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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충분히, 마음껏
판타지 아니고 리얼리티 매장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마지막 그림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힘 공사 제대로 한 것 맞아요? 도면을 겹쳐서 보는 이유 ‘그냥 예뻐서’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유행 대신 취향, 그리고 철학 인테리어는 극강의 서비스직 우리 동네 덕희커피 처음에 아끼면 나중에 두 번 낸다 아가씨 아니고 소장이에요 적법한 낭비 원상복구와 권리금 대충 얼마예요?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다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몰딩을 선택할 때 고려할 것들 시간이 나를 데려다준 곳 건축사와 건축가 건설업 면허의 속사정 손재주 좋은 아저씨들의 시대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미니홈피가 시작이었다 epilogue 때를 따라 아름답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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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공간에서 보이는 모든 것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요소들까지 함께 계획하고 만들어 내는 일이 인테리어다. 그리고 이 일의 가치는 그곳에 사람이 머문다는 사실에 있다.
--- p.14 공간은 인간의 삶과 직결된다. 인간은 일생의 대부분을 집, 가게, 사무실, 병원 등 공간 안에서 보낸다. 그렇기에 공간을 만드는 일은 ‘예쁜 장식을 하는 일’ 정도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 이 일은 타인의 삶에 참견하는, 매우 조심스럽고 또 신중한 일이다. --- p.16 비주얼은 한 번 오게 만들고, 설비와 동선은 다시 오게 만든다. 상업공간에서 사진은 입구다. 첫 방문을 이끄는 힘이 있다. 그런데 장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재방문하는 고객이 매출을 만들고, 단골이 늘어야 가게가 유지된다.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은 사진에서 나오지 않는다. 제품의 질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몸이 편했는지, 소리나 냄새가 불쾌하지 않았는지, 매장 안 이동이 편리했는지, 화장실을 찾느라 두리번거리지 않았는지… 이런 것들이 합해져 생기는 감각이다. 그래서 ‘또 가고 싶은 곳’이 될 때, 잘 설계된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29-30 공간이 독립된 방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듯, 건축 역시 분절된 기술의 합이 아니다. 인테리어 현장은 모든 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 p.46 공간에서 노동의 가치는 ‘내가 참여했다’는 뿌듯함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까지 규격을 지키며 사용자의 일상을 안녕하게 지탱하겠다는 엄격함에서 나온다. 서툰 손길이 개성으로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그 공간이 무너지지 않고, 물이 새지 않고, 불이 나지 않는다는 기술적 신뢰가 먼저여야 한다. --- p.67-68 임차인이 바뀔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벽을 허물고, 또 누군가는 벽을 세운다. 경기가 나쁠수록 오히려 철거와 폐기물 처리 업계는 호황이다. 문 닫는 가게가 늘어나면 뜯어내야 할 인테리어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2024년 폐업 신고를 한 자영업자는 처음으로 100만 명이 넘었고, 그만큼 철거 반장님들은 바빴다. 계약서에 적힌 ‘원상복구’ 조항 하나 때문에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것들이 버려지고 있다. --- p.117-118 좋은 디자인은 예쁜 것들을 붙이는 일이 아니라 공간이 해야 할 일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p.141 면허와 증권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들이 보증하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면허 없이도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서 일하는 실력 있는 기술자가 있고, 증권 없이도 전화 한 통에 달려오는 책임감 있는 업체가 있다. 반대로 면허도 있고 증권도 발행했는데 공사 후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 종이가 사람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 p.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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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이 제대로 기능하기까지
필요한 것들이 있다 미디어 속 이미지 때문인지 인테리어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멋지고 근사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인테리어는 판타지가 아니라 리얼리티라고. 공간 디자이너의 현실은 완성된 공간이 보여 주는 정돈된 모습과 다르다. 저자는 이를 생생하게 풀어내는데, 한마디로 “원하는 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이 책은 보통의 사람들이 잘 몰랐던 공간 디자이너의 현실과 인테리어 업계의 속사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이 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오해를 풀고 한편으로는 이해를 구하려는 마음도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고백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공간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다. 많은 사람이 건물의 외형에서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인테리어 유행을 따르고 화려한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공간이 자기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 곧 사용자에게 지속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은 벽 속에 숨어 있는 전기, 환기, 급배수, 가스 배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입구 장식이 아무리 멋지고 내부 장식이 훌륭하다 한들 그것들이 공간을 작동시키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것이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을 인간으로, 나를 나로 온전히 기능하게 하는 것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일 때가 많다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공간을 만들며 마주한 질문들이 나에게는 삶을 향하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먼지투성이 인테리어 현장을 묘사하는 것으로 출발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책임과 태도, 그리고 그 공간을 사용할 사람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더불어 철거 뒤에 남는 폐기물, 건물을 만드는 데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 그리고 건설업 면허의 실상 등 완성된 공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문제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이는 우리가 누리는 공간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며, 그 공간이 제대로 기능하기까지 누군가의 책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