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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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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름을 건너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여름의 털가죽

저자 소개 2

야프 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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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ap Robben

1984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시인이자 소설가, 아동문학 작가이며 여러 편의 희곡을 썼다. 2014년 출간한 첫 장편소설 『비르크Birk』로 네덜란드 서점상, 디오라프테 상, ANV 최우수 네덜란드 데뷔상 등을 수상했다. 2018년 발표한 장편소설 『여름을 건너』(원제 Zomervacht, 영어판 Summer Brother)는 평단과 독자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21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2023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후 사회와 제도권 종교, 시대의 규범이 여성들에게 남긴 억압과 상처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장편소설
1984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시인이자 소설가, 아동문학 작가이며 여러 편의 희곡을 썼다. 2014년 출간한 첫 장편소설 『비르크Birk』로 네덜란드 서점상, 디오라프테 상, ANV 최우수 네덜란드 데뷔상 등을 수상했다. 2018년 발표한 장편소설 『여름을 건너』(원제 Zomervacht, 영어판 Summer Brother)는 평단과 독자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21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2023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후 사회와 제도권 종교, 시대의 규범이 여성들에게 남긴 억압과 상처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장편소설 『황혼의 삶Schemerleven』을 발표했으며, 현재 네번째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의 작품은 15개 언어로 번역·출간되었으며, 세계 각국의 문학 축제와 콘퍼런스, 언론 매체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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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고려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했다.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책과 희곡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오늘, 우리는 감옥으로 간다』 등이, 희곡으로는 「킹스 스피치」 「엠. 버터플라이」 등이 있다. 『검열관들―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 번역으로 한국출판학술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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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98쪽 | 368g | 128*188mm
ISBN13
9788932045672

책 속으로

내 기억 속 형은 늘 잠든 모습이다. 겨우 눈을 떴을 때도 형은 창가 라디에이터 위에서 흔들리던 반짝이 장식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
현관을 지날 때마다 늘 불안해진다. 너무 오래 찾아오지 않았다고 뤼시엔이 화내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아무도 우리에게 알리지 않은 건 아닐까 싶어서 겁이 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우리보다는 엄마의 구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p.13

엄마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처럼 보였다. 전화기를 붙들고 끊임없이 형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었다. 나는 뤼시엔을 그리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집에 없었을 뿐이다. 사라진 건 아니고, 누군가가 형의 스위치를 꺼버린 것 같았다. [……]
엄마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좀처럼 뽀뽀를 해주지 않았다. 뤼시엔이 못 받는 걸 나에게 너무 많이 주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p.129~130

엄마의 한쪽 눈은 뤼시엔을, 다른 쪽 눈은 새로 온 사람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형이 좀 다르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 아이들은 형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형을 반은 형제, 반은 공룡이라고 상상하면 사람들이 형을 어떻게 보든 좀 덜 부끄러웠다. 오히려 형이 내 형제인 게 멋지다고 느껴졌다.
---p.136

“아마 그랬을 거야. 거기서 네가 작은 놈들이 날아다니는 걸 보다가 이렇게 물었잖아. ‘아빠, 호박벌은 요정들이 입는 털 코트예요?’”
“내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그럼! 네가 딱 요만했을 때야.” 아빠가 자기 허리께에서 보이지 않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한다. “참 기발했어! 나중에 호박벌 털 코트 한번 입어보고 싶다.” 그러고는 두 손가락으로 내 코를 살짝 잡아당긴다.
“아빠 생일이 언제예요?” 내가 묻는다.
“지금부터 벌 껍질을 벗겨 모으면 내년 생일엔 소매 하나쯤 선물해줄 수 있겠네.” 아빠가 낄낄 웃는다.
---p.180~181

“고마워!” 에밀이 소리친다.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밝은 목소리다.
“뭐가요?”
“슈퍼마켓에 가려고. 네가 길을 알려주니까, 갑자기 내가 왜 망설이고 있는지 모르겠더라.” 농담하는 걸까? 그가 정말 마당 밖으로 나가는 걸 무서워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p.249~250

뤼시엔의 양손에 장난감 자동차를 하나씩 쥐여주면, 손목을 잡고 일으키기가 더 쉬워진다는 걸 알아냈다. 형은 침대 옆에 서서 숨을 헐떡이며 이마를 내 이마에 갖다 댄다. 형의 눈동자 깊숙한 곳, 그 색깔 속에서 우주를 본다. 엄마가 늘 하던 말이다. 우리 뤼시엔은 못하는 게 많지만, 눈 속에는 우주가 담겨 있다고.
---p.265

“내 잘못이에요. 더 잘 지켜봤어야 했는데.”
“네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거야.”
“왜요?”
“넌 할 만큼 하고 있어. 네 형 같은 사람은 쉽게 다치잖아. 넌 이미 네 형을 감싸주는 털가죽 같은 존재야. 네가 없었으면 뤼시엔은 벌써 온몸이 긁히고 멍들었을 거야.”
---p.332

『올리브 키터리지』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이 소설에 대해 “어떤 의미에서 나를 구원해주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 구원이란 거창한 빛이나 기적이 아니라, 이토록 철저히 실패한 세계 안에서도 누군가의 맨몸을 덮어주려는 덥고 무거운 ‘여름의 털가죽’을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로의 곁에 끝내 머물지 못했던 사람들이 그래도 서로에게 닿으려는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뜻밖의 위로를 얻는다. 척박한 여름을 맨몸으로 통과해낸 브라이언의 작고 단단한 목소리가 독자들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구원의 감각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옮긴이의 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열세 살 브라이언에게 맡겨진 한 사람의 여름

모호함으로 가득한 삶의 순간들과 작지만 결정적인 사랑의 행위들을 그려낸,
따뜻하고도 복합적이며 눈부신 소설. 『아이리시타임스』

브라이언은 이혼한 아버지와 카라반에서 산다. 시설 보수 공사로 형 뤼시엔이 집에 돌아온 여름, 브라이언은 갑작스럽게 형의 보호자가 된다. 아버지는 자리를 비우기 일쑤이고, 결국 뤼시엔을 돌보는 일은 브라이언에게 맡겨진다. 형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브라이언은 어떻게 씻겨야 하는지, 어디가 아픈지, 무엇이 위험한지 하나하나 몸으로 배워가며 몸짓과 소리로 전해지는 형만의 언어를 조금씩 읽어간다.

그러나 『여름을 건너』는 어린 동생이 장애가 있는 형을 돌보는 모습을 감동적인 희생담으로 만들지 않는다. 브라이언의 헌신 뒤에는 아이에게 결코 맡겨져서는 안 되었던 책임이 있으며, 사랑과 돌봄의 순간들 곁에는 피로와 짜증, 수치심과 욕망, 두려움과 죄책감이 함께 존재한다. 브라이언은 형을 사랑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어 하고, 보호하려 하면서도 때로는 상처 입힌다. 이 모순된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는 데 이 소설의 힘이 있다.

사랑하고, 기대고, 욕망하며-서로에게 가닿는 서툰 마음들

기능을 상실한 가족의 한계를 날카롭게 그려내는 동시에,
공감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힘임을 보여준다. 『가디언』

작가는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서로에게 다가가고 어긋나는 순간들을 세심하게 바라본다. 세입자 에밀은 다른 어른들과 조금 다른 존재다. 그 역시 자기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인물이지만, 브라이언을 동정하거나 어린애처럼 취급하지도,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할 어른처럼 대하지도 않는다. 에밀이 브라이언에게 해주는 일은 작지만 분명하다. 그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곁에 머물러준다.

시설에서 만난 열아홉 살 셀마와 브라이언 사이에는 호기심과 욕망, 외로움과 오해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흐른다. 두 사람의 관계는 독자에게 불편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은 지적 장애가 있는 셀마를 보호받아야 할 무성적인 존재로만 그리지 않으면서도 그의 취약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브라이언 역시 낯선 충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 미숙한 소년이다. 셀마를 피해자로만 보면 그의 주체적인 욕망을 지우게 되고, 욕망의 주체로만 보면 그의 취약성을 지우게 되는 아슬아슬한 틈에서 소설은 섣불리 답을 내리지 않는다.

뤼시엔 역시 누군가의 희생을 돋보이게 하는 ‘장애인 형’에 머물지 않는다. 욕구와 기쁨, 불편함과 두려움을 지닌 한 사람이며, 브라이언과 관계를 맺고 그를 변화시키는 존재다. 『여름을 건너』는 뤼시엔을 돌보고, 에밀에게 기대고, 셀마에게 끌리는 브라이언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여러 방식과 그 위태로운 경계를 바라본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포착한 삶의 얼굴들

결함투성이 인물들 누구도 쉽게 재단하지 않는 너그러운 시선, 그리고 누추함과
파국의 문턱에 놓인 가난한 삶을 끝내 인간의 얼굴로 그려내는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인다.
_ 2021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단

야프 로번은 인물들의 삶을 설명하기보다 보여준다. 브라이언의 시선에 바짝 붙어 있는 서술은 그가 알고 보고 느낄 수 있는 만큼만 세계를 드러낸다. 그래서 독자는 때로 브라이언보다 먼저 상황의 위험을 알아차리면서도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한된 시점은 독자를 소년의 외롭고 폐쇄된 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동시에 『여름을 건너』에는 뜻밖의 유머와 생기가 있다. 거칠고 엉뚱하며 때로는 우스운 인물들의 대화는 비극으로만 기울 수 있는 이야기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온도를 불어넣는다. 로번은 몇 번의 몸짓과 짧은 대화만으로 인물을 선명하게 세워내며, 아름다움과 불편함, 다정함과 잔혹함이 한 장면 안에 공존하게 한다.

그 눈부시고도 아픈 여름을 건너

세상은 이들을 버렸지만, 이들은 완전히 버려진 채로만 남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손이 서툴게 다가오고, 누군가의 몸이 그 손을 기억한다. [……]
어쩌면 그 구원이란 거창한 빛이나 기적이 아니라, 이토록 철저히 실패한 세계 안에서도
누군가의 맨몸을 덮어주려는 덥고 무거운 ‘여름의 털가죽’을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 「옮긴이의 말」에서

원제 “Zomervacht”는 네덜란드어로 직역하면 ‘여름의 털가죽’을 뜻한다. 털가죽은 몸을 감싸고 보호하지만 여름에는 무겁고 답답하기도 하다. 작품 속 돌봄 역시 누군가를 감싸고 지키는 사랑인 동시에 너무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여름을 건너』는 브라이언과 뤼시엔이 함께 통과하는 한 철의 시간을 담았다. 브라이언은 형을 돌보며 그를 새롭게 알아가는 동시에 자신의 마음과 한계를 마주한다. 그렇게 여름은 브라이언이 형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전과는 다르게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소설이 끝내 향하는 곳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의 몸짓을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려는 마음. 그 눈부시고도 아픈 여름 끝에 남는 것은, 가장 척박한 삶의 자리에서도 끝내 서로에게 닿으려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추천평

결함투성이 인물들 누구도 쉽게 재단하지 않는 너그러운 시선, 그리고 누추함과 파국의 문턱에 놓인 가난한 삶을 끝내 인간의 얼굴로 그려내는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2021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단
결함투성이 인물들 누구도 쉽게 재단하지 않는 너그러운 시선, 그리고 누추함과 파국의 문턱에 놓인 가난한 삶을 끝내 인간의 얼굴로 그려내는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퓰리처상 수상자, 『올리브 키터리지』 작가)
자칫 폭발할 수 있는 온갖 민감한 소재를 놀라운 섬세함과 깊은 이해로 탁월하게 다루고 있다. - 힐러리 맨틀 (맨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작가)
로번은 몇 번의 절제된 붓질만으로도 인물들을 놀라울 만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인물 사진을 찍듯 가까이 다가간 그의 시선은 친밀하고, 때로는 숨이 막힐 듯하다. - 뉴욕타임스
기능을 상실한 가족의 한계를 날카롭게 그려내는 동시에, 공감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힘임을 보여준다. - 가디언
모호함으로 가득한 삶의 순간들과 작지만 결정적인 사랑의 행위들을 그려낸, 따뜻하고도 복합적이며 눈부신 소설. - 아이리시타임스
사랑은 가장 뜻밖의 곳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 - 옵저버
비장애인 화자의 시선으로 빈곤과 장애를 섬세하면서도 결코 감상에 기대지 않고 그려낸 작품. - 커커스 리뷰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뒤틀린 가족의 모습을 그린 비극.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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