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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제1부 으밀아밀 피워 놓은 붉은 꽃 구절초 들풀만이 위안입니다 돌쩌귀 새벽시장 질마재 국화 어떤 휴대폰 와이파이가 사는 집 링거 무두질 사랑 새벽의 연금술 도시의 수목한계선 달항아리 에밀레를 듣는 저녁 동백꽃 자서 새갓곡에서 수제비 부부 아리랑 패랭이꽃 노도 제2부 사유의 붓을 적시다 PC는 퇴고 중 그날 이후 새벽 출항 동피랑 역류성 안부 새 혹은 꿈틀로 298 로딩 중인 섬 붓의 길 사북 배롱나무 서신 역驛 새로 고침 혹은 Ctrl+R 키오스크를 읽다 티벳에서 만난 사람 뜨거운 고백 여름 간양록 신新 데칼코마니 스케일링 저녁 산사에서 제3부 맨발로 걸어온 흘림길 4악장 강 홍매화 천초의 묵 읍천리 주상절리 보현산 마라도 억새 금호강 가시연의 약속 해봉사 백일홍 옥계폭포에 들다 가시고기 칠면초.COM 과메기의 꿈 별 호미곶의 아침 명아주 바지랑대 빗물 긋다 은빛 변명 그물 거미 제4부 속울음 물속에 갊아 놓고 등을 보다 무자위의 길 을숙도 모정 이 땅은 부조장터 품다 로터리 치는 남자 레드카펫 왈바리 아내 누름돌 폐자전거 장마 참깨 사설 근황 폐교에서 읽는 추억 맷돌의 노래 밀려난 자리 결승선 가는 길 죽도 어시장 구룡포, 별신의 바다 제5부 시의 행간에 새긴 절명시 후투티 선몽대를 읽다 해월의 고욤나무 주실의 하늘 지산동고분군 대동어漁지도 내연산 보경사 DMZ 시편 구강포 이야기 까꾸리계 소묘 다무포 하얀 마을 천상열차분야지도 열암곡 마애불 상족암 서가 이지당의 열원熱願 조선 보메기 그 해협 멀티플레이어 광야의 파종 대왕암 공비共匪어천가 해설/김정숙_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는 생활서정의 확장 ―박한규 시조의 시적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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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휴대폰
석양을 지고 와서 적막에 귀를 헹궈 으밀아밀 뱉고 듣던 오늘을 폐기한다 액정 위 지친 하루가 안부 밖에 깃든다 덜 마른 눈물마저 가뭇없이 방전되고 가슴팍 풀어 헤친 뒤꼍이 시쳐져도 기억을 놓친 경전이 배꼽자리 꼽힌다 만경晩景은 아등바등 그림자로 스몄으나 울음에 발목 잠겨 무젖은 삶의 성소 붉은 꽃 피워서 놓은 정수리가 서럽다 와이파이가 사는 집 적막도 막막하게 휑해진 외로움에 공유기 반짝대며 제 몸을 열어 놨다 전파는 기척도 없이 울타리를 엮는다 고단한 정적들이 가지를 펼쳐놓고 탯줄이 이운자리 그리움을 키운다 맹목이 웅성거리며 한사코 갈마든다 말비침 졸고 있는 슬하의 벽면에는 식솔들 환한 웃음 액자로 걸렸는데 손차양 블루투스의 안부마저 희미하다 도시의 수목한계선 꿇은 무릎 이고 선 산복도로 고갯마루 곡기마저 물리친 마른 보굿 우듬지 끝 어디쯤 여물지 못한 궁벽이 맺혀진다 제 한 몸 세우기도 버거운 능선 위로 살피를 넘나드는 결박 풀린 저 바람 언저리 도시 빈민을 갈기로 달구치고 빌딩 숲을 넘은 해가 출렁이다 멈춰 선 곳 묵언 드는 하루는 울음을 되새기며 꿈꾸던 역류를 접고 풍화된 닻을 내린다 몇 겹의 산굽이가 얼마나 굽이쳐야 변방의 맺힌 설움 떨칠 수 있게 될까 된비알 수목한계선 옹이지는 직립의 꿈 로딩 중인 섬 비릿한 근성으로 설정되는 안부 있어 한사리 우련 붉게 검색 창에 깔리는 날 아이콘 홋줄을 풀고 그 섬으로 가고 싶다 얼마나 닿고프면 해 비늘로 떠 있을까 겹겹의 세월마저 물결에 펼쳐 두고 모니터 그러안은 채 꿈을 꾸는 섬 하나 연착된 하늬바람 스크롤을 하는 밤도 과분한 섬 향나무 달빛으로 벌채해서 오징어 먹물의 창에 커서의 길 밝힌다 파도는 어찌하여 혼잣말로 로딩할까 해안선 홑겹 줄이 더블 클릭 할 때마다 누웠다 서는 멀기에 그리움이 부팅된다 뜨거운 고백 내 속엔 훨훨 타는 잉걸불이 있습니다 낮이면 날름날름 혓바닥 깨워놓고 뜬 밤엔 그림자 혼자 가풀막을 탑니다 흘러간 일이 모두 별리가 아닌 것이 온종일 쳇바퀴로 돌아오는 이 가을날 기억의 가장자리가 뜨겁도록 보챕니다 숱한 날 품어가던 설렘도 다 저물 때 노을이 깁을 펴며 스미는 세상천지 목청껏 토하고 싶은 침묵 하나 있습니다 마라도 억새 굼뉘도 닿고 싶어 애써 건넌 끄트머리 절벽 끝 뼈와 살도 모둠발로 서 있는데 빈 가슴 서로 잇대고 천 리 만행 하는가 바람에 맡겨야 하나, 휘청 이는 마른 울음 바당 밭 에두르다 허리 꺾인 꽃이건만 엎드린 줄기를 세워 고적함을 견딘다 모슬포 바람 딛고 마침내 흘러들어 억겁을 등에 지고 오가던 한 생애가 은물결 그리움 당겨 벼랑 끝을 버틴다 은빛 변명 표표히 비운 가슴 야위며 비척대다 젖은 발로 피운 갈꽃 혈족을 이루었다 고개를 쳐든 바람에 흔들리는 저 갈목 등줄기 휘청 대도 옹글게 마디 졌다 잎새 진 푸른 서슬 은발을 갈마 안아 가슴 속 만 가지 사연 마르도록 연주한다 감싸 쥔 뿌리마다 제풀에 흐느끼며 절정의 아픔들이 변명을 하는 무렵 갈대는 설움을 헹궈 제 이마를 닦는다 무자위의 길 몸으로 갈마드는 소금밭 생의 다비 함지에 절여놓은 퉁퉁마디 뼈를 닮아 윤회의 굴레로 도는 무자맥질 가래질 펄떡인 물의 혼이 불볕을 두르고서 추스른 허기마저 짜디짠 결정체로 지나도 또렷이 남게 그려갔을 저 궤적 노역을 자아올린 눈물을 응결시켜 외바퀴 낙관 흔적 곰배로 간을 보며 소금쩍 세월을 퍼서 환한 꽃을 피게 한다 구룡포, 별신의 바다 허옇게 몸 뒤집고 작두날 타는 해안 소지로 몸을 터는 양중이 목쉰 해원 칠금령 흔들어대는 용심들을 달랜다 세습무 걸머쥔 꿈 신명으로 녹아있어 풍문 속 지화들을 쾌자로 그러안다 신대의 뜻을 따라서 한을 실어 보낸다 풍어를 기원하는 만 갈래 방울 소리 맺힌 사연 곡을 하는 채선도 전율한다 아우성 얽힌 매듭을 술술 푸는 구룡포 후투티 댓돌 아래 붉은 앙금 오래도록 배어 있다 무명천 자락으로 저승 바람 훔쳐가며 백중 굿 끝난 마당에 후투티가 앉는다 신화로 새긴 금줄 부리로 옭아맬 때 징소리는 목이 메고 살풀이 끝난 판엔 멍석 위 날 세운 작두 혼자 피를 닦고 있다 젖은 털이 먼저 운다, 활옷이 찢어진다 상처가 된 붉은 꽃은 누구 죄를 먹고 피나 속계를 삼킨 동티 곁 후투티가 홰를 튼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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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는 생활서정의 확장 !
박한규의 시조는 정형적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수용하려는 시적 태도를 보여준다. 현대 사회의 언어와 경험을 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실험정신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작품이 「로딩 중인 섬」이다. 시인은 바다와 섬이라는 자연적 이미지를 디지털 시대의 언어와 결합해 새로운 서정을 획득한다. ‘로딩’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기다림과 그리움의 상태를 나타낸다. 특히 언제나 어떤 대상과 시간을 기다리며 미완의 상태에 놓여 있는 우리 인간의 마음을 은유한다. 시인은 이러한 감정의 상태를 디지털 기호로 치환함으로써 시조 서정을 현대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려는 도전 의식은 단순한 언어적 실험을 넘어 새롭게 시조 감각과 만나는 문학적 시도이다. ━김정숙,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시조의 길에 들어선 지 어느덧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래도록 시조 곁에 머물렀으되, 그 깊이를 온전히 헤아리지는 못했습니다. 삶의 무게를 견디며 우리말의 맑은 숨결을 더듬어 왔지만, 시조는 걸음을 옮길수록 더욱 멀어지는 산처럼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 시조집은 그 긴 여정의 작은 이정표입니다. 이루어 낸 결과라기보다, 부족함을 깨달으며 다시 배우고 다시 걸어온 시간의 기록입니다. 아직도 저는 미완의 길 위에서 시조의 정신과 미학을 조금씩 익혀 가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느리더라도 우리말의 결을 따라 시조의 넓고 푸른 바다를 향해 묵묵히 노를 저어갈 것입니다. 이 작은 책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잔잔한 울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6년 성하盛夏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