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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7 / 기다려 33 / 불량 과자 59 / 마지막 손님 83 / 운동화 105 / 글쓴이의 말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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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소진아, 오늘 무슨 일 있니? 오늘 왜 그러니?” 할머니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쏘아붙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_19쪽 나는 강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점점 거세졌다. 스웨터 안이 금세 축축해졌다. ‘할머니는 어떻게 하고 계실까? 비를 맞고 계신 건가?’ 나는 생일잔치에 간 것이 후회되었다._24쪽 나는 뛰면서 간절하게 기도했다.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하기는 처음이었다. 할머니만 무사히 찾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정말 착한 아이가 될 거라고 맹세했다._27쪽 〔기다려〕 “오빠, 배고파.” 스르르 잠이 들려는 찰나 미솔이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아악! 내가 정말 미쳐.” 나는 다리를 버둥거리며 짜증을 부렸다. “똥 눴으니까 배고프지. 라면 끓여 줘.” 아이고, 밥도 아니고 이 새벽에 라면을 끓여 내라고? 허! 헛웃음이 나왔다._39쪽 다른 날 같으면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을 거다. 아무리 늦어도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졸리지 않아도 일찍 자려고 누웠다. 혹시 엄마가 아빠한테 생일 선물이 어쩌고, 티셔츠가 어쩌고, 이런 말을 했으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엄마가 아픈데 속 썩인다고 아빠가 야단칠 게 뻔하다._51쪽 기다리라는 말에 숨이 탁 멈추는 것 같았다. 얼마나 혼을 내려고 기다리라고까지 할까. 오늘은 ‘엄마는 미호를 믿어.’라는 말도 없다._53쪽 〔불량 과자〕 나는 조심조심 아빠가 있는 방으로 다가갔어. 가슴이 쿵쿵거렸어. 요즘은 늘 그래. 아빠 방문을 열려면 잘못을 한 아이처럼 가슴이 떨리고 무섭기도 해._64쪽 “아빠.” 나는 이불을 걷었어. 아빠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었어. 앙상한 어깨가 내 어깨만큼 작아 보였어. 그네가 되어 주던 팔뚝도 내 팔뚝처럼 가늘었어._71쪽 아빠는 불량 과자를 추억이라고 말했어. 무슨 말인지 너무 어려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빠는 다시 설명해 주었어. 추억이란 다시 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기억이라고 했어. 아빠는 가끔 어린아이 때로 돌아가고 싶댔어. 그 말도 어려웠어. 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어. 왜냐하면 있지. 아빠는 이미 내 편이 되었거든._75쪽 〔마지막 손님〕 한자리에서 육십 년 동안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발사. 고래 힘줄처럼 질기고 질긴 그 이발사가 바로 우리 할아버지다._90쪽 “아, 영감님 손자입니까? 아주 잘생겼네요. 그런데 손자는 할아버지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지 않았나 봅니다. 하하하. 하기야 요즘 아이들이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으려고 하지 않지요. 이발소를 정리하기로 하신 건 정말 탁월한 선택입니다.” 회 센터 사장이 나를 보고 큰 소리로 웃었다. 순간 할아버지 얼굴이 벌게졌다._96쪽 엄마가 약속대로 염색할 돈을 내밀었다. 얼른 손이 나가지 않았다. “염색하라니까?”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돈을 흔들었다. “됐어!”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집을 나왔다._101 [운동화〕 “내래 압록강을 걸어서 건넜슴매.” 내가 한 말은 그 말뿐이었다. 그런데 그 짧은 한마디에 교실에는 금세 웃음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_109쪽 “야! 이 거지야. 너 거지니까 거지 같은 운동화 신지?” 동진이는 코피를 쏟으면서 욕을 해 댔다. “운동화 욕하지 마라. 우리 어머니가 사 준 운동화다.” 나는 동진이를 흠씬 두들겨 팼다._116쪽 나는 담장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밤하늘을 바라봤다. “어머니!” 나는 북쪽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내 목소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윙윙 울렸다. “어머니, 내래 운동화 잃어버렸다. 날래 와서 새 운동화 사 주시오.”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_121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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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 ‘뭐야? 언제부터 비가 내린 거야? 큰일 났다.’
오늘은 절친 주미의 생일.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엄마는 외할아버지 제사에 가시고, 소진이에게 할머니를 산책시켜 드리라고 부탁한다. 할머니는 회사일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소진이를 키워주셨지만, 이젠 당뇨병 후유증으로 앞을 보지 못하신다. 언덕까지 얼른 다녀오면 주미의 생일잔치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할머니는 오늘따라 느릿느릿 늑장을 부리신다. 소진이는 자꾸만 조바심이 일고, 결국 할머니의 말씀대로 할머니를 강둑에 혼자 두고 생일잔치에 가는데... 「기다려」 - “똥 눴으니까 배고프지. 라면 끓여 줘.” 몸이 아픈 엄마는 열 달째 요양원에 계신다. 아빠는 평일엔 일을 하고, 일요일엔 매주 기차를 타고 엄마를 만나러 간다. 그 동안 어린 동생을 돌보는 일은 미호 차지다. 아침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미호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엄마가 하루는 미호에게 화장대 서랍에 넣어둔 엄마 돈으로 아빠 생일선물로 티셔츠를 사 드리라고 부탁한다. 마침 여자 친구 선경이 생일 선물로 고민하던 미호는 그 돈으로 선경이 머리핀을 사고는 엄마에게 혼날까봐 전전긍긍하는데... 「불량과자」 - “아빠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용감한 소방관이었던 아빠, 팔에 매달려 놀면 놀이터 그네보다 더 재미있었던 힘센 아빠는 이제 없다. 몇 년 전 불 속에서 아이를 구하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뒤 아빠는 작은 방에서 불도 켜지 않고 지낸다. 송이는 아빠 방문을 열 때마다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봐 가슴이 두근거린다. 엄마가 어떤 음식을 가져가도 고개를 흔들며 “빨리 죽어야지.” 하는 아빠. 그런 아빠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 「마지막 손님」 - “동석이 너는 왜 황소 이발소에서 머리 안 깎아?” 동석이 할아버지는 한자리에서 육십 년 동안 황소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발소가 있는 바닷가에는 속속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회 센타를 짓겠다는 사람은 이발소 건물을 팔라고 매달리지만 할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 이발 대회에서 큰 상도 받았던 할아버지의 자부심과 고집은 남다르다. 하지만 동석이는 한 번도 할아버지한테 머리를 깎은 적이 없다. 요즘 애들이 누가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는단 말인가. 할아버지는 그런 동석이만 보면 늘 혀를 끌끌 차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러던 할아버지가 드디어 이발소 건물을 판단다. 춤이라도 춰야 할 상황인데 어쩐지 동석이 마음이 기쁘지만은 않다. 「운동화」 - “운동화 욕하지 마라. 우리 어머니가 사 준 운동화다.” 성식이는 북한에서 왔다. 오는 길에 어머니 아버지는 중국 공안에게 잡혀가 소식이 없고, 지금은 고모와 살고 있다. 전학 첫 날, 성식이는 북한 사투리 때문에 동진이의 놀림감이 되고 만다. 동진이는 사사건건 성식이를 괴롭히지만 성식이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꾹 참는다. 하지만 어머니가 사 준 운동화를 욕하고, 운동화를 내던져 한 짝을 잃어버리게 된 것만은 참을 수가 없다. 성식이는 동진이를 코피가 나도록 패 주었다. 그런데 운동화는? 운동화 이야기를 들은 소희가 스케치 북에 운동화 그림과 사연을 적어 학교 여기저기에 붙였지만 소식이 없다. 성식이의 운동화는 어디로 간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