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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에톤의 너무 짧은 한 살이
2. 메두사의 정복자 페르세우스 그라이아이와 고르곤 무리 메두사 아틀라스 바다의 괴물 혼인 잔치 3. 벨레로폰의 영광과 몰락 페가소스와 키마이라 4. 이아손과 금양모피 금양모피 5. 고독한 영웅 헤라클레스 6. 아테나이의 영웅 테세우스 다이달로스 7.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 |
Lee Yoon-ki,李潤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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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flypaper@yes24.com
원전격의 텍스트를 하나 잡아 몇 번이고 반복해 읽는 방식이 효과적인 책이 있는 반면, 다양한 버전의 텍스트로 변주를 시도해 가며 읽어야 상상력이 곱절로 증폭되는 책이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주제가 '맑시즘'과 같은 이론서라면, 후자에 해당하는 그것이 바로 '신화'이다. 확실히 그렇다. 신화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들의 자문을 얻으면 열에 아홉이 딱 부러지게 언급하는 원전이 바로 토마스 벌핀치의 고전 『그리스 로마 신화』인 것이다.
하지만 젠체하지 않고 솔직히 인정하자면 그 열에 아홉 중 과연 몇이나 토마스 벌핀치의 그것으로 신화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해서, 시도되는 다양한 변주.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정도면 강고한 용기이고, '거꾸로 읽는', '소설로 읽는', '쉽게 읽는' 등등 류의 다양한 변주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제 그 변주 중에서도 으뜸이 될만한 책이 출간되었으니, 바로 전문 번역가이자 신화 연구가인 이윤기의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이다. 19세기 중반 토마스 벌핀치가 작성한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 방대한 역사적 고증과 풍부한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원전으로서 가져야할 정교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인쇄출판기술의 열악함에 따른 도판 기술의 조악함, 나아가 현대의 독자들의 취향을 일거에 매료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한 구성상의 허점이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편역자인 이윤기가 다듬어 놓은 이 책은 '원전으로서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가져야 할 풍부한 내용과 함께 일반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다양한 배려가 돋보인다. 우선 신화의 백과전서적인 내용을 현장감 있게 독파할 수 있도록 원색의 사진자료들이 거의 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다. ABC북으로 백과사전의 레이아웃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낸 창해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주석을 읽으면서도 내용을 보충하듯, 전후좌우 적재적소의 위치에 삽입되어 있는 자료사진을 보며 고대 그리스 로마로의 신화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눈높이 신화 이해의 장을 효과적으로 넓히고 있다. 신화는 신화 자체에 대한 역사적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필요한 사항이 신화를 이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문화사적 연상작용이다. 신화는 문화를, 문학을 나아가서 동시대의 사유작용을 이해하는 충실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바이런이 로마를 <제국의 어머니인 니오베>라고 부르거나, 베네치아를 <바다에서 갓 올라온 퀴벨레 같다>라고 노래했을 때, 신화를 익히 알고 있는 독자들 가슴에는 필설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만큼 싱싱하고 선명한 모습이 떠오르리라" 했던 벌핀치의 발언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신화에 대한 다정다감한 이해의 장을 마련한다. 신화 이야기의 주요 독자층인 학생들은 물론 신화 읽기에 실패했던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신화의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날렵한 부피와 간결하면서도 명징한 언어로 신화 읽기의 중량감을 해소시키고 있다. 테마별로 분철된 5권의 각 부분은 이야기가 있어 가볍게 따라 읽을 수 있는 해방감을 안겨 준다. 표준전과만한 크기의 무거운 신화책을 들고 낑낑거릴 필요가 이제는 없다. 1권 『신들의 전성시대』에서부터 5권 『인간의 새벽』까지 이어질 '테마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읽고 싶은 부분을 읽기 쉬운 구성에 맞춰 읽고 싶은 때에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편역자인 이윤기가 토마스 벌핀치의 역작 『그리스 로마 신화』의 번역을 시작한 게 지난 1985년의 일이다. 서양 문화의 두 기둥, 즉 헤브라이즘가 헬레니즘 가운데 하나인 헬레니즘의 신화체계를 독자들에게 익숙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순수한 희망에서 시작된 번역 작업이 몇 가지 사정에 의해 좌절되고, 그 후 10여 년이 지나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역자가 새로운 마음으로 꾸민 책이 바로 이 책이다. 85년 당시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고전 그리스어 고유명사 표기를 바로 잡고, 여행에서 얻은 귀중한 슬라이드 사진 자료를 기존 도판 자료들과 혼합 배분해 만들었다. 이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의 신화, 남의 신화가 아니다. 우리 문화가 서양 문화를 통해 성장해 온 것은 부인하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와 로마 신화가 우리 독자의 교양에 녹아들기를, 그리스와 로마 신화의 어휘가 우리 문학의 어휘에 합류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편역자의 말은 신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에 더없이 충분한 이유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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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가 해낸 난사 가운데서도 유명한 난사 중의 하나는 안타이오스와의 싸움이었다. 물론 헤라클레스는 이 싸움에서도 승리했다. 안타이오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로, 힘이 장사며 거인인데다 씨름의 명인이었다. 이 사내의 힘은, 어머니인 대지에 발을 붙이고 있을 동안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그는 자기 나라로 오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가 누구든 싸움을 거는데, 자기를 이기면 보내 주거니와 지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지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이 안타이오스와 맞붙었다. 헤라클레스는 안타이오스를 몇 번 집어 던져보다가, 집어던져서는 그를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 안타이오스는 넘어지면 넘어질수록 새로운 힘을 얻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안타이오스를 번쩍 들어올려, 공중에서 목을 졸라 죽여 버렸다. --- p.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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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페르세우스는 몸을 솟구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하늘 높은 데서 햇볕을 쬐다가 뱀을 발견한 독수리가 수직으로 내리꽂아 그 목을 물고 비틀어 뱀에게 독니 쓸 기회를 주지 않는 것처럼, 청년 페르세우스도 그렇게 괴물의 등줄기로 날아내려 그 겨드랑이를 칼로 찔렀다. 상처 입은 괴물은 미쳐 날뛰다 못해 하늘 높이 몸을 솟구쳤다가는 바다 속으로 쑥 들어가곤 했다. 괴물은 낭자하게 짖어 대는 사냥개 무리에 둘러싸인 멧돼지처럼 좌우로 몸을 돌리며 페르세우스를 공격했다.
--- p.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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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종사자들을 위한 책이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
토마스 벌핀치가 이 책을 쓴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이다. 19세기 중반은 트로이아 유적도 뮈케나이 성터도 발굴되기 전이다. 독일인 쉴레이만이 그리스와 터키 지역의 유적을 발굴하고 많은 유물을 수습한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저자 벌핀치는 19세기 중반까지의 신화 연구 성과물을 토대로 이 책을 썼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핀치의 신화>는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신화 관련 텍스트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19세기 중반은, 도판 자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없었거니와, 복제 기술상의 제약 때문에 흑백 도판과 검은 글자만 빼곡히 박힌 어두컴컴한 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이 책에서 편역자 이윤기는 다채로운 원색 이미지 시대의 독자들을 위해 원색 도판을 덧붙였다. 우선 첫권 『신들의 전성시대』에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를 테마로 해서 제작된, 회화와 조각 및 건축 이미지를 170여 장 덧붙여 실었다. 신화가 고금의 예쑬가들에게 어떤 상상력의 무대를 제공했고, 어떤 영감을 불어 넣었는지, 지금은 어떻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지 독자로 하여금 확인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편역자 이윤기가 벌핀치의 역작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번역한 것은 1985년이다. 당시 번역자는 서양 문화의 두 기둥, 즉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가운데 하나인 헬레니즘 신화 체계를 독자들에게 익숙해지도록 하겠다는 희망에 사려잡혀 있었다. 고대 그리스가 빚어내고, 로마 제국이 계승하고, 유럽의 여러 근대 국가가 꽃을 피운 고대 신화의 상징적 이미지에 대한 이해없이 유럽을, 서양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화의 상징적 이미지는, 언어가 소통 되기도 하고, 두절되기도 하던 첫번째 밀레니엄과 두번째 밀레니어을 무찌르면서, 까마득한 옛과 오늘을 가로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새 독자들을 위해, 새롭게 펴내는 이 책은 신화 읽기의 새 지평을 연다는 점에서 시중의 여느 신화집과는 크게 다르다. 이 책은 첫째, 고전 그리스 어 고유명사 표기를 바로잡았다. 철자가 영어화한 그리스 어를 음역할 경우의, 알파벳 <와이(y)>의 음역<ㅟ>를 적극 반영했다. 예를 들면, <프시케>를 <프쉬케>로, <오딧세우스>를 <오뒤쎄우스>로 표기했다. <프쉬케>라고 쓰면 알파벳으로 <프쉬케(Psyche)>라는 이름을, <오뒤쎄우스>라고 쓰면 <오뒤쎄우스(Odysseus)>를 재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음역의 폭이 다른 언어와는 견줄 수 없이 넓은 우리말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둘째, 인문학 종사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신화 이야기의 주 독자층인 중ㆍ고등학생은 물론,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학문으로부터의 쉼터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전문적인 각주를 줄이는 대신, 반드시 필요한 각주와 도판의 설명을 늘여 본문을 보완했다. 이윤기 특유의 명징한 언어들로 풀어낸 그림 설명, 역주, 색인, 거기에다 두 차례의 유럽 여행에서 직접 촬영해 온 사진은 현장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셋째, 지금의 독자들은 책에서 사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요구한다. 원고지 2,500장에 이르는 방대한 고대의 신화집이 가지는 범접하기 어려움을, 한방에 해체시켜 버릴 수 있는 탈출구로서 테마별 세분화가 필요했다. 무거운 돌덩이를 가방에 넣고 낑낑대는 지적 허영과 어리석음으로부터의 해방, 손아귀에 쏙 들어가는, 옛날 이야기처럼 가벼워 한없이 재미있는 신화책이 필요한 독자들을 위해 탄생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