. 공덕을 쌓은 스님이나 도력이 높은 도사, 신력이 센 무당도 이 일에 발을 담갔다.
---p.8 수동이 누비두루마기 자락을 크게 펄럭이며 상체를 수표교 난간 밖으로 뺐다. 그러고는 고개를 아래로 숙여 다리 밑의 어둠을 살폈다. 저 끝에서 벌거벗은 늙은 요괴가 줄줄줄 침을 흘리며 담뱃대를 빨고 있었다. “참을 수 있겠나, 사안노귀 양반?” 사안노귀가 동그랗게 눈을 치켜떴다. ---p.27 사람들은 한성요괴상점이 풍속이 다른 이국의 물건을 거래하는 곳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이곳이야말로 조선에 하나뿐인, 요괴 일을 받아 해결하고 이물(異物)을 거래하는 상점이었다. 이물에는 다양한 능력이 있었다. 재난과 악운을 막고 행운을 불러들였다. 불행과 슬픔과 고통을 달래고 행복과 기쁨과 쾌락을 주었다. 당연히 수요가 발생했다. 특히 높은 관리와 지주와 거상들이 단골손님이었다. ---p.42 책장 난간에 앉아 있던 두 마리 향벌레가 서로 쳐다보았다. (중략) 향벌레는 좋은 향기라면 사족을 못 썼다. 만일 꽃이 폈는데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그곳에 향벌레가 많기 때문이다. 흔히 책방이나 도서관에 살아서 책벌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책 향기라면 사족을 못 쓰기 때문이다. (중략) - 우리가 보여? “응. 나 요괴 사냥꾼이야, 엽괴.” - 에구머니나! 향벌레들이 소스라쳤다. “걱정하지 마. 해치지는 않을 테니까. 요괴 사냥꾼은 나쁜 요괴를 잡는 거지, 아무 요괴나 막 잡는 건 아니니까.” ---p.177 “해서 요괴들의 주례를 본단 말이냐?” “네. 음식은 따로 부탁해뒀고, 내일은 하루 종일 주례 연습하려고요. 남의 소중한 혼례를 망칠 수는 없잖아요.” 순간 한바탕 큰 웃음이 터졌다. 셋의 모습을 지긋한 눈으로 보는 고당 선생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요괴의 세계를 넘나드는 이들이 그리고 그 젊음이 부러웠다. 하지만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역시 1년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을 기대하며 살아갈 것이었다. ---p.277 지옥의 그릇이 깨지는 듯한 기괴한 웃음소리가 보료에서 터져 나왔다. 뒤이어 웃음소리는 천장에서, 문에서, 벽에서 제각각 따로 울렸다. 수동은 방 안에서 의가작수의 기운이 빠르게 흘러 다니는 걸 느꼈다. 요기가 점점 강하게 부풀어 올랐다. (중략) 마당에 의가작수의 웃음소리가 흘러 다닌다. 방과 마루의 가구 들이 부서져나가기 시작했다. 장, 농, 반닫이, 궤, 함이 벼락을 맞은 듯 쪼개지면서 그 안의 옷가지와 버선, 책과 문서, 유기와 제기 등이 허공에 떠올라 돌풍에 휘말린 낙엽처럼 날아다닌다. ---p.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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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조선형 크리처물의 탄생!
조선 팔도에 나타난 한성요괴상점 가장 한국적인 요괴의, 요괴에 의한, 요괴를 위한 이야기 [먼저 읽은 독자들의 리뷰] 시원시원한 전개, 캐릭터의 힘이 살아 있는 작품 _가*** - 간만에 나온 순수 국산 동양 판타지물! _다음*** - 소재도 신선하고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해 친근한 느낌을 더한다 _신나*** “조선시대, 온 세상이 요괴로 들끓는다면?”이라는 발상으로 “결국 요괴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재치 있는 통찰을 이끌어내는 작품. 출간 전 애니메이션 제작 확정은 물론 카카오페이지 연재 당시 종이책 문의가 폭주한 바로 그 작품! 『한성요괴상점 : 눈꽃마을 집단 살인 사건』은 조선 팔도에 요괴들이 판을 치며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의뢰받아 해결하는 곳이 한성요괴상점이라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요괴들은 형형색색의 기괴한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등장한다. 그 모습은 범인(凡人)과 사뭇 다르지만 언행을 보면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다. 책에 등장하는 요괴들의 면면을 살피면 공통점이 보인다. 생각과 감정이 분명하다는 것. 목적이 분명하고 욕망이 분명하다는 것. 자신이 원하는 것과 득이 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남모를 과거가 존재한다는 것. 설명만 보면 인간과 똑같지 않은가(또, 정성껏 차린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덤이다). 지금부터 인파로 북적이는 한성 도심 한복판부터 깊은 숲속까지, 기상천외한 생김새와 정감 있는 언행을 가진 요괴들을 만나보자. 유쾌, 상쾌, 통쾌한 한국형 요괴 활극에서 가장 인간 냄새 나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괴 사냥꾼의 유쾌한 활극 ‘사건 해결조’ 삼총사의 미친(P) 조합 한성부 마포 장터 한쪽에는 상점이 하나 있다. ‘한성요괴상점’은 조선 팔도에 하나뿐인 요괴 전문 사건 해결 센터로, 난제.미제 사건을 의뢰받고 이물(異物)을 거래하는 수상하고도 신기한 상점이다. 주인 최한기, 요괴 전문 사냥꾼 정수동, 둘을 돕는 정보원 들명까지, 삼총사가 상주하며 사건을 하나씩 풀어간다. 재밌는 건 요괴와 관련된 일은 하나같이 기이하거나 기구하고, 수수께끼 같거나 스무고개 같다. 삼총사 각각의 특기와 재주는 사건을 해결할 때 큰힘을 발휘하는데, 그 힘은 요괴를 능가한다. 미친놈을 대할 때는 미친 방법(?)이 답이라고 했던가. 세상 기준으로 요괴는 미친 존재이므로 요괴를 잡으려면 집단 지성이 필요한 법. 이는 두 번째 장에서 제대로 두드러진다. 압도적인 체격과 실력, 언변으로 왜국 사무라이 요괴부터 신분 높은 분들까지 제압하는 수동, 사건을 둘러싼 소문과 정보를 채집해 요괴 사냥의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맹랑한 들명, 둘에게 사건의 전권을 맡기고 물질적 지원까지 담당하는 든든한 우산 역할 한기까지. 셋의 조합은 인간과 요괴를 아우르는 세상사를 지혜롭게 그리고 명랑하게 건너가는 저력이 된다. 역사적 사실에서 빚어진 상상력은 인간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요괴는 무서운 존재일까. 아니다. 요괴는 그저 먼 존재일 뿐. 우리가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이들에게 친근감을 느낀다면, 살아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에게는 낯섦을 느낀다. 그 낯선 존재는 요괴와 같은 존재다. 쉽게 이해할 수 없고 긍정할 수 없는 그가 요괴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요괴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요괴는 나 자신이다. 내 모든 것을 스스로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상대방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는 요괴를 부정할 수 없다. 장마다 등장하는 메인 빌런, 요괴를 볼수록 우리는 깨닫는다. 어쩌면 요괴는 숨기고 싶은 졸렬한, 그늘지고 쿰쿰한 냄새가 나는 또 다른 나일지 모르겠다고. 책에 나오는 요괴는 단순한 상상적·허구적 존재만은 아니다. 작가는 책속 요괴들을 조선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재창조한 존재로, 의지와 감정을 가진 이질적인 생김새를 가진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러므로 요괴를 둘러싼 각종 사건을 통해 인간의 이야기(나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첫 번째 장에서 한성 한복판의 의문스러운 자살 사건이 잇따를 때 피해자는 전부 백성이었다. 백성을 노린 살해라면 사건 중심에 요괴가 있다 한들 시사하는 바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의 이야기는 세 번째 장으로 이어진다. 한 마을 전체가 끔찍하게 몰살당한 사건의 피해자들도 가난한 백성이었다. 마땅한 신분과 지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변을 당했다면, 죽음에도 귀천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반대로 지체 높은 신분이 모인 궁궐은 안온할까. 두 번째 장에서는, 잡다한 요괴들이 궁궐을 들쑤시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왕은 물론 궁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안전마저 장담할 수 없는 이 위험한 사건의 중심에는 요괴 그리고 인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장, 모종의 사연으로 투명한 요괴가 된 의가작수(依家作 祟)의 비극적인 사연도 마찬가지. 결국, 신분과 지위와 부가 마땅치 않다면 아니, 필멸의 존재가 자신의 탐욕만을 탐한다면 죄 없는 누군가가 아무렇지 않은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죽을 수 있다는 슬픈 결론에 도달하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존재는 요괴도 인간도 아닌 절멸이라는 또다른 이름의 욕망인지 모른다. 작가는, 고통은 아래로 흐른다는 유구한 명제에 요괴라는 상상력을 더해 인간의 생사고락을 더 현실적으로 아프게 조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