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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비너스의 꽃바구니 문수산 가는 길 설해목 분노를 다스리는 법 파워 게임 내가 만난 어린 왕자 해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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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첫 발을 들여놓았던 김우남 씨가 첫번째 소설집을 상재한다. 김우남은 일상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벽을 조용히 주시한다. 평범한 개인의 일상에 찾아든 사건들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벽의 실체를 확인시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이 자신을 가두고 있는 벽―가정, 사회 등―을 뚫고 나가려 고투하는 모습들을 진지한 눈빛으로 다루었다. 특히 소시민을 비롯한 중산층, 여성 들의 시각에서 씌어진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적잖은 공감을 받을 것이라 기대한다.
일상에 틈입한 균열, 마주 바라보기, 맞서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 오직 내 스스로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치 고아가 된 듯 외롭고 쓸쓸했던 거예요.”(「분노를 다스리는 법」, 186쪽)라는 문장은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를 관통하는 인식의 단면을 드러낸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균열 내는 사건들이 일어나며, 그 사건은 개인들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의해 움직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홀로 남겨진 개인에게는 폭력과 비열과 야만이 가해진다.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린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에서 이를 드러내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접근할 수 있다.(「해설」 문학평론가 홍기돈) 「거짓말」, 「문수산 가는 길」,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가 약자들의 면모를 관찰하고 있다면, 「분노를 다스리는 법」, 「비너스의 꽃바구니」는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문제 삼고 있다. 한편 「내가 만난 어린 왕자」와 「파워 게임」은 사회적·정치적인 문제에 걸쳐 있고, 「설해목(雪害木)」은 정신과 병동을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거짓말」에서 불쌍한 여중생 햇님이에게 쏟아졌던 따뜻한 관심은 여지없이 배신당하며, 「문수산 가는 길」에서 주민의 대표로 거대 기업과 담판 짓던 인물은 매수되어버린다.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에서 자신만의 조용한 시간을 원하는 간병인 천안댁은 자신의 환자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급기야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하다 상태가 호전되는 환자를 침대 밑으로 밀쳐 떨어뜨려버리게 된다.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에 찾아든 균열에 맞서고, 대처하지만, 결국 거대한 자본의 논리를 좇아 움직이게 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본(주의)의 질서에 의식의 뿌리까지 물들어버린 형국을 드러내는 것이며, 작가가 파악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천천히, 그리고 정직하게 바라보는 시선 작가의 세계인식이 냉철하고 정직한 데서 볼 수 있듯, 문체와 구성방식 또한 정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 비틀기, 건너뛰기, 생략과 단절 등 온갖 형식 실험이 난무하는 요즘 소설 풍토 속에서, 김우남이 선택한 이야기 방식은 반대쪽에서 이뤄지는 차분하고 느린 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는, 과장되거나 거짓되지 않은 시선으로 천천히, 그리고 정직하게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강한 악센트”(소설가 현기영)가 되어 일상의 허위를 찌른다. 「거짓말」은 일종의 악한소설(피카레스크)이다. 주인공 여중생이 보여주는 도덕감은 마치 무뇌아처럼 무서울 정도로 둔감하다. 도시 빈민층이라는 척박한 토양이 이 소녀를 그렇게 만들어놓았다. 탈출할 길 없는 만성적 절대 가난의 어둠에 갇힌 채, 아귀다툼의 생존 본능만 들끓는 곳이다. 가진 자들은 그곳을 ‘어둠의 세계’ 혹은 ‘악의 세계’라 하고 이 소녀를 ‘악의 씨’라고 부르겠지만, 그러나 그러한 그늘진 인간생태계를 만들어놓은 것이 다름아닌 부르주아 세계임을 이 소설은 강한 악센트로 증거하고 있다. ―현기영(소설가) “선생님, 제 작품 안 읽으시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실 거예요.” 초대면 자리에서 김우남 씨가 내게 던진 협박 아닌 협박이다. 나는 후회하게 될까 봐 그의 습작을 읽어야 했고, 결국에는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에 찬 이 말이 그와 나를 사제관계로 이끌었다. 그는 매양 진취적으로 사고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항상 나이보다 젊게 살면서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에 참여하고, 거기서 얻어지는 분방한 활력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풍요하게 가꾼다. 뒤늦게 시작된 그의 문학에서 대성할 싹수를 가늠케 하는 근거들이다. 어쩌면 그는 지금쯤 미지의 독자들을 상대로 또 다른 협박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 제 소설 안 읽으시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테니까 알아서들 하세요.” ―윤흥길(소설가, 한서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