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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서론: 한국 사립대학, 왜 ‘재단법인의 정치’를 통해 보는가 사립대학재단의 기원: 식민지에서 미군정까지 1 식민지 사립전문학교재단의 신화와 현실 식민지 사립전문학교, 한국 사립대학의 기원|식민지에 이식된 일본의 재단법인 제도|연합聯合: 사립전문학교재단 설립의 동학|사립전문학교의 재정 운용|민족의 공기公器 2 전시 체제하의 사립전문학교재단 전시 교육 체제와 사립전문학교의 변화|‘멸사봉공’ 논리와 재단법인 문제|갈림길에 선 학교들 3 해방 이후 재단법인형 사립대학의 탄생과 식민지 유산 사립대학, 또 다른 해방의 상징인가?|사립대학재단에 남은 식민지 유산|인허가를 통한 헤게모니 구축|식민지 사립전문학교에서 사립대학으로|지역별 대학 설립과 재단법인 사립대학재단의 위기: 전쟁, 혁명, 쿠데타 4 농지개혁과 전쟁, 사립대학재단을 뒤흔들다 사립대학과 농지개혁|사립학교재단을 둘러싼 국회 논쟁|‘거대 지주’로서 사립대학재단|영리 기업체와 공익적 재단 사이 5 전후 사립대학재단의 정당성 위기 한국전쟁 이후 대학의 변화|사립대학의 경영난과 외부 자원 의존|“기생적 존재”|미완에 그친 〈사립학교법〉|관권 개입과 종속 6 사립대학재단이 맞이한 혁명과 쿠데타 혁명과 반혁명 그리고 대학|4·19 혁명과 사립대학|5·16 쿠데타가 전유한 사립대학재단 문제|〈사립학교법〉체제의 탄생 사립대학재단의 성장과 모순 7 통제와 동원의 대상이 된 대학 개발독재기 대학 정책과 국가 통제의 이면|강화된 사립대학 규제의 허와 실|대학 재정의 탈정치화, 등록금의 정치화|‘우골탑’의 민낯 8 출연 없는 지배 사립대학재단을 둘러싼 ‘정치 없는 정치’|수익 없는 수익용 자산|‘출연 없는 지배’ 구조와 가능성|사립대학재단의 사사화와 그 명암 결론: 사립대학재단이 걸어온 길과 마주한 과제 주 참고 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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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아니라 ‘재단’을 보면 한국 사립대학의 역사가 보인다
한국의 사립대학은 법적으로 국가나 공공단체가 아닌 사적 주체가 설립하지만, 그 설립 주체는 일반적인 개인이나 기업이 아니라 재단법인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취해 왔다. 1963년 〈사립학교법〉 제정 이후에는 ‘학교법인’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재단이 사립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되었다. 학교법인은 대학의 인사·재정·시설·학사 등에 중요한 권한을 행사하고, 이사회가 핵심적인 의사결정 기구로 기능한다. 동시에 정부는 이사회 구성과 등록금, 정원 등 사학 운영 전반에 규제 권한을 행사해 왔다. 즉 한국의 사립대학은 한편으로는 민간의 영역에 속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국가의 규율 아래 놓이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해 온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둘러싸고 지금까지는 크게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이 존재했다. 하나는 국가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 ‘사학의 자율성’을 지켜야 한다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족벌 경영, 부정부패 등을 비판하며 사학재단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관점이다. 이 책은 양쪽의 논쟁 자체를 역사적으로 낯설게 바라본다. 사립대학재단을 처음부터 ‘자율성을 지켜야 할 민간 영역’이나 ‘타파해야 할 사유화된 조직’으로 규정하는 대신, 그러한 구조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어떤 사회적 힘들의 경쟁과 타협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묻는다. 사립대학재단 문제의 역사적 기원을 찾아서 한국 사립대학을 만든 ‘재단법인의 정치’를 추적하다 1장에서는 식민지 사립전문학교재단의 실상을 살피면서 일본에서 이식된 재단법인 제도가 조선의 고등교육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분석한다. 이어 2장에서는 전시체제 아래 사립전문학교와 재단법인이 국가의 교육 동원 체제 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살펴본다. 해방은 사립대학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지 않았다. 3장은 미군정기 사립대학의 탄생을 다루면서, 해방 이후 새로운 대학 체제가 식민지 시기의 법·제도적 유산과 결합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미군정기에는 고등교육기관과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사립대학의 비중 역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식민지 시기부터 이어진 사립 의존적 고등교육 체제의 관성이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4장에서는 농지개혁과 한국전쟁이 사립대학재단에 미친 충격을, 5장에서는 전후 사립대학재단의 정당성 위기와 경영난, 외부 자원 의존, 관권 개입 문제를 다룬다. 이어 6장에서는 4·19 혁명과 5·16 쿠데타를 거치며 재단법인 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어떻게 폭발했는지를 분석하고, 1963년 〈사립학교법〉 제정이 개발독재기 사립대학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사건이었음을 보여 준다. 7장과 8장에서는 개발독재기의 대학 정책과 국가 통제, 등록금, 재정 문제를 살피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사립대학재단의 구조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특히 8장의 핵심 개념인 ‘출연 없는 지배’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집약한다. 재단이 대학 재정에 충분히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지배 권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재단의 ‘사유화’와 공공성의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 왔는가. 책은 이러한 질문을 역사적으로 추적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의 사립대학 문제를 특정 정권이나 특정 재단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한국 사립대학재단의 소유·지배구조가 분단체제나 독재라는 거시적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형성되고 변형되어 온 관계라고 본다. 따라서 사립대학이 ‘사유화’되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더라도, 그 사유화가 정확히 언제, 어떤 사회집단 사이의 경쟁과 갈등 속에서 출현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선택한 핵심어가 바로 ‘재단법인’과 ‘역사’다. 재단은 단순한 대학 운영 기구가 아니다. 자산을 매개로 설립자의 의지를 지속시키는 조직인 동시에, 국가의 규율과 사회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이 책은 설립자의 영향력을 영속화하려는 힘과 재단을 설립자로부터 분리하려는 외부의 힘 사이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을 ‘재단법인의 정치’라고 명명한다. 결국 한국 사립대학의 역사는 단순히 대학이 늘어나고 학생 수가 증가해 온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자율성과 통제, 설립자의 권리와 대학 구성원의 권리, 국가와 민간의 관계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타협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